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목회로 말씀전파 새 지평.. "삶터가 곧 교회입니다"

2021. 10. 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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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변호 목사의 심방탐방] 충남 아산 오병이어교회 이덕주 목사
카페에서 포즈를 취한 이덕주(오른쪽) 목사와 위지영 사모.


목회상황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중소형 교회 목회자들이 생계문제와 소명문제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심각한 상황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생계문제를 극복하고 의미있게 마을목회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친구 목사에게 듣고 충남 아산 월랑저수지 근처에 있는 오병이어교회 이덕주 목사님(44)을 만났다.

이 목사님은 어렵게 시작한 목회상황에서도 지역에서 선한 영향을 끼치고 가정 생계와 목회적 사명까지 잘 감당해가고 있었다. 오병이어교회는 어린왕자라는 카페로 꾸며져 있었고 방문한 날 손님들이 제법 가득 차 있었다.

현재 목사님은 마을목회를 꿈꾸고 지역에서 체험농장 어린왕자와 카페 어린왕자, 농업회사법인 오오헬스푸드 등을 운영하고 있었고, 마을에서 도서관 관장과 마을 총무로 섬기면서 마을의 모든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해오고 있었다. 농림부에서 실시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비를 지원받아 마을 살리기도 적극적으로 펼쳐왔으며, 정월 대보름 행사, 5월 어버이날축제, 초복행사, 재능기부 마을음악회, 마을극장, 이미용 봉사, 치매예방을 위한 목공체험, 치매예방을 위한 원예체험, 특색있는 문패만들기, 매월 목욕탕 봉사 등을 하며 마을을 위해 몸을 돌보지 않고 행복한 마을 만들기에 앞장서 왔다.

이 목사님은 지역 민심을 얻고 목회영역을 넓혀가며 전도의 접촉점을 삼아 복음증거를 목표로 힘써오던 터에 코로나19 감염사태가 생기면서 마을회관과 마을도서관까지 폐쇄되고 교회예배까지 비대면 예배로 전환되면서 갑자기 5명의 가족생계가 막막하게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가정과 사역에 대해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과수원에서 열린 어린이 농장체험 학습.


기도 가운데 카페교회가 떠올랐다. 다른 곳에서는 사람들이 모일 수 없지만, 카페는 5인 이하는 언제든지 모일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카페교회에 마음이 쏠렸다. 하나님께서 확신을 주셔서 어렵게 보증금을 마련하여 월랑저수지 앞에 작년 8월에 카페교회를 열게 되었다. 이때 여러 사람들이 우려스런 말들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모일 수 없는데 카페를 열어서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고 우려스런 말을 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카페는 잘되었고 사역도 지혜롭게 잘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목사님은 “카페에 오는 모든 손님들을 우리교회 성도들처럼 섬기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카페를 청소하며 커피를 내리고, 붕어빵을 구우며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들이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사랑과 평강이 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에 그들을 감싸 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내린 커피와 붕어빵을 먹는 자들마다 예수님 믿고, 행복해지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했습니다”라고 했다.

오병이어 카페교회엔 특별한 메뉴가 있었다. 사영리 붕어빵이 그것이다. 사영리 붕어빵에 네가지 문자가(♥×■?) 새겨져 있다. 사람들은 생각없이 붕어빵을 주문했다가 먹으면서 궁금해서 목사님에게 질문하게 된다. 이때 목사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복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카페를 운영하면서 전도와 결신 그리고 기성교회에 다니는 성도들의 신앙상담 등 많은 열매를 맺고 있었다.

어떻게 카페에 붕어빵 메뉴를 도입할 생각을 했냐고 물었더니 “카페 문턱을 낮추고 싶었습니다. 카페도 대부분이 20~30대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이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붕어빵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카페는 어린이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이용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마을도서관에서 열린 영상학습 모습.


이 목사님이 카페교회까지 생각하게 된 데는 코로나 영향도 있었지만 남다른 아픈 사연이 있었다. 아파트 거실에서 교회를 개척해서 어린이전도협회 사역으로 부흥하게 되었다. 그러자 아래층에서 민원을 제기해 아파트에서 쫓겨나 결국 음봉면 시골마을로 들어와 1년에 한번 시제 지내려고 만들어놓은 집에 들어가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갈수록 교회가 부흥하자 오래된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생겼다. 결국 3개월간 기도하면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마을을 위해 예수님처럼 섬기는 목회로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르신들을 집중적으로 섬기기 시작했다. 이때 이 목사님은 교회론에 대해서 새롭게 정립하는 시간을 가지고 ‘교회는 건물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모신 인격체’라는 개념으로 건물에 한정하지 말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며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미자립 교회 목사님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미자립 교회는 코로나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손 놓고 코로나가 지나가기만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 도와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그 자리에 머물러서도 안 됩니다. 사도바울은 천막 짖는 일을 하면서까지 복음을 전했습니다. 이제는 한국교회 목회자들도 일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됩니다. 목회자들이 각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서 그곳에서 영혼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페에 있다 보면, 목회자 자녀들, 장로님, 권사님 자녀들, 예전에 학생회장을 했었다는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회도 안 나가고 예배도 안 드립니다. 이제는 현장으로 목회자들이 나가야 합니다. 교회에서 성도들 오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라고 했다.

또한 “목회자가 이중직 자비량을 해야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첫째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이고, 두 번째는 사역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많은 가정들이 깨지고 있습니다. 그중에 목회자들 가정도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생계’ 때문입니다. 가정의 생계를 사역 다음으로 미루는 목회자들이 많습니다. 저는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카페 어린왕자를 통해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고 있습니다. ‘일이 사역이고, 사역이 일입니다’. 일과 사역을 분리하지 않습니다. 제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그 현장이 사역의 현장이 됩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매일 카페를 청소하면서 기도합니다. ‘하나님 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분들이 저들은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사랑과 평강이 저들을 감싸주시고, 저들이 마시는 커피 한잔을 통해서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세요, 제가 굽는 붕어빵을 통해서 저들이 복음을 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며 하루하루 카페에서 사업하며, 사역하고 있습니다”고 했다.

이 목사님은 ‘자비량선교센터’를 세우려는 비전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었다. 자비량선교센터를 세워서 자비량을 꿈꾸는 목회자나 선교사님들에게 커피기술, 붕어빵기술, 목공기술, 농사기술, 유통노하우 등을 무료로 가르쳐서 선교지나 삶의 현장으로 파송하는 꿈을 꾸며 기도하고 있었다. 또한 목회자들과 선교사님들이 함께 숙식하면서 쉬기도 하면서 기술도 배워 국내는 문론 세계 선교지까지 나아가도록 돕는 센터가 되기를 꿈꾸고 있었다.

필자는 은은하게 들려오는 찬양과 함께 인터뷰 도중에 목사님이 손수 준비 해준 붕어빵과 커피는 그 어느 곳에서 먹는 것보다도 맛있었고 열정적으로 전해주는 사역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또한 오병이어 어린왕자 카페는 커피를 파는 카페가 아니라 하나님께 예배하는 성전과 같은 은혜가 가득한 곳임을 느꼈다.

김변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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