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장애인 활동지원, 앞으로 10년이 더 중요

입력 2021. 10. 11. 00:27 수정 2021. 10. 11. 06: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동기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의 장애인복지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관점에 따라 출발 시점이 약간 달라질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1961년 생활보호법 제정을 통한 재활시설 등장이 국내 장애인복지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복지 역사는 60년 정도에 불과하다. 60년이란 짧은, 혹은 긴 세월 동안 장애인복지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많이 시도돼왔다.

1981년 ‘심신장애자 복지법’ 제정을 시작으로 2019년 ‘장애 등급제 폐지’가 이뤄졌고, 마침내 올해엔 ‘탈 시설-지역사회 정착 로드맵’ 발표가 있었다. 이처럼 해를 거듭할수록 장애인복지가 발전·진화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크다.

「 장애등급제 폐지 등 제도적 진화
장애·비장애 격차 계속 줄여가야

그런데 이처럼 발전해온 장애인복지 제도에서 가장 이정표적이면서 기념비적인 변화, 또는 시도를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일까. 필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2011년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장애인 활동 지원 제도’라고 말할 것이다. 올해는 장애인 활동 지원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장애인 활동 지원 제도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핵심적인 수단이자 목적이다. 장애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력이 그 어떤 정책과 제도보다 크다. 장애인 활동 지원 제도가 장애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력이 다른 그 어떤 제도보다 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제도가 추구하는 이념 자체에 있다. 그동안 장애인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강렬하게 염원했던 자기 결정권에 기반을 둔 자립 생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에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담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국민이 법적 권리로 당연히 누려야 할 다양한 기본권, 즉 평등권·참정권·자유권·청구권·사회권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기본권 중에서 인간이 가장 강렬하게 염원하는 기본권은 당연히 자유권일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과 결정권을 타인이 아닌 스스로 주체가 되어 행사하는 것이 자유권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장애인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리던 이와 같은 권리를 장애인 중에서 특히 중증장애인이 장애인 활동 지원 제도를 통해 드디어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 부모를 포함한 가족이 아닌 장애인 스스로가 된 것을 의미한다.

그뿐만 아니라 항상 자리에 누워서 지내야 하는 중증 와상(臥牀) 장애인 또는 도전적 행동이 강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평생을 사는 것이 한국에선 그동안 너무나도 당연시 여겨졌다. 그런데 장애인 활동 지원 제도에 따라 이들도 비장애인 또는 경증장애인처럼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은 꿈을 더는 꿈이 아닌 현실에서 누릴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장애인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이 제도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점점 발전하고 진화해왔다. 특히 2019년 장애 등급제 폐지를 통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점이 개선됐다. 예를 들면 장애 등급으로 인해 제한됐던 신청 자격의 확대, 추가 급여 중심의 기형적인 급여 체계 개선, 급여량 확대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표적으로 사회적 모델에 기반을 둔 평가체계로의 전환, 장애인의 자기 평가를 반영한 다면평가 도입, 장애 유형별 급여 형평성 개선 등이다. 필자가 ‘지난 10년’보다 ‘앞으로의 10년’을 더 기대하는 이유다. 앞으로 10년의 장애인 관련 제도 개선과 발전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의 삶이 더 행복해지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비장애인과의 삶의 격차가 더 좁혀지는 포용적 사회(Inclusive Society)로 한 걸음 더 발전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동기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