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쿵 떨어졌는데 "폰이다"..950억 지원에도 매맞는 아이
지난 6월 서울의 한 가정집. “쿵”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거실에선 산후도우미 A씨가 생후 20일 된 아기를 돌보던 중이었다. 당시 A씨가 놀라서 뛰어나온 엄마에게 “아기가 아니라 휴대전화가 떨어졌다. 병원에 안 가도 된다”고 말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병원 검사 결과 담당 의사는 아이에게 뇌진탕 증상이 보인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지난 3월엔 경기도 평택에서 산후도우미 B씨가 생후 20일 된 아기의 한쪽 다리만 들고 거꾸로 들어 올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B씨를 가정집에 배정한 사회서비스센터는 폐업했다.
최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정부지원 산후도우미)가 아동을 학대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동학대예방 사업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예산만 늘린 채 관련 조치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정부지원 산후도우미를 제공하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사업’은 모자보건법에 근거를 둔다. 출산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산후도우미를 길러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출산 후 60일 이내 산모가 지원받은 이용권을 사용하면 제공기관이 정부지원 산후도우미를 배정한다. 산모의 영양관리, 신생아 수유 지원, 산모·신생아 세탁물 관리 및 청소 등이 주요 업무다.
국비 지원 늘었지만, 아동학대 건수도 증가
문제는 그 다음이다. 허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8월 정부지원 산후도우미의 아동학대 사례는 총 7건이다. 1건에 그친 지난해 수치를 8개월 만에 넘었다. 허 의원은 해당 수치에 개인 고용 형태의 산후도우미 아동학대 사례가 빠진 만큼 실제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자격 기준·결격사유 불명확한 산후도우미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지원 산후도우미가 공공서비스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18세 이상에 건강한 신체조건이라면 지정된 교육기관에서 총 60시간 교육을 이수한 뒤 누구든 산후도우미가 될 수 있다.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서비스가 자격 기준과 결격사유를 명확히 규정한 것과 대비된다.
교육과정에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이 30분인 점도 미흡한 부분으로 거론된다. 자신의 행동이 학대에 해당하는지 잘 알지 못한 채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는 만큼 교육이 중요한데도 교육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의 품질평가 관련해 2019년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현장평가가 2016년 대비 36% 줄어든 점이 문제로 지목되기도 했다.
“산후관리사 자격증 도입해야”
서정환 한국산후관리협회장은 “아동학대 예방 교육시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번에 10시간을 하는 것보다 1시간 교육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현재 경영상 적자구조인 이용권 제도를 개혁해 서비스 요금 결정 주체를 민간에게 맡기거나 정부지원금을 산모에게 직접 지급해 산모들이 제공 기관을 선택하게 하는 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산후도우미의 아동학대 예방 교육시간을 2시간으로 늘리고 보수교육에서도 1시간 이상 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내년 품질평가 시 제공기관을 대상으로 현장평가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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