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만드냐'..자치경찰제 작심비판한 오세훈, 왜?
"자치경찰위 위원 7명 중 1명만 임명"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치경찰제가 민선시장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도 경찰청 조직과 인력을 시·도로 이관하는 방향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했다.
오 시장은 12일 자치경찰제 출범 100일을 맞아 '자치경찰인가, 경찰자치인가' 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그는 "일을 하면 할수록, 제도를 알면 알수록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특히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임명 권한과 경찰 인사권 부분을 문제로 지적했다.
오 시장은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7명 중 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위원은 1명뿐"이라며 "염연히 서울시 행정기구 중 하나인 자치경찰위 위원을 뽑는데 시장은 형식적으로 임명장만 주고 6명은 다른 기관에서 정해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치경찰위는 시장 외에 시의회가 2명, 서울시교육감이 1명, 국가경찰위원회가 1명, 구청장협의체·구의회의장협의체·법원 등이 참여하는 위원추천위위회에서 2명을 선정한다.
"시·도 경찰청 조직과 인력, 시·도 이관해야"
오 시장은 또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에 올라온 문서에 결재할 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며 "현행 법령상 시장은 경감과 경위, 즉 경찰 초급 간부 승진 임용권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승진자를 결정하는 승진심사위원회는 서울시가 아니라 서울경찰청과 각 경찰서에만 둘 수 있다"며 "경찰 인사는 경찰에서 알아서 할 테니 민선 시장인 저는 사인만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서는 제도 개선에 조속히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오 시장은 "자치경찰제는 검경수사권 조정의 부록처럼 다뤄지면서 학계와 지자체에서 누차 지적해온 문제들을 고스란히 안은 채 기형적인 형태로 출발했다"며 "시행 100일을 맞아 시·도 경찰청 조직과 인력을 시·도로 이관하는 이원화 모델을 골자로 한 자치경찰제의 근본적 개선에 조속히 착수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 100일…제도 보완 목소리 커
자치경찰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대구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시행 100일 기념 콘퍼런스'에서도 참가자들은 제도 보완을 말했다. 양영철 한국자치경찰정책연구원장은 '자치경찰위원회 생활치안 정책모델사례'에 관한 주제 발표에서 "현재 자치경찰운영위원회는 구조적으로 경찰청·지구대와 단절되어 있고 자치단체와 관계에서 소통이 되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찰은 오 시장의 파이시티 사업 및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 발언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하면서 지난 8월 말 압수수색했다. 당시 오 시장은 "정치적인 수사이자 탄압"이라며 경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오 시장은 지난 2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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