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실용'으로 대장동 돌파 시도..지사직 사퇴 고민

남수현 2021. 10. 11. 18: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지도부-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상견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1일 대전현충원을 찾아 기념탑을 참배했다. 방명록엔 “선열의 고귀한 희생에 성장하는 공정사회로 보답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이라고 적었다. 전날 50.29%의 득표율로 결선 투표 없이 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뒤 첫 공식 일정이었다.

이 후보는 현충원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국가의 제1 의미는 국가공동체를 지키는 안보”라면서 “앞으로 우리 국가공동체가 계속 유지·존속되기 위해서는 국가 공동체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른 분들에 대한 예우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또 “대한민국의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는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충청 지역에 위치한 대전현충원을 일부러 선택했다”며 ‘지역 균형’도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1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대선후보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함께 참배한 송영길 민주당 대표(오른쪽)과 윤관석 민주당 사무총장(왼쪽)이 이 후보를 뒤를 따르고 있다. 김성태 기자

이날 기념탑을 찾은 이 후보의 좌우로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윤관석 민주당 사무총장이 뒤따랐다. 당내 일각의 ‘경선 불복’ 논란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흔들림 없이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일종의 ‘원팀 퍼포먼스’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후보는 이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을 비공개로 방문해 코로나19 대응 및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이 후보 경선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현충원과 질병청을 찾은 건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한 과거와 지금의 헌신을 각각 살핀다는 취지”라며 “앞으로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했던 국민을 위해 민생 행보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숙제로 드러난 중도층 민심…“민생·실용으로 돌파”

내년 3월 대선 승리를 위한 첫걸음은 뗐지만, 이 후보는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저조한 득표율(28.30%)로 확인된 ‘중도 확장성’을 해결해야 한다. 이날 당과 캠프 내부에선 막판 저조한 득표율에 대해 “대장동 논란 영향”, “이낙연 지지층 결집”, “야당 지지층 역선택” 등 여러 해석이 쏟아졌지만, “대선 본선을 생각했을 때 우려스럽다”는 인식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 후보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국민이 한다. 정치는 물 위에 떠 있는 배 같은 것”이라며 “주권자의 의지를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앞으로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을 방문해, 정은경 청장의 안내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가 돌파구로 준비하는 건 ‘민생·실용 노선’이다. 이미 전날 ‘후보 선출 감사 연설’에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이 후보는 연설에서 “국가 주도의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으로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우하향에서 우상향으로 바꾸겠다”며 “좌파 정책으로 대공황을 이겨낸 루스벨트에게 배우겠다”고 말했다.

‘뉴딜(New Deal) 정책을 통한 경제부흥’은 앞서 이 후보가 지난 7월 출마선언문 때 강조한 내용이기도 하다. 출마선언문에선 “대공황 시대의 뉴딜처럼 대전환의 시대에는 공공이 길을 내고 민간이 투자와 혁신을 감행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말로 표현됐다. 이 후보는 출마선언문을 쓰기 전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으며 미국 대공황 시기 뉴딜 정책을 연구했다고 한다.

전날 연설문엔 이념을 넘어선 실용주의 기조도 반영됐다. 이 후보는 “경제에, 민생에 파란색, 빨간색이 무슨 상관이겠냐”라며 “유용하고 효율적이면 진보·보수, 좌파·우파, 박정희·김대중 정책이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강조했다. “국민의 지갑을 채우고,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만 있다면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채택하고 과감하게 집행하겠다”, “‘오직 국민, 오직 민생’의 신념을 지켜가겠다”고 강조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이 지사는 4226자 연설문에서 '국민'(47회) 다음으로 ‘경제’와 ‘공정’(10번), ‘민생’과 ‘개혁’(9번)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송영길, 지사직 사퇴 공식 건의…李 “생각해보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11일 '당지도부-대통령 후보 상견례'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에 입장하면서 서로 먼저 들어가라고 양보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이 후보와의 독대에서 “하루속히 경기도 지사직을 정리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해 본격적으로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 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정책을 빨리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게 명분이었지만, “대선 후보로 선출된 마당에 국정감사장에 서는 게 맞느냐”는 우려를 함께 전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당초 오는 18일과 20일 열리는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그동안 이 후보는 법정 사퇴 시한(12월 9일) 직전까지 최대한 도지사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혀왔다. 경선 캠프 내부에서도 “사퇴 시한을 아무리 앞당겨도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10월까지는 도지사직을 유지하자”는 공감대도 있었다고 한다. 이 후보가 매년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렸던 만큼, 국정감사에 출석해도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도 깔렸었다.

하지만 대장동 논란이 증폭되면서 당내 여론이 급변했다. “민생·실용 이슈를 얘기해야 하는 시점에 국정감사장에 출석하면, 또다시 대장동 논란에 발이 묶인다”는 지적이 잇따른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금 야당이 대장동 논란에 대해 사실에 근거해서 비판하는 게 아니지 않으냐. 교묘하게 비틀고 왜곡한 논리로 몰아붙이면 아무리 이 후보라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선 막판까지 ‘지사직 유지’에 무게를 실었던 이 후보는 이제 결단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 후보는 이날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사직 사퇴 건의 수락 여부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도지사의 책임도 있고 대선 후보의 책임도 있어서,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며“심사숙고해서 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현석·남수현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