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호의 시시각각] 대선과 '자유인' 유시민
조국사태 때 편가르기로 바닥 보여
그가 말했듯 작가할 때가 제일 나아
잠시 뜸했던 이름이 다시 나왔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말이다. 그는 지난 4일 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한 유튜브 방송에서 "오늘이 이사장으로 마지막 공식 행사"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는데 그 며칠 전 그가 전격 '프리 선언'을 한 거다. 때마침(8일) 이재명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유시민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지지를 기대하고, 그런 게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지난 주말 그의 대선 역할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친노·친문 사정에 밝은 한 인사도 "유 이사장이 이 지사를 어떻게든 돕지 않겠느냐"며 무게를 실었다. 다만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선 정해진 게 없어 보인다. 이 지사를 돕는다면 당분간은 선대위 외곽에서 역할을 하리란 전망이 많다.
이 시점에서 '유시민 역할론'이 왜 나온 걸까. 이재명 캠프에서 나온 유 이사장에 대한 지지 기대의 이면에는 여권의 위기감이 어른거린다.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는 절박함이기도 하다.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정치 안 한다'는 사람이라도 불러내 힘을 보태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이 지사가 대장동 의혹에 대해 정면돌파 중이지만 당 내부엔 다른 기류가 적지 않다.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터지면 끝장'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거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거부감이 극도로 팽배해 '정권을 넘기면 거덜이 난다'는 생각이 어느 대선 때보다 강하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윤 전 총장 같은 자질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절대 돼선 안 된다는 것도 정권을 지켜야 할 중요한 이유지만, 그의 행보를 보면 정권을 잃으면 우리 진영에는 상상도 못 할 끔찍할 일들이 생길 거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의원도 "행여 윤 전 총장이 정권을 잡는다면 그야말로 재앙과도 같은 일"이라고 했다. 인물난도 소환의 이유다. 이 지사가 후보가 됐지만 '명락대전'을 거치며 난 상처가 깊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 반이재명 정서를 가진 이들에게 유 이사장은 약이 될 수도 있다. 그가 여전히 친노·친문의 상징성이 있는 건 분명하다. 게다가 '상왕' 이해찬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긴 부적절하고 친노·친문의 적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구속 수감 중이다. 여권 일각에선 유 이사장이 과거 친문들 사이에서 대선후보로 거론돼 온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포석이란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그가 나선다면 과연 어떨까. 기대는 그저 기대일 뿐일 거다. 과거 '싸가지 없는 유시민'에서 방송 등을 통해 온화한 이미지를 쌓은 '작가 유시민'일 때는 괜찮았다. 그 무렵 대선 후보군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국 사태로 바닥을 드러냈다. 당시 조국의 호위무사로 나서며 이성을 잃은 듯 보였고 지나친 진영논리로 편을 갈랐다. 정경심 교수의 압수수색 전 컴퓨터 반출이 "증거 보전"이란 주장은 궤변 중의 궤변이었다. 얼마 후엔 "노무현재단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가 1년 후에 사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조국 사태 때 그러했는데 제2의 조국 사태가 될 수 있다는 대장동 대선에서 그가 보여줄 그림도 불문가지다.
유 이사장이 이 지사를 돕고 나서면 사실상 정치를 하는 거다. 직접 출마하는 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정치 안 한다'는 평소 기조와 맞지 않는다. 심지어 올 초 검찰의 사찰 의혹 제기에 대한 사과문에선 정치 비평조차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그다. 아무리 체질상 정치판이 열리면 가만있지 못한다 하더라도 역대급 네거티브 대선이 될 게 뻔한데 거기다 입 하나를 더 보탤 이유가 있을까. 그는 사과문에서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했다"는 고백도 했다. 선거판이란 게 또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오랫동안 그를 봤지만 자신의 말대로 작가일 때가 제일 낫다. 정치에디터
신용호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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