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특화된 교육·보육정책.. '화천의 꿈' 쑥쑥 큰다

서승진 2021. 10. 11. 21: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녀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
안심셔틀버스, 우수 혁신 사례 뽑혀
지자체 직접 돌봄 서비스 시행 앞둬
2019년 7월 벨기에에서 열린 화천 청소년 해외배낭 연수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해외 배낭 연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중단된 상황이다. 화천군 제공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는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마주하고 있는 공통된 숙제다. 지자체별로 각양각색의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인구가 2만4300명에 불과한 강원도 화천군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교육·보육 지원 정책 강화를 택했다.

화천군은 최문순 군수가 취임한 2014년 전국 처음으로 교육복지과를 신설했다. 2016년에는 인재육성재단을 만들었고, 이듬해 7월에는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 만들기’ 지원조례를 만들어 체계적이고, 강력한 교육정책을 펴고 있다.

대학생 학자금과 거주공간 비용지원은 화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육정책이다. 군은 인재육성재단에 기금을 출연해 2018년부터 자녀 대학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대학뿐 아니라 해외 100대 대학 유학생에게도 등록금 100%를 지원한다. 또 화천을 벗어나 유학 생활을 하는 대학생에게 월 50만원 한도 내에서 거주공간 지원금을 준다. 부모가 3년 이상 화천에 거주 중이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 1학기에는 496명에게 학자지원금 9억7461만원, 404명에게 거주공간 지원금 6억6057만원을 지급했다.

지난 4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무료 스마트 안심셔틀버스도 화천의 특화된 정책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화천군 내 주요 교육기관과 교육복지시설, 주요 거주 밀집 지역 등 20여곳을 이어준다. 버스호출 앱으로 버스를 불러 탑승한 뒤 원하는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다. 학부모의 도움 없이 안전하게 이동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제1회 찾아가는 혁신 현장투어’에서 지자체 우수혁신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전국 최초의 지자체 직접 돌봄서비스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군은 총사업비 178억원을 투입해 화천복합커뮤니티센터를 조성 중이다. 내년 3월쯤 문을 열어 초등학생들에게 직접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돌봄은 하교 직후부터 부모가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올 때까지 유지된다. 부모 사정상 방문이 어려운 경우 전용 셔틀버스가 집 앞까지 안전한 귀가를 돕는다. 센터 전담 돌봄 인력은 군이 직접 고용한다. 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에겐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 콘텐츠와 외국어 강좌, 미술 등 예체능 강의가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 7월 영어능력평가 인증시험인 JET(Junior English Test)에 응시해 인증급수를 취득한 화천지역 초등학생들이 인증서를 들고 있는 모습. 이들은 화천군의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화천군 제공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지원사업도 다양하다. 무상교육과 교복비 지원, 친환경 무상급식을 비롯해 재능개발지원금, 원어민 보조 강사 지원, 청소년 비전 찾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군은 현재 결혼·임신·출산기에서부터 영유아기·아동 청소년기·청년기·전 생애에 이르기까지 120여개 교육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서비스 정보를 접하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막고자 매년 가이드북도 발간하고 있다.

군은 수요자 중심의 정책으로 고효율의 복지를 구현하고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는 철저히 수요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2018년 사내면에 문을 연 실내수영장도 군수에게 보낸 초등학생의 편지에서 시작됐다. 2017년 개관한 화천 어린이도서관도 보육과 육아에 고민 중인 여성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이다. 어린이도서관은 개관 4년 만에 학습과 다양한 문화강좌 공간, 놀이터 등 화천을 대표하는 영·유아 복지의 허브 역할을 해내고 있다.

군은 지난해 전체 예산 4034억원 가운데 13.8%인 558억원을 재단 출연금 등 교육복지 관련 예산으로 편성했다. 군 관계자는 “500억원이 넘는 예산은 재정자립도 8%가 채 되지 않는 지자체에는 적지 않는 돈”이라며 “그런데도 꾸준한 교육복지정책 추진을 위해 행사성 경비, 일회성 소모 예산 등을 매년 줄여 교육복지와 인재육성재단 출연금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문순 화천군수 “도움 받은 학생들로 인해 화천은 결국 발전할 것”

“우리 아이들이 도시 아이들과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변함없이 교육지원에 집중하겠습니다.”


최문순(사진) 화천군수는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시와 시골의 교육복지 수준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도시와 농촌의 간극이 여전히 크고,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며 “교육정책에 집중하는 것은 저교육이 저소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화천군은 대학생을 비롯해 초·중·고교생에게 연간 3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교통비와 교복비, 급식비, 어학연수 및 배낭연수비용, 방과 후 학교, 돌봄 프로그램 등 50여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 군수는 “교육 지원사업이 일관성 있게 진행됨에 따라 긍정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강원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외지로 전학 가는 학생 비율이 2009년 46.5%에서 지난해 29.5%로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화천군은 연간 예산이 4000억원 안팎이며, 재정자립도는 8%대의 작은 지자체다. 매년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지만, 교육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고 있다.

그는 “교육지원은 그 시기가 중요하고,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며 “화천의 아이들이 공부를 마치고 화천에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헛돈 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나무가 아닌 숲을 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1000만명이 되지 않는 이스라엘이 전 세계적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며 “화천군의 도움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서울에 살든, 미국에 살든 ‘내 고향이 화천’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들로 인해서 화천은 결국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