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전은 없고 막말만 남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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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꼬리 잡는 유치한 싸움 … 철학·전략 없어
정권교체 여론 높지만, 후보 지지도는 열세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내홍으로 빠져들면서 유권자들의 시선은 다시 국민의힘을 향하게 됐다. 국민은 이들이 과연 대안 세력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마침 본 경선에 나설 네 명의 후보가 추려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그리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다.
어제 이들 간의 첫 TV토론이 있었다. 다음 달 5일 최종 후보를 선출하기까지 열 차례 토론을 한다. 이날 토론은 이전보다 밀도와 긴장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앞선 토론에서 보인 실망스러운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이전 토론에선 누구도 기억에 남을 만한 비전과 정책을 내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볼썽사나운 장면만 많았다. 윤석열 후보는 “집이 없어 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는 발언을 비롯해 실언을 연발했고, 손바닥에 왕(王)자가 있는 채로 토론에 나와 때아닌 역술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손가락만 씻은 것 같다”는 측근들의 해괴한 해명도 있었다.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유승민 후보가 경제 분야 토론에서 항문침 치료사까지 거명하며 윤 후보를 향해 “역술인 누구 아느냐”는 식의 질문에 매달린 것 또한 실망스러운 장면이었다. 두 후보는 토론회 후 감정싸움까지 벌였다.
홍준표 후보도 경쟁자를 향해 ‘지X하는 놈’이라고 하고, 초선 의원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는 등 자신에 대한 비판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윤 후보를 향해 ‘범죄공동체’라고 한 것도 선을 넘은 발언이다. 홍 후보는 대선에 재도전하는 후보다운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와 홍 후보가 누가 1, 2위를 했느냐를 두고 벌인 신경전도 가관이었다. 누가 더 잘하느냐가 아닌, 누가 더 못하느냐의 경쟁이었다.
국민의힘으로선 대선 구도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정권교체 여론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어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도 정권교체 의견(51.5%)이 정권재창출(39.7%)보다 11.8%포인트 앞섰다. 5주 전보다(7.1%포인트) 격차가 커졌다. 지난 8일 한국갤럽 조사도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 당선’ 답변이 ‘정권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 당선’ 답변을 17%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정작 개별 후보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비해 백중 열세다. 후보들이 자체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 내심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고 싶겠으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2012년 대선 때 정권교체론이 50%를 넘었으나 결국 보수(박근혜)가 재집권했다. 최종전에선 후보 경쟁력이 먼저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국가 운영에 대한 비전과 철학, 그걸 구현할 정책과 대안, 그리고 반대편과의 갈등을 조율해 목표를 실현할 열정과 전략을 한 번이라도 보여준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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