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7년 만에 분할되는 SKT..'통신' 뗀 자회사들 날개 달까

권유진 입력 2021. 10. 11. 16:16 수정 2021. 10. 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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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을지로 SKT 타워. [연합뉴스]

SK텔레콤이 창립 37년 만에 회사를 두 개로 나누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다. 12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 안건이 통과되면 SKT는 기존 통신사업을 이어갈 존속 회사와 정보통신기술(ICT) 투자 전문회사로 나뉜다. 그동안 통신 회사에 포함돼 저평가됐던 자회사들의 '제값 받기'가 가능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SKT는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존속 회사와 신설기업 ‘SK스퀘어’의 분할 안건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4월 인적분할 청사진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이후 6월 이사회를 통해 기업분할 계획서를 결의했다. 임시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다음 달 1일을 기일로 기업 분할이 이뤄진다. 이후 주식 매매거래정지 기간(10월 26일부터 한 달간)이 지나면 11월 29일에 나뉜 두 기업을 변경해 재상장하는 절차를 거친다.


5대 1 액면 분할 추진 "소액주주 비중 늘 것"


이번 주총에서는 정관 개정을 통한 액면 분할도 이뤄질 예정이다. 액면 분할을 통해 현재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1주는 액면가 100원인 5주가 된다. SK텔레콤 발행 주식 총수는 현재 7206만143주에서 3억6030만715주로 늘어난다. 또 인적 분할에 따라 약 6 대 4 분할 비율대로 존속 회사와 신설 회사로 나눠진다. SKT 측은 “액면 분할을 통해 주주 구성 측면에서 소액주주들의 비중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분할을 통해 자회사 구성에도 변화가 생긴다. 일단 존속 SKT에는 통신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K브로드밴드와 SK텔링크 등이 편제된다. 존속 회사는 유무선 통신과 홈 미디어 분야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ㆍ구독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넓힌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내놓은 구독형 서비스 브랜드인 ‘T우주’의 매출을 2025년까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 외에도 메타버스ㆍ모바일에지컴퓨팅(MEC)ㆍ클라우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SKT가 올해 공개한 메타버스 공간 '이프랜드'. [사진 SK텔레콤]

SKT가 그동안 ‘뉴 ICT’로 내세웠던 보안(ADT캡스)ㆍ커머스(11번가)ㆍ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분야는 신설 회사에 포함된다. SKT가 지분 20.1%를 보유하고 있던 SK하이닉스도 신설 회사에 속한다. 원스토어ㆍ콘텐츠웨이브 등 콘텐트 사업을 하는 부문도 여기에 들어간다.

신설 회사는 설립 목적에 맞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무대로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래형 반도체를 포함한 혁신기술에 투자함으로써 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신설 회사에 합류하게 될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5년까지 순자산 규모를 75조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목표를 제시했다.

새롭게 진열을 가다듬은 자회사의 기업공개(IPO)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IPO를 준비 중인 원스토어와 ADT캡스ㆍ11번가의 기업 가치는 합쳐서 최대 10조원까지 평가받는다. 약 22조원 수준인 SKT 시총의 절반 가까이 되지만 그동안 ‘통신’이라는 틀에 갇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분할은 변화의 시작일 뿐"


시장에서는 “신설 회사가 반도체 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동시에 자회사 상장을 통해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은 변화의 시작일 뿐 그 자체가 평가 대상은 아니다”며 “분할을 한다고 해서 기업이 생각하는 가치를 주식 시장이 바로 인정해 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변화의 속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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