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12억만 기다리는데.." 이러니 이사 오도가도 못한다
#이모(39)씨는 자녀 초등학교 진학에 맞춰 경기 수원 아파트를 팔고 이사하려 했지만, 아직 집을 내놓지 않았다. 이씨의 집값이 최근 몇 년 사이 오르면서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인 9억원을 넘겨서다. 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통과되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실거주 아파트였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양도세가 2000만원 이상 나온다. 이사 갈 다른 집도 다 오른 상황에서 파는 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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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론 확정 100일 넘었는데…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 14명은 지난 8월 2일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비과세 기준인 9억원을 12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줄이면서도 양도세 비과세 하한선을 현실화하는 취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들어갔다. 법안이 시행되면 1주택자가 9억~12억원의 주택을 팔 때 세금이 크게 줄어든다.
여당은 개정안을 발의하기 전 두 차례 의원총회를 열고 6월 18일 당론으로까지 확정했다. 하지만 이 소득세법 개정안은 발의 이후 본회의에도 올라가지 못 하고 표류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기준선을 상향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이 7월 발의돼 8월 통과한 것과 대비된다.
아파트 ‘매물 잠김’ 부추겨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3만9639건으로, 4만 건에 못 미쳤다. 매달 1일을 기준으로 하면 9월엔 3만9467건, 8월엔 4만155건 등으로 6월(4만5233건) 이후 급감하는 추세다.
비과세 기준이 현행 9억원으로 설정된 건 지난 2008년이다. 이후 14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정영호 국회사무처 전문위원은 ‘소득세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현행 기준이 시행된 2008년 말 대비 전국 주택 평균매매가격은 87%, 아파트는 104% 상승했고 서울은 각각 86%, 121%가 상승했다”며 “개정안이 1세대 1주택자의 주택 거래비용을 낮춤으로써 주택 시장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장·단 있다는 기재부, “반대 안 한다”
당초 양도세 기준 상향에 신중론을 펴던 기획재정부도 입장을 선회한 모양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6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양도세 기준 상향을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했다. 기재부는 다음 달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기준 상향의 긍·부정 효과가 모두 있다고 본다.
개정안 통과는 앞으로 나타날 정치적 방향성에 달렸다는 게 여당 내 분위기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이 상대적으로 부유층인 9억 초과 아파트 매도인에 대한 감세라는 비판이 있어서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관계자는 "그간 대선 후보 경선 때문에 미뤄졌지만 이제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며 "부동산 세제 완화를 반대하는 당내 강경파의 의견과 여론 및 지지율 변화 등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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