[역지사지(歷知思志)] 지킬 앤 하이드

유성운 2021. 10. 1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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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운 문화팀 기자

19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2005년 한국 초연 이후 16년간 큰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선과 악을 분리해 악을 봉인하려던 지킬 박사가 실험 실패로 악인 하이드에 의해 잠식당한다는 비극을 다뤘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영국 런던. 산업화에 성공한 국제 무역의 중심지로서 화려한 시기를 보냈지만 안으로는 골병이 들고 있었다. 산업화에 따라 농촌에서 경제적 빈곤에 내몰린 사람들은 도시로 향했고, 1801년 110만명이던 런던 인구는 1850년대엔 250만명, 1900년 초엔 600만명까지 증가했다. 대부분 저임금 노동자나 온갖 허드렛일을 맡으며 도시의 저소득층으로 편입됐다.

역지사지

사회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에 치안, 위생, 교육 환경이 엉망이었다. 대규모 전염병과 연쇄살인, 인신매매가 기승을 부렸다. 이 무렵 엥겔스가 쓴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는 하룻밤 잠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영국 노동자들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

‘지킬 앤 하이드’에는 이런 사람들을 등쳐먹는 상류 계급의 위선이 날카롭게 그려진다. ‘잭 더 리퍼’ ‘스위니 토드’ 등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한 다른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불만으로 고조된 민심은 개혁을 요구했고, 결국 노동자 다수에게 선거권을 준 선거법 개혁을 비롯해 공중보건법, 굴뚝소년법, 공장법 등이 제정됐다. 당시 자본가의 반대에도 이를 관철한 것은 보수당이다. 보수의 가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의 보호에서 시작된다. 정권 교체를 꿈꾸는 보수야당이라면 이런 주제로 토론했으면 좋겠다.

유성운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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