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악덕 사채업? 일산대교 운영계약 따른 것 뿐"

김민욱 입력 2021. 10. 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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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 한강다리 중 유일한 유료도로인 일산대교 요금소 모습. 중앙포토


경기도가 유료도로인 일산대교의 무료화를 추진하려 공익처분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야권에서 일산대교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이 정당하게 투자해 얻어낸 일산대교 운영권을 경기도가 헐값에 빼앗아 국민노후자금에 손해를 끼친다는 주장이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1월 국민연금은 일산대교 운영사인 일산대교㈜의 지분을 인수했고, 이를 위해 국민연금은 선·후순위 대출을 포함해 266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은 다른 금융기관 대신 자체 자금을 빌렸다. 금리는 선순위 대출 8%, 후순위채 6~20%다.


20% 고금리 후순위 대출 왜?


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금리다. 국민연금이 이런 방식을 택한건 이유가 있다. 일산대교처럼 수천억원의 건설비용이 투입되는 민간투자사업의 경우 상법상 배당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상 후순위채의 원리금 상환방식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기에 경기도 역시 일산대교의 자금조달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자금조달계획엔 선·후순위 대출금 등이 포함됐다.

이후 경기도-일산대교 측은 적정 사업수익률과 통행료, MRG(최소운영수입보장) 인하 등을 포함한 실시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10여년 지난 올해 9월 3일 경기도는 공익처분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공익처분은 경기도가 일산대교 운영권을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해 먹어도 적당히 해먹었어야’ ‘이자율 20%? 악덕 사채업자냐’고 비난했다. 국민연금이 고금리의 후순위 대출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다른 민자도로에 비해 비싼 통행료가 산정됐고,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일 일산대교에서 열린 ‘일산대교 공익처분 계획 합동 브리핑’.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네번째)와 최종환 파주시장,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지역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사진 경기도

"갑자기 국민연금 폭리 취한 것 아냐"


이에 대해 경기도와 이 지사가 일산대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가 과거 자금조달계획을 승인해놓고는 이 제와서 공익처분에 나섰다면서다. 김미애 의원은 “애초 운영계약상 2038년까지 원금과 이자를 정해진 이율에 따라 상환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재명 지사 주장대로 갑자기 국민연금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공익처분 결정 이유에 대해 “교통기본권 보장과 교통망의 효율적 활용 등 공익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근거는 민간투자법이다. 해당 법은 사회기반시설의 상황 변경이나 효율적 운영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 지사가 지사로 취임하기 전인 2014년 이미 일산대교의 고이율 후순위채를 문제 삼았다는 입장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을. 중앙포토

일산대교 공익처분하면 국민연금 수익 감소?


김 의원은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했던 발언도 문제 삼았다. 당시 이 지사는 일산대교 공익처분으로 국민연금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 “국민연금의 미래예상 수익까지 다 보장하기 때문에 피해를 끼치는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국민연금에 자료를 요청해본 결과) 일산대교뿐 아니라 기타 민자사업 도로들에 대해 미래예상 수익이라는 건 추산할 수 없다”며 “향후 교통량이나 물가 상승률 등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가정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정당하게 투자해 얻어낸 일산대교 운영권을 경기도가 헐값에 빼앗을 경우 국민노후자금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연금 기금 운용 원칙에도 어긋나게 된다”라며 “일산대교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한강 유일 유료교량 일산대교 그래픽 이미지.


경기도는 최근 설명자료를 통해 공익처분으로 국민연금 수익이 훼손된다는 우려에 대해 “법률과 협약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 국민연금의 주주 수익률을 존중해 정당하게 보상할 것”이라며 “인수비용은 법원이 최종 결정하게 된다. ‘국민노후자금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산대교 인수비용은 법정 공방이 불가피하다. 간극이 크다. 경기도는 2000억원 정도를 보상금으로 제시한 반면, 국민연금은 투자금액과 2038년까지의 기대수익을 7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09년 인수 이후 지난해 말까지 1858억원의 수익을 얻었으나 원금 회수는 300억원 정도에 그쳤다.

일산대교는 길이 1.84㎞의 왕복 4~6차로 다리로 고양시 법곳동과 김포시 걸포동을 잇는다. 지난 2008년 개통했다. 하루 약 7만 5000대가 통행한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민자사업자가 건설한 뒤 소유권을 경기도에 넘기는 대신 30년 동안 통행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0·Build-Transfer-Operation) 방식이다. 현재는 국민연금이 지분을 100% 갖고 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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