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위스키 사랑하는 남자, 일본 총리가 되다

김대영 2021. 10. 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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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39)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제100대 일본 총리로 선출됐다. 작년 9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에게 무릎을 꿇은 뒤 약 1년 만에 총리가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방송국들이 기시다 총리를 밀착 취재했다. 방송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작년 선거 전 밀착취재 영상. 기시다 총리의 도쿄 집, ‘의원 숙소’에서의 촬영 장면이다.

2020년 8월 24일, 니혼TV의 ‘뉴스 에브리(news every)’가 기시다 총리가 살고 있는 의원 숙소를 했다. 부인은 고향 히로시마에 살고, 비서 장남과 대학생 차남과 함께 도쿄에 거주하는 기시다 총리. 보도의 한 장면에서 기시다 총리를 ‘주호(酒豪)’라고 소개하며, 와인셀러와 그 위에 놓인 위스키를 비췄다. 그런데 이 위스키 리스트가 예사롭지 않다.

기시다 총리의 위스키. [사진 니혼테레비 유튜브 캡쳐]


듀어스, 발렌타인 30년, 히비키 21년, 라프로익 10년 캐스크 스트렝스, 미야기쿄, 하쿠슈, 야마자키 25년, 그리고 타케츠루 21년. 부드러운 블렌디드 위스키부터 블렌디드 몰트, 싱글몰트, 그리고 강렬한 CS 싱글몰트 위스키까지. 기시다 총리의 위스키는 구성이 다양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선택하기 좋은 구성이다. 이 다양성에서 기시다 총리의 위스키 경험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일본 위스키다. 실제 가지고 있는 위스키는 더 많겠지만, 집에 두고 마시는 ‘데일리 위스키’는 8병 중 5병이 일본 위스키였다. 특히 구하기 힘들고 비싼 야마자키 25년이 있었다. 최고의 위스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위스키다. 야마자키와 같은 회사에서 만드는 하쿠슈, 히비키 외에 미야기쿄와 타케츠루를 두면서 치우치지 않는 면모도 보였다.

야마자키 25년. [사진 김대영]


특히 ‘라프로익 10년 캐스크 스트렝스’를 마시고 있는 데서 위스키 마니아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탄을 태운 연기로 맥아를 건조해 독특한 피트 향을 갖는 아일라 섬 위스키, 라프로익. 보통이라면 라프로익 10년을 마시겠지만, 기시다는 한 단계 더 들어가 10년 캐스크 스트렝스를 선택했다. 이 제품은 라프로익 증류소에서 한정 발매하고 있는데, 위스키 원액에 물 한 방울 타지 않아 평균적으로 55%가 넘는다. 그리고 라프로익 10년에 비해 풍미도 훨씬 풍부하다. 피트 위스키가 좋아 마시다 보면 언젠가 찾게 되는 위스키 중 하나다.

라프로익 10년 캐스크 스트렝스. [사진 김대영]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표를 돈으로 사던 과거에는 두 개 파벌에서 돈을 받으면 ‘닛카(일본 위스키 브랜드명, 일본어 발음 ‘니’는 숫자 ‘2’를 뜻함)’, 3개 파벌에서 돈을 받으면 ‘산토리(일본 위스키 브랜드명, 일본어 발음 ‘산’은 숫자 ‘3’을 뜻함)’, 모든 파벌로부터 돈을 받아 백지 투표를 할 경우 ‘올드파(위스키 브랜드명, 영어 ‘all’과 ‘올드파’의 ‘올’ 발음이 같음)’라고 불렀다. 정치권에서 은어에 위스키를 쓸 정도로 일본에서 위스키는 많은 사랑을 받는다. 위스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이다. 위스키를 사랑하는 마니아로서 우리나라에도 위스키를 사랑하는 정치인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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