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덮고만 가면 정상적 대선 못 치러" 文 발언, 의중은?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지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 내용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지난 5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해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낸 적이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육성 지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회의에서 직접 관련 지시를 했다”며 “지금이 말씀을 전할 때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50.29%로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 이틀만에 나왔다. 전날이 대체 공휴일이었음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지시 시점은 후보 선출 직후일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여당의 경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려 직접 입장을 내기로 결정했을 수 있다.
청와대 내부 기류에 밝은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선 후보가 결정됐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입장 표명에 따른 경선개입 의혹 등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문 대통령의 공개적 입장 표명이 나온 건 이날이 처음이지만,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내부에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야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뒤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강조해온 이재명 후보의 접근법에 대해 문 대통령이 우려를 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의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자 “의혹이 이미 사법의 영역으로 들어온 이상 정치적 해명만으로 덮고만 가려하면 대선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문 대통령이 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래서 청와대 내부에선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을 일종의 '정면돌파'로 해석하는 기류가 있다.
수사가 속도를 낼 경우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의 연루 정황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민적인 관심이 폭발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수사기관에 의한 확실한 소명 없이 이 문제를 계속 끌어안고 가면 대선 패배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정부내에선 “이 후보의 안정적 과반 관측이 빗나간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총리실 관계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꽤 이전 부터 문 대통령이 관련 언급을 할 작정이었다"며 이를 부인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경선 도중에라도 관련 입장을 내야 한다는 의견이었지만 경선개입을 우려한 일부 참모들의 반대로 시기가 늦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처럼 문 대통령의 '대장동 정면 돌파론'을 부각하지만, 야당에선 "이재명 후보 비호 발언"이라고 문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신속한 수사와 실체적 진실 규명을 지시하면서도 수사의 주체를 ‘경찰과 검찰’을 특정했다. 야권이 요구하는 특검 도입이나 일각의 주장인 합동수사본부 구성과는 일단 선을 그은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권이 조정됐지만, 부패 등 6대 범죄의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야당이 요구하는 합동수사본부 구성은 불필요하다”며 “또 검ㆍ경의 협력을 강조한 배경은 정치적 외압을 받지 말고 경쟁적으로 수사해달라는 당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검의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흡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남는 경우에 검토할 대상이기 때문에 당장 특검 도입 등을 논의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의 핵심인사는 “대통령의 지시와 거의 동시에 이 후보가 지사직을 유지한 채 국정감사 출석 뜻을 밝힌 걸 보면 양 측간에 소통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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