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8% 참패 미스터리.."도깨비 장난"은 역선택?중도이탈?

오현석 입력 2021. 10. 12. 18:43 수정 2021. 10. 13.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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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10일 선출 직후 수락연설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이날 이 후보는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28.3%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임현동 기자

‘28% 쇼크’. 정치권에서 지난 10일 발표된 대선 경선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가리키는 말이다.

권리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 24만8880명(투표 인원 기준)이 닷새간(6~10일) 참여한 투표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득표율은 28.30%에 불과했다. 이 후보가 이전까진 ‘이낙연의 텃밭’이라 불리는 광주·전남 대의원·권리당원 투표를 제외하고 줄곧 50%대 득표율을 기록해왔기에 이 후보 측의 충격은 더 컸다.

같은 기간 실시된 서울 지역 대의원·권리당원 투표에선 이 후보 득표율이 51.45%였다. 1주 전 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도 58.17%였다. 완전히 뒤바뀐 수치에 결과를 발표한 이상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마저 “잘못 읽었나, 순간 당황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내 경선을 주도했던 우원식 공동선대위원장(왼쪽에서 4번째) 등 핵심 의원들이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캠프’ 해단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 여파는 이틀이 지난 12일에도 계속됐다. 산전수전을 겪은 중진 의원들조차 뚜렷한 해석을 못 내놓았다. 이날 열린 이재명 캠프 해단식에서 안민석 의원은 “논리적·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도깨비의 장난이었을까”라며 “이걸 분석하는 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4선) 역시 “오랫동안 정치하면서 보는 정말 이상한 일이다. 참 미스터리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낙연 캠프 소속 설훈 의원은 이에 대해 “민심이 무섭다. 대장동에 대해서 국민들이 이해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시간이 더 있었으면 경선 결과가) 충분히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여당 안팎에선 ‘28% 쇼크’를 두고 ▲야권개입론 ▲조직투표론 ▲중도이탈론 등 백가쟁명식 해석론이 쏟아졌다.


①야권개입론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강하게 미는 가설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3차 선거인단 투표에 개입했다는 ‘야권 개입론’이다. 지난 9월 초 민주당 3차 선거인단 모집 기간에 보수 성향 네티즌들이 민주당 선거인단 가입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일종의 ‘역 선택’ 가설이다. 증거로는 ‘에펨코리아’나 ‘일베’ 같은 보수 성향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을 들이댄다. 이들이 캡처한 게시물엔 “이나견(이낙연)이 되고 이재멸(이재명)이 탈당하면 반은 정권교체”라고 적혀 있었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개입' 증거라며 올린 보수 성향 사이트의 게시물들. 인터넷 캡처.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씨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씨는 이날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보층이 많은 게) 보통 민주당 경선에서의 (선거인단) 구성인데, 3차가 달랐다는 건 확실하다”며 “민주당 지지층을 모으려 한 국민 경선인데, 실제로는 거기에 보수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대거 신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가설의 난관은 보수 성향 온라인 사이트가 이낙연 전 대표에게 투표한 15만명을 조직할 힘이 있느냐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비(非)당원 선거인단이라는 게 온·오프 라인 조직을 총동원해도 온라인 투표까지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며 “단순히 남 탓으로 몰아가는 해석은 자칫 ‘일베 만능론’과 같은 순환 논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②조직투표론

이재명 캠프 내부에선 “3차 국민선거인단 조직에서 이낙연 캠프에 완패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첫 순회 경선지인 충청권 경선(9월 4~5일)에서 예상 밖 낙승을 거두면서, 3차 모집 기간(9월 1~14일)에 선거인단 모집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캠프의 한 관계자는 “선거인단은 가입 외에도 투표 독려가 중요한데, 최근 연전연승을 거두면서 관리가 느슨해진 측면까지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3차 선거인단에 호남 유권자 비중이 높았다”는 말도 나온다. 이 경우 9월 초·중반 호남 지역에 모든 역량을 투입했던 이낙연 캠프가 선거인단 모집을 많이 했다는 추론도 가능해진다. 이재명 캠프의 한 의원은 “이낙연 캠프에서 모집한 선거인단이라면 당연히 이 전 대표의 ‘결선 투표 기회를 달라’는 호소에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라며 “우리의 부족함을 솔직히 시인하는 게 본선에 필요한 자세”라고 말했다.


③중도이탈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후보 선출 감사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장동 논란에 대한 반응으로 중도 성향이 강한 3차 선거인단이 이 후보 지지에서 이탈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3일 대장동 사건으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구속(뇌물·배임 혐의)된 게 6~10일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3차 선거인단에 중도층 비율이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 “핵심 지지층을 이미 1·2차 선거인단에 가입시켜서, 3차 선거인단은 ‘집토끼’(고정지지층)보다 ‘스윙 보터’ 비율이 높았다”(민주당 서울 지역 보좌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캠프는 “그럴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이다. “대장동 의혹 때문이라면, 서울·경기 지역 권리당원 투표나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다”(우원식 의원)는 설명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여론조사에서 지지 이탈 조짐이 나타났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지난 4~6일 실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29%→26%로 낮아졌고, 그중에서도 40대(55%→39%)와 중도층(26%→21%) 이탈이 컸다는 것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여론조사 역시 대세론이 굳어질수록 반발하는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소폭의 지표 하락에도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경고가 담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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