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쪘네? 운동장 돌아"..법망 피한 5인 미만 직장 갑질 '심각'
#. “사장이 폭언을 일삼았고, 살이 쪘다는 이유로 운동장을 돌게 했습니다. 과도한 업무 지시도 했습니다. 사장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두려워 공포에 떨 정도였습니다. 두통, 구역질 등 스트레스로 인한 고통이 너무나 심했습니다.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직장 내 괴롭힘은 다뤄지지 못했습니다.”
#. “구두로 당일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상호 논의 없이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대표가 고함을 치며 해고 통지했습니다.”
#. “근로계약서에 하루 8시간 일하게 돼 있지만 매일 야근과 휴일 근무를 했습니다. 새벽까지 근무한 적도 많았지만, 야근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월급이 250만원이 넘지 않았습니다. 입사할 때 사장님이 빨간 날은 휴일로 쉰다고 했는데 추석과 설날을 제외하고 빨간 날에도 출근해 일했습니다. 역시 수당은 없었습니다. 출퇴근 지문이 없는데 야근 수당이나 휴일수당을 받을 수 있을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11일 ‘5인 미만 갑질 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상담 이메일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직원의 상담 신청은 총 71건이었다. 내용 유형별로는 ‘직장 내 괴롭힘’이 43.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임금(42.3%), 징계·해고(35.2%) 등 순이었다.
지난 6월 이 단체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52.1%로, 다른 사업장이 30% 수준인 데 비해 훨씬 높았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은 이 법의 적용 범위를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 개정해야”
직장갑질119는 해외에서는 국내와 같이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노동법의 적용을 예외로 하는 입법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연도별 처리현황’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중 5인 미만 사업장 등을 이유로 법 적용 제외 처리가 된 사례는 지난해 268건, 올해 8월까지 312건”이라며 “전체 신고의 40%를 넘는 취하 사건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경영상의 이유로 휴업을 하는 경우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과 공휴일·대체휴일 등을 유급휴일로 보장해야 한다는 규정도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를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서면으로 통지할 의무도 없다.
심준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시간, 휴일, 해고 등 모든 조항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법 조항 대부분을 적용하지 않는 근로기준법은 세계적 추세에 반하는 반인권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해 해고, 직장 갑질, 휴일 등 기본적인 인권에 관한 조항은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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