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대장동, 검·경이 철저 수사"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검찰과 경찰에 대장동 사건 철저 수사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 지시 4시간 만에 검찰은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57)씨에 대해 배임·횡령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지난 5일)는 입장을 낸 적은 있지만, 문 대통령의 육성 지시는 처음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회의에서 직접 관련 지시를 했다”며 “지금이 말씀을 전할 때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50.29%로 최종 후보로 확정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여당의 경선 결과를 기다렸다가 문 대통령이 관련 입장을 직접 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내부 기류에 밝은 여권 고위 관계자는 “경선 중에 문 대통령이 관련 입장을 내면 ‘경선에 개입하는 것이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선이 끝난 뒤에 낸 것 아니겠는가”라면서도 “문 대통령이 공개 입장을 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지만, 문 대통령은 여태 내부에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뒤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강조해 온 이재명 후보의 접근법에 대해 문 대통령이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특히 이 후보의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면서 “의혹이 이미 사법의 영역으로 들어온 이상 정치적 해명만으로 덮고 가면 대선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문 대통령이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신속한 수사와 실체적 진실 규명을 지시하면서도 수사의 주체를 ‘경찰과 검찰’을 특정했다.
대장동 의혹 여론조사 “이재명 책임” 56.5% “국민의힘 책임” 34.2%
야권이 요구하는 특검 도입이나 일각의 주장인 합동수사본부 구성과는 선을 그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대장동 수사 지시에 대해 이재명 후보 측은 “이 후보에게 오히려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후보 측 핵심 인사는 “후보가 그간 자신 있고 떳떳하게 대응하니 청와대에서도 신속히 수사하자고 결단을 내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수사기관의 수사로 이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오늘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신속한 수사’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며 “대선 정국이 대장동 진흙탕 공방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야당은 문 대통령의 지시를 사실상 특검 거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검을 촉구하는 압도적인 국민 여론을 문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배척하는 것”이라며 “단군 이래 최대 개발비리의 ‘몸통’을 비호하는 길에 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론조사 업체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장동 관련 사업을 두고 ‘당시 사업을 설계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지휘권을 가진 이재명 지사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56.5%, ‘당시 집권여당이자 성남시의회 다수당으로 공영 개발을 막은 국민의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은 34.2%였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9.3%였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강태화·김민중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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