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중 덮쳐 주인 구했다..반려견이 미리 경고한 이 증상
‘뇌전증’, 이른바 간질을 앓는 주인을 지키려 한 반려견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름은 ‘맥스’, ‘저먼 셰퍼드’ 종인 맥스는 주인 티나(43)의 발작 징후를 미리 눈치채고, 경고 신호를 보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같은 장면이 담긴 영상은 조회 수 520만 뷰를 기록했다.
11일(현지시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티나는 최근 설거지를 하던 중 맥스의 이상행동을 목격했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맥스가 갑자기 일어나 달려든 것이다. 티나의 발과 다리, 몸을 훑어가며 냄새를 맡더니 티나의 주위를 돌며 불안한 증세를 보였다. 급기야 앞다리를 싱크대 위로 올리고 시선을 끌려고 애썼다.
당황한 티나는 몇 차례 맥스에게 내려가라고 손짓했다. 하지만 맥스는 끈질기게 티나를 싱크대에서 떨어뜨리려고 했다. 실랑이 끝에 결국 티나는 설거지를 멈추고, 맥스에게로 향했다.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어 맥스를 안으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발작이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발작에 티나는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그때 맥스가 자신의 몸으로 티나를 지지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바닥에 엎드려 티나를 받쳤다. 자칫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맥스가 쿠션 역할을 한 덕분에 티나는 큰 부상을 피했다. 1분간 이어진 응급 상황은 티나가 맥스의 훈련 과정을 찍기 위해 설치해 둔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영상을 본 네티즌은 맥스가 끝까지 티나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을 칭찬하며 “진정한 동반자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고 평가했다.
신경질환의 하나인 간질은 ‘뇌전증’으로 불린다. 주요 증상은 불규칙하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발작이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몸이 떨리는 부분발작부터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호흡곤란을 동반하는 전신발작까지 다앙한 형태로 찾아온다.
가장 위험한 건 언제 발작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예상치 못한 발작은 추락이나 낙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로서 간질을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없다. 발작의 발생 횟수를 줄여주거나, 증상의 강도를 낮추는 약이 있다.
티나도 20년째 간질로 고통받고 있다. 그는 틱톡에서 지난 2018년 8월 찾아온 발작으로 40년 기억을 모두 잃었다고 밝혔다. 당시 사건은 가족과 친구는 물론이고, 스스로에 대한 기억까지 앗아갔다고 한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던 그때 티나의 곁을 지킨 건 반려견 맥스였다. 맥스는 티나를 위해 간질 환자에 특화한 인명 구조견 ‘서포트 독’으로 거듭났다. 개들이 간질 발작 관련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훈련을 통해서다. 티나는 지난 1년 간 맥스의 훈련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틱톡에 기록했다.
서포트 독은 간질 환자의 발작이 시작되기 전, 미리 주인에게 경고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훈련을 받는다. 맥스도 수개월 간 이 훈련을 받아왔다.
티나는 “맥스는 내가 감지하지 못한 무언가를 감지했다”며 “발작 직전 몸을 한 차례 낮췄고, 맥스가 나를 지탱한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고 했다.
한편 학계에서는 개들이 간질 환자의 발작 증세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는 속설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2019년 프랑스 르네 대학교에 이어 지난 9월 영국 벨파스트 퀸즈대 닐 파월 생물학 교수팀이 “반려견이 간질 발작을 최대 1시간 전에 사전 경고해줄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영국 간질환자단체인 에필럽시 액션은 “연구 결과에 근거해 ‘서포트 독’ 훈련법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면서 “다만 개들이 후각을 이용하는 건지, 다른 감각을 사용하는 것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민정 기자·장민순 리서처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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