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에 걷지못하는 관절장애까지..여섯 여성 치유한 행동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권혁재 입력 2021. 10. 12. 06:00 수정 2021. 10. 1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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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 10월에도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사연을 모십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인생 사진'으로 찍어드립니다.

'인생 사진'에 응모하세요.
'인생 사진'은 대형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https://bbs.joongang.co.kr/lifepicture
photostory@joongang.co.kr

▶8차 마감: 10월 31일

춤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얼굴에 행복이 핍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저희는 대부분 60대 초중반인 춤꾼들입니다.
전문적인 무용수는 아닙니다만,
전문 발레무용수와 협연 공연도 해오고,
거리에서도 즉흥 춤도 추며,
절기 WORKSHOP을 진행하여
참가자들도 춤추도록 안내하기도 합니다.

춤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고
나아가 세상과 소통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인 겁니다.
이름하여
〈소마 휴 댄서스(Soma Whew Dancers)〉입니다.

우리가 한국소매틱연구교육원(K-소매틱)에서 만나
댄스그룹을 만들어 보자며
의기투합한 게 2015년입니다.

이후 서울 국제즉흥춤페스티발 공연 및
다양한 춤 무대에서 삶의 춤을 추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60대 나이에 의기투합한 〈소마 휴 댄서스〉,
저희는 무척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더구나 저희 단원들은
하나같이 남다른 사연이 있습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최미라 단원은
쉰셋에 허벅지까지 깁스해야 할 정도로
십자인대 상처를 입었습니다.
당시 그는 삶이 깁스 된 채
그는 없고 '며느리ㆍ엄마ㆍ마누라'만 있음을 느꼈답니다.
그때 절뚝거리는 다리를 끌고
춤 테라피 공부를 했습니다.
결국 춤으로 생명력이 회복된 그는
이제 다른 이의 회복력을 촉진하는
삶을 잇고 있습니다.

고영한 단원은 춤으로
놀라운 반전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30년 전 온몸의 관절들이 좁아져
걷는 것은 물론 손의 사용조차 힘들 정도였답니다.
오랜 공부 끝에 몸 상태는
감정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몸의 움직임과 춤으로 그 얼어붙은 감정을 풀고
화양연화를 누리고 있답니다.

임보건 단원은 초등학교 교사였습니다.
그런데 명퇴로
35년간의 초등학교 교사직을 내려놓은 순간,
누군가 그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뻥~차
우주 밖으로 날려 보내 버린 것 같은
공허감을 느꼈답니다.
춤의 도움으로 공허감을 떨치고
춤동작 테라피스트, 모델, 뮤지컬배우 등의 활동을 하며
‘일상의 유쾌한 창조자’로 살고 있습니다.

현남숙 단원은
춤을 만나기 전과 후의 그는
다른 사람이라고 늘 말합니다.
덧붙여 춤을 추되 그 스스로만의 춤을 춘다는 것은
은총이라고도 말합니다.
결국 춤을 통해 더더욱
자기가 자기다워지는 힘이 생겼다는 거죠.

문수정 단원은 연극인입니다.
개념이 아닌 느낌을 알아차리기 위해
춤을 추기 시작했답니다.
결국 그가 품었던 삶의 숙제,
30년쯤 품었던 그것이 춤으로 인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왔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 단체 대표를 맡은 이미숙입니다.
고백하자면 28세 미혼에
유방암 3기 진단으로 가슴절제 수술을 했습니다.
몸은 제게 안전하지 않고
부끄럽고 불편한 곳이었죠.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17년 강의하면서도
몸 철학을 연구했습니다.
결국 뿌리 깊은 암의 트라우마를
몸의 움직임과 춤 기반의 표현예술 작업을 통해
맘껏 분출하고 해소하면서
온전한 치유를 경험했습니다.

이렇듯 저희 단원들은
춤으로 자신을 치유하고,
나아가 쉼과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마(soma몸마음)와 표현예술로
삶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저희의 춤을 펼칠 공간과 무대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춤으로 세상을 치유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저희 들의 꿈을
사진으로 찍어 주시면 안 될까요?
이미숙 드림

아픔을 춤으로 치유한 걸 서로서로 알기에 60대의 나이에도 춤으로 소통하고자 의기투합하여 만든 〈소마 휴 댄서스〉입니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수정, 이미숙, 임보건, 최미라, 현남숙, 고영한 단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스튜디오로 온 그들은
하나같이 쭈뼛쭈뼛했습니다.
“저희 같은 사람이 여기서
사진 찍힐 자격이 될까요?”라며
겸연쩍어하기도 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원래 전문 무용수가 아닌 일반인들이라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에 더 적합합니다.”라며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면서도 속으론 살짝 걱정이 앞섰습니다.
저리들 주뼛하니
춤으로 세상과 소통한다는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여 걱정이 앞선 겁니다.

이미숙 대표의 첫 요청 사항이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찍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춤 집단다운 포스가 드러나게끔 해달라는
부탁까지 덧붙였습니다.

사진 촬영 준비 중에
누군가가 몸이나 풀자며
휴대폰 음악을 켰습니다.

음악이 나오자마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돌변한 겁니다.
리듬을 타거나,
바닥에 뒹굴거나,
뛰거나 하며
순식간에 자기들만의 세계로 빠져든 겁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몸 푸는 데도 신발부터 벗었습니다. '발과 바닥의 키스'로부터 시작하여 리듬을 타고 뒹굴며 자신과의 소통하는 게 그들의 춤이었습니다. 김경록 기자


그다음부터 통제 불능이었습니다.
가만히 서 있는 자세로 찍어 달라는
이 회장의 요청은 언감생심입니다.

당최 다들 그냥 서 있지를 못합니다.
두고 보니 가만히 서 있는 게
그들에겐 가장 힘든 일이었습니다.

데면데면했던 첫 분위기 때문에
저 혼자 지레 걱정했던 게 기우였습니다.

이날 그들이 들려준
그들의 춤 철학은 이러합니다.
“몸은 그냥 바디가 아니고
지성, 감성, 영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세포 하나하나까지 다 느끼며 추는 춤입니다.
막춤으로 보일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손가락, 발가락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고,
나아가 세상과 소통하는 춤인 겁니다.”

막춤처럼 보여도 막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손가락, 발가락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고, 나아가 세상과 소통하는 춤, 그것이 그들이 지향하는 춤이라 합니다. 김경록 기자


이런 철학을 가진 그들,
신발부터 벗어 던졌습니다.
‘발과 바닥의 키스’로부터
춤이 비롯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렇듯 그렇게
그들은 그들의 몸짓으로 춤을 췄습니다.

한동안 춤을 춘 후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이런 스튜디오에서
춤을 추는 것만으로도 감격입니다.
이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습니다.”

춤으로 자신과 세상을 치유하고자 하는 그들,
세상의 역병으로 인해
춤출 자리조차 마땅치 않은 현실입니다.
그들의 뜻이,
그들이 춤이
세상과 오롯이 함께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그들의 몸짓을 응원합니다.

김경록·권혁재 기자 photosto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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