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264표차 경선승리.."野 파시즘, 與 가짜진보 끝내야"

김준영 입력 2021. 10. 12. 19:44 수정 2021. 10. 13.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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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정의당 제20대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심 후보는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온라인ㆍ자동응답 전화(ARS)ㆍ우편 투표를 통해 당원투표 100%로 진행된 결선투표에서 총 1만1943표(투표율 56.68%) 중 6044표(51.12%)를 얻어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맞상대인 이정미 전 대표(5780표ㆍ48.88%)와 불과 264표 차의 신승이었다. 심 후보는 지난 6일 치러진 경선에서 46.42%를 얻어 과반 득표에 실패해 이날 이 전 대표와 결선을 치렀다.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결과 발표 및 보고대회에서 대선 후보자로 선출된 심상정 의원(왼쪽)이 이정미 전 대표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1.10.12 임현동 기자


심 후보는 이날 후보 선출 감사 연설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극단적 불평등과 차별, 혐오 같은 사회적 위기에 놓여있다”며 “성별ㆍ지역ㆍ세대 간 차별을 없애고 민주주의가 강한 인권ㆍ노동ㆍ젠더 선진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연설은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심 후보는 “국민의힘은 파시즘 길목을 어슬렁거리는 극우 포퓰리즘이, 민주당은 가짜 진보로 넘쳐난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강요하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라고 했다.

‘다원주의 책임 연정’을 대안으로 제시한 심 후보는 “제가 출마한 이유 중 하나는 뒤통수 맞고, 빼앗긴 선거제도를 되찾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민주당과 연대해 통과시켰지만, 지난 총선 직전 거대 양당이 위성 정당을 창당해 무력화한 연동형 비례제를 원래 취지대로 고치겠다는 것이다.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결과 발표 및 보고대회에서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결선 투표에 진출한 심상정, 이정미 후보 등이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정의당 경선 결과 과반 득표를 넘은 후보가 없어 오는 12일 심상정, 이정미 후보의 결선 투표로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왼쪽부터 배진교 원내대표, 심상정 후보, 여영국 대표, 이정미 후보,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임현동 기자


여야가 각각 ‘국민의힘 게이트’, ‘이재명 게이트’라고 공세를 펴는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선,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의 본질은 34년 동안 번갈아 집권하면서 부동산 기득권이 한 몸이 되었다는 것”이라며 “투기원조 국민의힘에게 권력을 주시겠나. 투기를 잡을 의지도 능력도 없는 더불어민주당에 다시 권력을 맡기시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단일화 여부 질문에…“내로남불 정치, 관심 없다”


심 후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그런 질문 자체에 관심이 없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촛불 정부 5년에 대한 평가는 나와 있다. 내로남불의 정치를 하는 정당은 개혁 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민주당 내 이낙연 전 대표 측이 경선 결과에 이의제기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지금 이재명 후보도 일부에선 인정 못 받는 상황이다. 남은 대선 기간에도 예측하지 못한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그 변동과 상관없이 일관되게 국민에 다가갈 유일한 후보가 심상정”이라고 말했다.


‘또 상정 피로감’ ‘변해버린 정치 지형’은 남은 과제


심 의원은 고(故)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정의당을 대표하는 대중 정치인이자 당내 유일한 지역구 의원으로, 이번이 네 번째 대선 도전이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경선 후보로 나섰으나 권영길 후보에게 패배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진보정의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공식 지지하며 중도 사퇴했다. 2017년 19대 대선에는 정의당 후보로 선거를 완주해 6.17%의 지지율을 얻었다.
2017년 3월 23일 정의당 19대 대선 후보 심상정 대표(가운데)가 23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19대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임명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심 후보는 이번 대선 출마에 나서며 “마지막 소임”이라고 규정했지만, 당 안팎에선 “또 심상정이냐”는 비판도 있었다. 지난 6일 경선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하고, 결선 투표에서도 이정미 전 대표에게 가까스로 이긴 것을 당원들의 ‘심상정 피로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날 264표 차 박빙 결과에 심 후보는 “당원들은 이번 경선에서 (심상정의 본선 경쟁력과, 이정미 전 대표의 세대교체론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본선 진출엔 성공했지만, 정치 지형이 녹록지 않은 점도 과제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개혁 이슈를 민주당이 상당히 흡수하면서 한때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로까지 불렸을 정도로 활동 공간이 위축됐다. 여기에 2019년 조국 사태 때 보인 애매한 대응은 정의당 내부 분열로도 이어졌다.

심 후보가 지난 대선처럼 진보 이슈로 차별화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정의당의 향후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심 후보는 이날 “당의 정치적 전망을 열어내는 역할을 당원들이 저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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