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계 거목, 원정수 전 인하대 교수 별세
부인 사별 후 19일만에 별세
해방 후 한국 건축계를 이끈 원정수 전 인하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10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1957년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1959년 한국 최초의 여성건축가 고(故) 지순씨와 결혼해 공동으로 일양건축사사무소,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간삼건축) 등을 세우며 현대 건축에 발자취를 남겼다. 부인 지순씨는 1967년 아이 셋을 둔 주부로서 여성 최초 건축사로 합격해 화제가 됐다. 대학교수가 건축 설계 실무에 직접 나서는 것을 백안시하는 분위기 탓에 부인이 사무소 대표를 맡고 함께 설계를 했다고 한다.
1969년 한국 최초의 부부 건축전을 연 이들은 1983년 간삼건축을 설립한 뒤 한국은행 본점, 동숭아트센터, 국회의장 공관, 삼성 태평로빌딩, 서울역 세브란스 빌딩 등을 설계했다. 1995년에는 포스코센터로 '건축의 미래상'이라는 극찬과 함께 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택과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등도 원 교수의 작품이다.
『한국 건축 어디로 가고 있나』, 『부부 건축가의 건축외길 50년』, 『건축 세상만사』, 『집-한국 주택의 어제와 오늘』, 『원정수·지순 구술집』 등의 저서를 남겼고 서울특별시 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민훈장 목련장, 예총 예술문화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1963년부터 1999년까지 30년 넘게 인하대 건축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진 양성에 힘썼다. 2000~2006년 한국건축가학교 교장, 미국 하와이대 건축대학 실무지도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부인 지순씨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이 별세한 10일은 이들의 62주년 결혼기념일로 알려졌다.
유족은 딸 원순영(재미 사회학자)·원선(스웨덴 에릭슨 근무)·원혜원(바이올리니스트)·원혜성(그래픽디자이너)씨와 사위 송규진·박대민·이종한씨가 있다. 빈소는 본인인 설계한 은평성모병원의 장례식장 6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2일 오전 6시.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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