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남욱에게 "3억 해줘 고맙지만 위례로 다 갚았다"

최은경 2021. 10.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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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옛날에 너희가 3억을 해줘서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 빚은 위례사업으로 다 갚은 거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으로 구속된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남욱 변호사(48·미국 도피중)에게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관련 뇌물 3억원 수수 경위에 대해 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동 특혜가 위례신도시에서 시작됐다는 연결고리가 상세히 드러난 셈이다. 유 전 본부장의 측근인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공 투자사업팀장)가 지난 9일 검찰에 낸 자술서에서다.

검찰은 앞서 3일 유 전 본부장을 8억원의 뇌물 혐의로 구속하면서 올해 1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에게 받은 5억원 이외 2013년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52)씨에게 3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동규, 남욱·정영학한테서 3억 받고 위례사업 편의”


1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변호사는 자술서에서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8월 남욱 변호사가 남양주도시공사가 주관한 양정역세권 사업자 공모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직후 만나 “시끄럽게 굴지 말고 잊어버리라”며 과거 위례사업 얘기를 꺼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이 “너희가 3억을 해줘서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런데 배신은 너희가 한 것이다. 그 빚은 위례사업으로 다 갚은 거다. 너희 3명과 나는 더 이상 채권 채무 관계는 없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너희 3명은 위례사업 동업자인 남욱·정재창·정영학을 지칭한 말이다. 이 중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지분 24.9%(배당금 1007억원)를 소유한 천화동인 4호 대주주다. 16%를 소유한 정영학 회계사(52·천화동인 5호·644억원)와 함께 대장동 사업구조를 설계한 이로 지목된다.

정 변호사 자술서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위례사업 당시인 2013년께 개인적으로 진 빚 3억원 때문에 곤경에 처하자 남 변호사를 불러 “3억을 좀 해줄 수 있느냐”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남 변호사가 정재창·정영학과 3억원을 마련한 뒤 유 전 본부장의 집을 찾아가 직접 전달했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의 도움으로 이들 3명이 위례사업을 진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위례신도시 개발 개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위례신도시 사업은 2013년 9월 출범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첫 사업으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일대 6만4713㎡에 아파트 1137가구를 분양한 사업이다. 대장동과 같은 민관합동개발 방식이다. 당시 민간사업자로 위례자산관리가 선정돼 화천대유 역할을 했다. 이때 위례자산관리의 자회사 위례투자2호와 3호에 각각 남욱 변호사의 부인 정모씨와 정영학 회계사의 부인 김모씨가 사내이사로 참여했다. 대장동 사업에서 화천대유·천화동인 1~7호와 비슷한 구조다.

10월 11일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이 검찰에 출석했다. 뉴스1

“유동규 정영학 폭행, 대장동 아닌 2014년 위례 때…김만배 목격”


유 전 본부장이 당시 3억원을 받고서도 남욱 변호사 등의 ‘배신’을 언급한 것은 위례사업 공모 당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에게 외부 전문가로 자문을 받았는데 이들이 민간사업자로 참여해 이익을 챙긴 걸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지분 44.2%·배당금 1885억원)씨 측근은 이날 “2014년쯤 김 회장이 남 변호사, 정 회계사와 모여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술집에 유 전 본부장이 찾아와 ‘셋이서 나를 따돌리고 위례 개발 이익을 몰래 챙기려 했다’며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의 뺨을 때리며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의 정영학 회계사 폭행 사건이 대장동 이익 배분 때문이 아니라 7년 전 위례신도시 수익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경제지 법조팀장이던 김씨가 이들의 사업 비밀을 알게 되고 대장동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과 정 회계사는 이후 2019년쯤 경기 수원시의 한 노래방에서 만나 위례신도시 때 폭행 사건에 대해 화해했고, 그 자리에서 김씨가 농담 삼아 유 전 본부장에게 “내 수익 중 절반(700억원 상당)을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던 걸 정 회계사가 녹취했다는 게 김씨 측의 주장이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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