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봐, 언니들 싸움"..요즘 센여자, 화장 지우고 이걸로 붙는다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Mnet)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3회. 각 팀의 리더이자 참가자 중 가장 연장자인 모니카와 허니제이의 대결을 앞두고, 허니제이가 이렇게 외치자 후배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 발언은 각종 소셜미디어(SNS)에서 “이게 진짜 여자들의 싸움”이라며 밈(meme·인터넷에서 놀이처럼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으로 회자됐다.
지난 여름 김연경 선수를 비롯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올림픽 경기를 보며 울고 웃던 시청자들이 올가을 여자들의 춤 대결과 축구 시합에 푹 빠졌다. 짙은 아이라인, 화려한 의상, 독설로 대표되는 ‘센 언니’가 아니라 땀 흘리는 ‘센 언니’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대를 헐뜯고, 부딪히며 신경전을 벌이는 대신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준다.
골때녀·스우파 등 여성예능 ‘대박’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피멍을 불사하는 열정과 승부욕, 팀워크 덕분에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으며 평균 시청률 5~8%, 최고 시청률 12%를 기록했다. ‘골때녀’의 예상치 못한 인기에 박정훈 SBS 사장은 “여러분이 이렇게 목숨 걸고 할 줄 몰랐다”며 지난달 시즌2 제작을 발표했다.
‘스우파’는 국내 최초 여성 스트리트 댄스팀의 경연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과거 같은 방송사의 랩 대결 프로그램에서 여성 래퍼의 감정싸움이 부각됐던 것과 달리, 상대 팀을 응원하는 등 동료애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첫 탈락의 고배를 마신 웨이비가 떨어질 때 모든 팀이 달려가 눈물을 흘리며 위로했다. 치열한 경쟁의 한 복판에서도 각 팀의 이름이 적힌 깃발을 들고 모든 팀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상대 팀이 호평을 받으면 “그럴만했다”고 인정하며 함께 기뻐한다.
MBC 간판 예능 ‘라디오스타’에도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출연해 평소보다 높은 시청률(6%대)을 기록했다. 도쿄 올림픽 기간에 서로를 챙긴 에피소드와 “룸메이트인 표승주 덕에 버텼다”라며 고마움을 전한 김연경 선수의 말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직장인 이승현(35)씨는 “지금까지 TV에서 보던 ‘센 언니’는 짙은 화장과 거친 말투로 공격적인 이미지가 부각돼 솔직히 거부감도 좀 들었다”며 “지난해 ‘환불원정대’ 멤버들이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올해도 예능에서 여성들의 강한 팀워크를 감동적으로 풀어내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백미경 작가 “재벌 얘기가 아닙니다”
여성의 연대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은 우정과 협업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대중문화 속 여성은 진정으로 서로 돕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 질투하고, 겉으론 웃으며 뒤에서 음모를 짜고, 조직 내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으로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돌았다.
여성, 진짜 주인공이 되다
미디어에서 여성에 대한 시각이 바뀐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이 방송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 여성들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한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했기 때문에 주로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되곤 했다”며 “그러나 최근 여성이 방송의 주체가 되면서 과거 남성의 전유물인 가치를 여성이 표현할 것을 요구하는 시청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M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젠더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이러한 주요 시청층의 의식 변화를 반영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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