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도매금 비판하자는 것 아냐.. 인정할 건 해야"
[이영광 기자]
최근 나온 검사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검사의 비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만큼 검사의 비리가 많다는 방증일 수 있다. 물론 비리는 어느 집단이든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비리에 대해 감찰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일 것이다. 검찰은 감찰이 잘 작동할까?
지난 5일 MBC < PD수첩 >에서는 '검찰 가족, 어느 부장검사의 고백' 편이 방송되었다. 임은정 검사의 인터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검사가 고소장을 잃어버리고 위조한 사건 그리고 상사의 폭언 폭행 등으로 극단적 선택한 고 김홍영 검사 사건 등을 통해 검찰의 감찰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를 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고자 '검찰 가족, 어느 부장검사의 고백' 편을 취재한 성기연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성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PD수첩> 예고의 한 장면 |
ⓒ MBC |
- 지난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 '검찰 가족, 어느 부장검사의 고백' 편을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떤가요?
"< PD수첩 > 방송은 항상 어려운데 이번엔 특히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원래 방송 전에 이번은 어떨 것 같다는 느낌이 있잖아요. 근데 이번에는 진짜 잘 모르겠더라고요. 왜냐면 최근 몇 년의 < PD수첩 >을 보면 굵직굵직한 큰 사건들이 많았잖아요. 이번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볼륨이 작은 사건을 얘기했던 거라 솔직히 걱정도 했는데 어쨌든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검찰 내부의 감찰 기능 작동 여부에 대해 취재하신 건데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어떤 내용을 할지 아이템 찾는 기간이 있잖아요. 그러다가 임은정 검사님이 고소장 위조 사건을 권익위에 고발했다는 내용을 우연히 알게 돼서 일이 시작되었어요."
- 이번엔 프롤로그 없이 바로 시작했는데 왜 그렇게 했나요?
"프롤로그는 보통 저희가 프로그램에서 가장 임팩트 있겠다 싶은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건데요, 제가 촬영 마친 전체 내용을 봤을 때 가장 임팩트 있었던 부분이 임은정 검사님 인터뷰였던 거죠. 전문가들의 열 마디 말보다 20년 이상 있었던 현직 부장검사가 말하는 한 마디가 더 설득력 있고 신뢰도 가고. 또 그분이 워낙 호감형으로 말씀을 잘하시잖아요. 그래서 그냥 바로 임은정 검사님으로 시작하자고 결정한 거죠."
- 임은정 검사에게 먼저 인터뷰 제안했을 때 어땠나요?
"원래 임은정 검사님 같은 경우는 개별적인 어떤 사항이 있을 때는 언론에 한정적으로 인터뷰를 해 주시는 분이었어요. 근데 이번 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한 발 더 나아가서 어떤 각오를 가지고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밝혀 보겠다'라는 생각을 하신 거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셨죠. 현직 부장검사가 이렇게 조직 내 부조리를 공개하는 내부고발자 역할을 하신다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텐데, 프로그램으로서 감사했고 개인적으로도 존경스러웠습니다."
- 윤혜령 검사가 고소장을 잃어버리고 기록은 위조했죠. 그리고 그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자 사표 쓰고 나가요. 원래 문제가 있으면 그것이 소명되기 전까지 사표 안 받아주는 걸로 아는데 윤 검사는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솔직히 제가 취재했다고 다 잘 아는 건 아니잖아요. 다만 제 생각에는 문제가 생겼을 때 사표를 쓰고 봐주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게 오랜 관행이었던 걸로 보여요. 심지어 윤혜령 검사 사건 말고 그 뒤에 나오는 성범죄들도 있잖아요. 성추행 피해자가 여럿이거나 더 심한 정도의 범죄행위도 사표를 받아 주는데요. 뭐. 어쩌면 당시 지도부는 공문서 위조는 정말 별 사안 아니라고 생각을 안이하게 했던 거 같아요."
- 흔히 말하는 게 검사 동일체 원칙인데 검사들이 제 식구 감싸기 한다는 거죠. 그것도 아니라고 보세요?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한다'라고 했을 때, 꼭 중징계나 형사고발한 케이스들을 대면서 '아니지 않느냐'라고 반발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도 감찰이 제대로 기능하는 경우들이 더 많을 거라 믿어요. 근데 몇몇 경우, 그게 소위 귀족검사와 관련된 경우나 그게 아니면 외부에 알려졌을 때 검찰의 체면이 크게 손상되는 경우들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럴 경우에는 왕왕 덮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귀족검사와 관련된 케이스가 윤혜령 진동균 검사 케이스였다면, 고 김홍영 검사 건은 후자였겠죠. 이런 사례가 외부에 알려지면 지금 방금 말씀하신 검사 동일체 원칙 있잖아요. 검찰 조직에 크게 해가 될 것 같으니 가급적 축소하려고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것이죠."
- 그럼 귀족 검사와 검찰 위상이 손상될 경우 제 식구 감싸기 한다는 건가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희가 방송에서도 말씀드렸던 거 같은데, 어떤 검찰 출신 변호사님 말씀이 이게 패턴이 있다고 해요. 일단은 좀 봐주려고 해요. 근데 이게 외부에 알려져서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언론에까지 노출되면 어떡해요. 그럼 최소화해서 징계를 하죠. 일단 징계까지 해요. 그런데 기소를 자발적으로 하진 않아요. 징계로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누가 고발하거나 여론이 너무 안 좋아요. 그러면 또 어쩔 수 없이 기소해요. 그런데 여기서도 봐줄 방법은 너무 많아요. 여론에 잊힐 정도로 몇 년 묵히다가 여러 혐의 중에 특정 것만 적용해서 최소화해서 기소한다든가...
저희가 방송에서 소개했던 고 김홍영 검사의 사건 같은 경우, 지금 제가 말씀드린 거 다 해당하잖아요. 언론에 기사가 나가니까 김대현 부장검사를 징계까지 했죠. 근데 기소는 3년 뒤에 변협이 고발한 이후에나 합니다. 변협이 고발했던 당시도 10개월 동안 조사 한 번 이루어졌다고 해요. 계속 안 하다가 기소를 했는데 여기 보면 모욕죄, 폭행죄 등 혐의들이 되게 많았거든요. 여죄를 제대로 더 조사하면 죄가 가중될 수도 있는데, 이거 빼고 저거 빼서 폭행죄로만 기소해서 징역 1년이 나온 거예요. 그래서 이를 두고도 비판이 많았었습니다."
▲ MBC <PD수첩> '검찰 가족, 어느 부장검사의 고백' 편의 한 장면. |
ⓒ MBC |
- 법무부 성범죄 위원회가 2018년 4월 검찰청과 교도소 등 산하기관 여성 공무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응답자 61%가 성적 침해행위를 당한 적 있다고 했고 그중 강제추행 등은 22%로 나왔죠. 그러나 검찰 내 성희롱 고충 심의 위원회 회의실적은 3회였죠. 간극이 상당히 큰 것 같은데.
"권인숙 의원님도 되게 강도 높게 비판하셨어요. 다른 데도 아니고 법을 다루는 기관에서 이렇게 성폭력이 많이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그동안 피해자를 위한 시스템이 전무했다는 거. 게다가 지금 말씀하신 통계는 검찰뿐 아니라 법무부 검찰 산하기관 전부였어요. 검찰만 따로 집계했을 때는 평균보다 더 이상이었다고 해요.
사실 '성희롱 고충 심의위원회'는 성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 법제화된 기구예요. 근데 그걸 이용하는 경우가 보신 것처럼 그렇게 거의 없는 것이고, 더 많은 사례가 그래도 '감찰'을 통하는데 11년 동안 검찰 내 성범죄 감찰이 44건이었다고 합니다. 근데 통계가 엄청 많았다 그랬잖아요. 그런 전수조사 결과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 거죠."
- 그럼 검사들도 검찰을 안 믿는다는 건가요?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죠. 그게 검찰 조직이 수사기관이라 그런지 소문이 정말 빠르고 피해자가 누군지 금방 특정을 한다고 하네요. 생각해보시면 저희가 봤던 미투가 검찰에서 시작됐잖아요. 어린 사람도 아니고 어느 정도 경력 되는 검사의 미투를 보았을 때, 이 조직이 얼마나 입 다물고 폐쇄적으로 이 내용을 다 덮으면서 지내 왔을까 이런 게 한 방에 드러나지 않습니까.
그럼 미투 이후에 변했냐면 여전히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을 좀 뵀어요. 오히려 일종의 역효과라면 역효과인데 많은 이들은 여전히 '서지현 검사 혹은 임은정 검사 봐라. 저렇게 내부고발해도 어차피 안 되지 않느냐. 저렇게 전국적으로 힘만 빼고 얼굴만 팔리고 결국에는 안 되니까'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히 많다고 해요."
- 2016년 상관의 폭언과 폭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김홍영 검사 문제에 대해서도 감찰 문제가 있었네요.
"감찰의 문제만 봤을 때는 첫 번째로는 사전에 남부지검에서 자체 감찰이 있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김대현 부장 관련한 보고서가 두 차례 올라갔는데, 이분이 너무 무섭게 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한다는 그런 보고서 하나 있었고 그다음에 두 번째 보고서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보고서가 있었어요. 이거는 뭘 의미하냐면 일단은 사전에 알고 있었는데 막지 못한 거에 대한 거, 그리고 더 심각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 못 했던 거. 이게 사전 감찰의 실패라고 얘기하는 거고요.
두 번째로는 사전 감찰이 있었으면 김홍영 검사의 사망 후 초기부터 어떤 문제인지 유추할 수 있었을 텐데 바로 조사하지 않은 것도 문제, 그리고 이럴 경우에는 지휘 라인도 책임이 같이 있는 건데 대검 감찰이 직접 나서지 않고 남부지검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시킨 것도 문제, 실제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휘부가 진술서 쓴 사람들을 불러 내용을 확인한 것도 문제였죠. 당시 지휘부의 변은 '문서로 된 거라서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 안 되는 부분을 물어본 거다'라고 하셨지만, 그 자체가 압력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세 번째 문제는 대검 감찰에서도 사망 전날 나왔던 증언을 빼놓은 것. 약간 부연 설명 하면 현재 나와 있는 감찰 보고서라든가 기소된 17가지의 범죄행위의 마지막 날짜가 김 검사의 사망 일주일 전이에요. 그럼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혼나고 나서 일주일 뒤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러면 인과관계를 바로 얘기하기 좀 그렇잖아요. 그 사이에 무슨 다른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될 수 있고요. 근데 이게 사망 전날 오후에 들은 거는 완전 다르지 않습니까. 분명히 진술서에 있었는데도 왜 뺐을까 이것도 여전히 의문인 거죠."
- 검찰은 해임 시키지만, 형사고발은 안 해요. 왜 그럴까요?
"형사고발을 받아서 죄가 되면 이후에 변호사 활동에 더 큰 제약이 올 수 있으니까 그래서 형사고발을 안 한 거 아닐까요? 실질적으로 변호사법상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으면 2~5년간 변호사를 못 하게 되어있죠. 그런데 아직까지 국내에서 파면된 검사는 한 명도 없고, 그 말은 누구든 3년 뒤에는 변호사를 할 수가 있다는 거죠. 그런데 만약에 형사소추를 받게 되면 변호사협회에서 그 사람의 협회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해요.
김대현 부장검사님 같은 경우는 해임만 된 상태에서 3년 뒤에 변호사 사무실을 엽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 변호사협회에서 고민했던 거 같아요. 그 사람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3년 뒤에 변호사협회가 형사고발을 한 거였다고 들었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제가 < PD수첩 > 와서 최근 느낀 점은 검찰뿐 아니라 국정원이나 기타 많은 조직이 예전과 달리 점점 권력이 분산되고 투명해지는 식으로 시대가 변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깜짝 놀랄 정도로 정보가 다 공개됩니다. 그런데 검찰만 유독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져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여전히 너무 폐쇄적이라 뭘 알 수가 없고 그들도 억울한 부분이 있겠죠. 그러면 밝히면 되잖아요. 그 당시에 기록, 진술서 이런 거 밝혀서 '봐라. 아니지 않느냐. 정당하게 했다'라고 하면 이렇게까지 더 큰 논란을 일으키지 않을 텐데, 이 검찰조직이 여전히 너무 과거의 권위적, 수직적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다는 게 좀 문제 같고요.
제가 이번에 소개한 사건들이 주로 한 5, 6년 전 일들이에요. 5, 6년 전의 검찰보다 지금의 검찰이 저는 되게 좋아졌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실제로 제도적으로도 공수처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요즘 젊은 검사님들 생각이 다르겠죠. 하지만 여전히 문제제기를 하면 '아, 되게 소수의 케이스 혹은 어떤 개인의 일탈을 가지고 침소봉대한다. 전체 검찰조직을 매도한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임은정 검사님처럼 문제제기 하는 용기 있는 검사는 정치적인 검사, 기회주의자, 심지어 '관종' 취급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게 이렇게 반복적으로 된다는 거는 그런 조직문화를 의심해 봐야 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저는 사실 2000명 검사를 도매금으로 비판하자는 게 아니고요, 검찰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또 역으로 아닌 건 아니라고 오픈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왜 최근에 보시면 검찰과 관련된 영화, 드라마 얼마나 많아요. 비리가 많은 조직으로 비치는 게 좋을까요? 그분들도 원치 않을 거 아니에요. 지금 또다시 뉴스의 중심에서 검찰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데 부디 저희가 믿을 수 있는 존경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진짜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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