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쿵 떨어졌는데 "폰이다"..950억 지원에도 매맞는 아이

심석용 2021. 10. 10. 23: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유아. 사진 PIXABAY

지난 6월 서울의 한 가정집. “쿵”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거실에선 산후도우미 A씨가 생후 20일 된 아기를 돌보던 중이었다. 당시 A씨가 놀라서 뛰어나온 엄마에게 “아기가 아니라 휴대전화가 떨어졌다. 병원에 안 가도 된다”고 말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병원 검사 결과 담당 의사는 아이에게 뇌진탕 증상이 보인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지난 3월엔 경기도 평택에서 산후도우미 B씨가 생후 20일 된 아기의 한쪽 다리만 들고 거꾸로 들어 올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B씨를 가정집에 배정한 사회서비스센터는 폐업했다.

최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정부지원 산후도우미)가 아동을 학대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동학대예방 사업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예산만 늘린 채 관련 조치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정부지원 산후도우미를 제공하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사업’은 모자보건법에 근거를 둔다. 출산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산후도우미를 길러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출산 후 60일 이내 산모가 지원받은 이용권을 사용하면 제공기관이 정부지원 산후도우미를 배정한다. 산모의 영양관리, 신생아 수유 지원, 산모·신생아 세탁물 관리 및 청소 등이 주요 업무다.


국비 지원 늘었지만, 아동학대 건수도 증가


산후도우미가 아이를 거꾸로 들어 학대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에 따르면 산후도우미 관련 지원액은 최근 5년간 지속해서 느는 추세다. 2016년 국비 예산으로 약 121억원이 투입됐고, 매년 늘어 지난해엔 약 950억원을 지원했다. 제공인력도 2016년 이후 지난해를 제외하곤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1만 8000여명이 산후도우미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7월부턴 기준중위소득 120%인 가정으로 지원 범위를 넓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엔 코로나19 탓에 제공인력과 이용자 수가 소폭 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산후도우미가 받는 최저임금이 오르고 지원대상이 확대하면서 매년 관련 예산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허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8월 정부지원 산후도우미의 아동학대 사례는 총 7건이다. 1건에 그친 지난해 수치를 8개월 만에 넘었다. 허 의원은 해당 수치에 개인 고용 형태의 산후도우미 아동학대 사례가 빠진 만큼 실제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자격 기준·결격사유 불명확한 산후도우미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지원 산후도우미가 공공서비스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18세 이상에 건강한 신체조건이라면 지정된 교육기관에서 총 60시간 교육을 이수한 뒤 누구든 산후도우미가 될 수 있다.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서비스가 자격 기준과 결격사유를 명확히 규정한 것과 대비된다.

교육과정에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이 30분인 점도 미흡한 부분으로 거론된다. 자신의 행동이 학대에 해당하는지 잘 알지 못한 채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는 만큼 교육이 중요한데도 교육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의 품질평가 관련해 2019년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현장평가가 2016년 대비 36% 줄어든 점이 문제로 지목되기도 했다.


“산후관리사 자격증 도입해야”


산후관리사 자격증 제도 안. 자료 산모 및 신생아 건강 관리 서비스 개선방안 연구
전문가들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사회정보원은 산후도우미 제공기관을 3년 주기로 평가한다. 그런데 평가등급이 낮은 곳도 산모가 이용권을 쓰는 데 제한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며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제공기관에 대한 평가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산후관리사 자격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산후관리사 3급을 한시적으로 운영한 뒤 자격증 정착 후 폐지하면 도우미 공급난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한국산후관리협회장은 “아동학대 예방 교육시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번에 10시간을 하는 것보다 1시간 교육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현재 경영상 적자구조인 이용권 제도를 개혁해 서비스 요금 결정 주체를 민간에게 맡기거나 정부지원금을 산모에게 직접 지급해 산모들이 제공 기관을 선택하게 하는 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산후도우미의 아동학대 예방 교육시간을 2시간으로 늘리고 보수교육에서도 1시간 이상 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내년 품질평가 시 제공기관을 대상으로 현장평가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