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감동시킨 칠곡 초등생의 편지

김윤호 입력 2021. 10. 12. 00:03 수정 2021. 10. 1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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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보낸 감사 편지를 들고 웃는 유아진양. [사진 칠곡군]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장병 유해를 찾아달라는 한 초등학생의 손편지에 주한 미국 대리대사가 자신의 해병대 근무 이력을 밝히며 감사의 손편지를 전했다.

11일 경북 칠곡군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 대리대사는 최근 주한 미국대사관 SNS에 초등학생의 손편지를 공유하고, 자신이 직접 손편지를 작성해 전달하면서 감사를 표했다. 10만원 상당의 사진집도 선물했다.

손편지를 쓴 초등학생은 경북 칠곡군 왜관초등학교 5학년 유아진(11)양이다. 유양은 1950년 8월 낙동강 전투에서 실종된 미군 장교 제임스 엘리엇 중위 유해를 찾아달라며 지난 7월 백선기 칠곡군수에게 편지를 썼다.

유양이 미군 전사자 유해를 찾아달라고 편지를 쓰게 된 것은 동네에 있는 ‘호국의 다리’를 찾게 되면서다. 이 다리는 한국전쟁 초기 국군이 수세에 몰리면서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나자 남하하는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 폭파했던 곳이다. 유양은 이곳에서 엘리엇 중위의 사연이 적힌 추모기념판을 읽게 됐다. 엘리엇 중위는 1950년 8월 호국의 다리 인근에서 야간 작전 중 실종됐다. 그의 부인은 평생 남편을 기다리다 2014년 암으로 숨졌다. 미국에 사는 자녀들은 어머니 유해 일부를 작은 유리병에 담아 호국의 다리 밑 낙동강에 뿌려 부모님의 사후 재회를 도왔다.

백선기 군수는 2018년 10월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에 엘리엇 중위의 아들·딸을 초청해 명예 군민증을 수여했다. 엘리엇 중위의 딸 조르자 레이번은 한 줌의 유해라도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실종 장병 귀환을 염원하는 검은 깃발을 지금도 집 앞에 걸어둔다고 한다.

유양은 손편지를 전하면서 “칠순이 넘은 아들과 딸이 아직도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너무나 안타까워 편지를 썼다”며 “엘리엇 중위님이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칠곡군 지역 유해 발굴을 담당하는 육군 50사단 낙동강여단 예하 칠곡대대 장병들은 유양의 손편지를 복사해 지갑에 넣고 다닌다고 한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언론 보도 등으로 유양의 손편지와 사연을 접했다. 코소 대리대사는 유양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 역시 미국 해병대 출신으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고귀한 목숨을 바친 미국인들의 희생을 기리고 있단다”며 “엘리엇 중위와 유가족들을 위한 너의 따스한 마음에 감사하기 위해 작은 선물을 보내며 가까운 미래에 아진 학생과 직접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썼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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