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30억 개성센터 짓고도, 10년간 재산등록 안한 정부
정부가 533억원을 들여 건설한 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를 약 10년간(2009년 12월~2021년 3월) 국유 재산으로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센터는 개성공단이 위치한 북한 개성시 판문구역 내에 있다. 북한이 관할하는 곳에 정부 예산을 들여 건물을 지으면서 법적 소유권조차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해 온 셈이다.
정부는 2007년 8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창립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원센터 건설을 시작했고, 2009년 12월 말 완공했다. 연면적 약 3만 743㎡(약 9300평)에 지상 15층 규모로 개성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국유재산법 14조는 “총괄청이나 중앙관서의 장은 국유재산을 취득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체 없이 등기ㆍ등록 등 권리보전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인근에 있는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만 국유재산으로 등록했을 뿐 지원센터의 국유재산 등록은 수차례에 걸쳐 미뤄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 지원센터는 준공 후 10년이 흐른 지난 3월에야 국유재산 대장에 등록됐다. 태 의원이 외통위 회의 등에서 국유재산 미등록으로 인한 문제점을 수차례에 걸쳐 지적한 데 따른 조치였다.
통일부는 국유재산 등록이 미뤄진 이유에 대해 “2009년 12월 지원센터 완공 이후 소유권 문제와 관련해 (해당 건물을) 개성공단지원재단으로 양도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며 “하지만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공단 운영에 부침이 있는 가운데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0년간 미뤄진 소유권 이전 논의
게다가 개성공단 운영이 남북 관계와 연동돼 운영상의 부침이 심하다는 점은 오히려 서둘러 국유재산 등록을 통해 법적 소유권을 명확히 해야 할 근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개성공단은 물리적으로 북한 관할 지역 내에 있는 데다, 북한은 그간 수차례에 걸쳐 자의적으로 개성공단 통행금지 조치나 공단 폐쇄 등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고, 관리 상 위험성도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특히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개성공단지원센터에 대한 물리적 접근조차 불가능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국유재산 등록이 지원센터에 대한 한국의 법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서류상 근거에 해당한다.
외벽 뜯겼는데 '손해배상' 청구조차 못 하나
하지만 폭파 당시 지원센터는 국유재산으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였다. 북한 측에 폭파의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지원센터의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손해배상 청구 자체를 “남북관계의 특성상 실효적 부분에서 한계가 있는 조치”로 규정하며 “남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을 상대로 한 손배소에서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준 확정 판례가 있다. 국군 포로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에서 승소했고, 이를 근거로 북한에 줄 저작권료를 관리하고 있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대한 추심금 청구 소송도 진행중이다. 정부가 실효성을 이유로 지레 소극적 태도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태영호 의원은 “정부 예산 533억원을 들인데다 북한 영토 내에 지어진 시설임에도 10여년간 국유재산 등록을 하지 않은 것은 전형적인 행정 부실과 관리 허술로 인한 결과”라며 “남북 관계에 따라 개성공단 운영 중단·폐쇄 등의 부침이 있는 상황이었다면 오히려 더욱 법적 소유권을 명확히 해 철저하게 관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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