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 변화 요구하려면 먼저 지도자가 변해야 된다

2021. 10. 1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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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지켜야 할 3대원칙


2014년, 실리콘밸리의 벤처 사업가 출신 벤 넬슨은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s)을 설립한다.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s)은 교육과 기술의 융합을 통한 에듀테크로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이다.

교육방식도 효율적 학습을 위해 캠퍼스 없는 온라인 수업을 선택한다. 학생들은 수업 이전에 독서와 글쓰기로 과제를 준비하고 수업 시간에는 토론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사이버 수업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학기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베를린(독일),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서울(한국), 하이데라바드(인도), 런던(영국), 타이베이(대만) 등 4년 동안 세계 7개 도시로 옮겨 다니며 세계인재가 되기 위한 공동체적 삶도 훈련한다. 학기별로 머무는 도시에서 세계 기업들과의 산학협동 학습과정에 인턴으로 참여하며 현장을 배워가는 것도 미네르바 스쿨의 핵심 커리큘럼 중 하나다.

‘한국교회는 다음세대를 이어갈 MZ세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가운데 미네르바 스쿨의 교육 개혁을 주목하게 된다. 미네르바 스쿨이 교회의 벤치마킹 대상이거나 학교교육이나 교회교육 최선의 모델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고민하고 갈등했던 문제와 도전의 발자취 속에서 시대의 변화를 발견하고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지혜로운 선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를 향한 교회의 고민과 해법, 추구해야 할 변화의 큰 그림은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MZ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동의 가능한 교회의 비전이다.

2년 간 이어져 온 코로나의 상황 속에서 비대면 문화가 전 국민에게 일상화 되었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신앙생활의 기치로 여겨졌던 주일성수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하는 형국이다. 또 한 가지, 교회 밖 정치적 대립이 교회 안으로 번진 현장도 MZ세대는 목격했다. 서로 사랑하며 진리 안에서 자유 한 크리스천이 아닌 서로 다른 정치 논리가운데 상대를 원수대하 듯 하는 먼저 된 크리스천 선배들의 부자유함을 직면해야 했다. 진리를 논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교회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모습에 실망하여 교회를 떠나간 이들도 적지 않다. 결코 단기적인 변화 속에 찾아 온 갑작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곪았던 교회의 상처가 코로나의 상황 속에 터져버린 상황이다. 이렇듯 복잡다단한 상황이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제일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교회의 비전을 확인하고 회복하는 것이다. MZ세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 믿고 따르라는 선포와 가르침, 훈계보다 참된 진리, 복음의 삶을 살아가는 크리스천으로서의 바라볼 비전, 공유할 참된 비전이 필요하다. 미네르바 스쿨 같은 새로운 시도에 MZ세대가 반응하는 것도 학교가 제시한 비전에서 자신들이 나아갈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비리그의 멋진 캠퍼스를 뒤로 하고 벤처 대학인 미네르바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바라볼 비전, 공유할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MZ세대에게 믿고 순종하라는 선포보다는 먼저 된 이들이 진리 안에서 자유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보여주어야 한다.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진리의 복음이, 교회의 비전과 함께 삶에서 성취되어 가는 여정을 교회가 보여줄 때 그 안에서 믿음의 비전, 교회의 비전을 그들도 함께 보고 공유하게 될 것이며 하나님은 그들로 다음세대 미래교회를 이끌 중심축으로 세워 가실 것이다.

둘째, 교회여 의문과 질문을 허하라!

‘질문이 사라진 교실, 질문이 사라진 대학’에 대한 이야기는 무너진 교육의 문제를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이야기이다. 벤 넬슨이 미네르바 스쿨을 설립하고 질문과 대화, 토론 위주의 학습과정을 디자인 하게 된 것도 대학교육의 한계를 스스로 절감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회는 어떠한가? 질문에 관해서는 학교보다 한층 더 깊은 골이 파여 있다. 질문 자체가 없다. 교회가 질문을 금한 것은 아니다. ‘무조건적’ 믿음에 대한 강조 속에 의문은 불신앙이며 질문은 부족한 믿음을 드러내는 행위라는 인식이 크리스천을 오랜 시간 사로잡아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라온 기성세대, 한국교회의 부흥을 이끌고 그 현장을 살아온 크리스천들에게 교회의 오늘은 낯선 풍경으로 가득하다. 그중 하나가 질문하는 MZ세대의 모습이다. 그들은 이전의 당연하던 것들을 결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의문을 품고 질문 던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문제는 변함없는 교회의 모습이다. 그들의 질문에 답하기보다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침묵을 강요하는 분위기로 반응한다. 아무리 주장이 확실한 MZ 세대라 할지라도 오랫동안 지켜져 온 교회의 벽을 넘어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변화되어야 할 교회 문화가 바뀌지 않고 여러 차례 좌절을 맞본 이들 가운데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도 교회 안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성경과 교회, 신앙생활에 대한 자신들만의 견해를 밝히는 크리스천들의 출현이다. 대표적인 이들이 크리스천 유튜버들이다. MZ세대를 대변하는 이들 중 하나인 그들은 그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질문으로 던지며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의 경주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종교개혁이 교회 지도자들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면 오늘의 종교개혁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는 MZ세대의 움직임을 통해 진행된다고 보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교회지도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시그널에 주목해야 한다. 더 이상 잠잠히 듣고, 믿음 안에서의 순종하는 크리스천을 세워가서는 안 된다.

교육의 개혁은 인공지능의 화려한 기술을 통해 진행되어 오지 않았다. 질문과 대화, 토론을 통해 교실에서의 소통을 회복해 가는 자리에서 참된 교육의 회복은 진행되어 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교회의 회복도 다르지 않다. MZ세대의 가진 의문에 먼저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성실히 답하며 소통해 가야 한다. 무엇보다 언제든 의문을 질문으로 던질 수 있는 교회 문화를 세워야 한다. 교회 개혁은 특별한 방법에 기인하지 않는다. 이 땅의 맺힌 관계를 푸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참된 소통의 회복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가르쳤는데 배우지 못했다면 가르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오늘을 ‘뷰카(VUCA)의 시대’라고부른다. ‘뷰카’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MZ세대는 뷰카(VUCA)의 시대를 대변하며 그 중심에 자리한 세대다. 이런 MZ세대는 이전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세대인가? 그렇지 않다. 시대마다 변화는 항상 있어 왔고 새로운 세대는 언제나 등장했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변화가 어제의 변화와 분명 다른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변화임에는 분명하다.

이전과 같은 진부한 방식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실수는 분명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변화의 움직임에 주눅 들거나 조급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보이는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숨겨진 문제점을 찾고 본질적인 변화를 추구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일이다. 지금까지 교회의 선포는 ‘듣든지 아니 듣든지’ 전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왔다. 목회자의 역할은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고 선포된 말씀을 듣고 따르는 것은 대상의 태도와 선택의 문제로 여기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한 가운데 진리의 복음은 선포되었지만 변하지 않는 성도들은 넘쳐났고 세상속 교회의 힘은 약화되어 왔다. 진정한 배움은 결코 일방적인 상황 속에서 진행되지 않는다.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가르쳤는데 상대가 배우지 못했다면 교회의 가르침은 없었다.’는 생각이 필요할 때다. 바른 가르침이 있더라도 변화가 항상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바른 가르침이 있을 때라야 바른 배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진리와 복음을 맡은 자들의 태도는 변화되지 않는 대상에게서만 문제의 원인을 찾아서는 안 된다. 지도자들의 문제 해결 태도는 문제를 자신에게서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가르침의 질을 높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르치는 자로서의 역량을 세워가기 위한 노력, 변화를 지속해 가야 한다. 동시에 교회의 교회됨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우리의 선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며 기도해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단순한 사실, 우리 앞에 놓인 교회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교회의 회복과 MZ세대와의 소통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이웃을 사랑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 힘쓰는 이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단순한 사실 말이다.

MZ 세대에게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된 교회지도자들과 먼저 된 크리스천들의 변화가 앞서야 한다. 잠시 잠깐의 변화가 아닌 지속되는 변화의 움직임이어야 한다. 변화되어가는 모습으로 우리의 이웃, MZ세대를 사랑하라. 교회를 위해 이용하고 활용하는 대상이 아닌 사랑의 대상임을 알고 그들을 대하라. 새로운 세대가 그 진심을 확인하게 될 때 교회를 통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오늘도 여전히 위기가운데 열매 맺게 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교회를 통해, MZ세대를 통해 이뤄 가실 것이다.

장대은 도서관교회 담임목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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