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여자 쇼트트랙..베이징 원팀 가능할까

이형석 2021. 10. 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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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세계 최강이라는 한국 쇼트트랙의 이름이 무색하다. 눈살이 찌푸려질 만한 내부 분열 정황이 폭로돼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지난 8일 연예 매체 ‘디스패치’는 쇼트트랙 여자 대표 심석희(24·서울시청)가 과거 대표팀 코치와 주고받았던 사적인 메시지를 폭로한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심석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모 코치와 함께 대표팀 동료 최민정, 김아랑을 비하하는 대화를 나눴다. 또 “브래드버리 만들자”며 고의로 레이스 중 충돌해서 다른 선수에게 어부지리 우승을 주자고 모의하는 듯한 대화도 있어 충격을 줬다.

심석희의 매니지먼트사 갤럭시아SM은 11일 오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평창올림픽 기간에 있었던 미성숙한 태도와 언행으로 인하여 많은 분들께 실망과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보도에서 드러났듯 심석희가 최민정과 김아랑 등을 가리키며 “토 나와” "연기 쩔더라" "개XX" 같은 비하 발언을 한 것이 사실임을 인정한 것이다. 입장문에서는 심석희에 대해 “조재범 코치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여 (중략) 당시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제공

심석희 측은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레이스 중 의도적으로 넘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심석희 측은 “고의로 최민정을 넘어뜨리지 않았다는 것은 전문가의 조사를 통해 충분히 밝혀질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브래드버리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꼴찌로 주행하다가 앞 선수들이 결승선을 앞두고 연쇄 충돌해 금메달리스트가 된 주인공이다. ‘브래드버리 만들자’는 말이 맥락에 따라 ‘최민정이 우승하는 게 싫으니 내가 넘어뜨려서라도 다른 선수에게 어부지리를 만들어 주자’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심석희는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최민정과 연쇄 충돌해 넘어진 바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심석희 논란 중 승부조작 의혹에 대해서 "논란이 커지고 있어서 묵과하진 않을 것이다. 사안이 복잡해 상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심석희의 뒤늦은 해명이 나왔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쇼트트랙 대표팀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갑자기 터져 나온 추문에 팀 분위기 저하, 더 나아가 전력 약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스타다. 개인전에서는 치열한 경쟁자이면서 계주에서는 ‘원팀’이 되어야 하는 두 사람은 실제로 평창올림픽 때부터 불화설 루머에 시달려왔는데, 본의 아니게 이번에 그 사실이 폭로됐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지난 5월 초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2위를 기록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다.

가장 우려되는 종목은 여자 3000m 계주다. 이 종목은 한국의 금메달 텃밭으로 불렸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 알베르빌올림픽부터 2018 평창올림픽까지 한국 여자대표팀은 8회 중 6차례 금메달을 차지했다. 오는 베이징올림픽에서는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그러나 여자대표팀 내에서 서로의 믿음이 단단해질 수 있을지 물음표가 생긴다.

한국 쇼트트랙은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동계올림픽 최고 효자 종목이다. 하지만 점점 세계와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수단 내부의 문제가 밖으로 알려져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11일 회의를 열고 심석희를 진천선수촌에서 내보내고 대표 선수단과 분리 조치하기로 했다. 심석희는 다음주 시작하는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에 불참한다. 연맹은 심석희가 월드컵에서 동료들과 계주 경기를 소화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우려되는 점은 분위기를 수습할 총 책임자가 없다는 점이다.

연맹은 이번 올림픽에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을 감독 없이 전임 코치 체제로 운영할 계획을 드러냈다. 신임 감독을 선발하려 했지만, 기준에 맞는 후보가 나오지 않아 감독을 공석으로 두기로 했다. 각종 폭력 행위는 물론, 선수단 관리 부주의 등 각종 징계 전력이 있는 후보를 모두 탈락시켰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안중현(38), 김병준(33·이상 남자 대표팀), 이영석(41), 이소희(33·이상 여자 대표팀) 코치가 맡고 있다. 그동안 대표팀을 이끈 사령탑에 비해 경력이 적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선 팀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지도자의 경험과 지혜가 중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올림픽 개막(2022년 2월 4일)은 불과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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