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BIFF] 박찬욱 감독 "금자씨 '너나 잘하세요' 내가 친구에게 했던 말"

조연경 2021. 10. 10. 1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친절한 금자씨'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10일 부산 중구 비프광장로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진행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부국제) '커뮤니티비프 리퀘스트시네마 - '금자씨'로 보는 광기의 형상' 프로그램에서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를 대표하는 명대사 '너나 잘하세요'에 대해 "대사는 내가 썼다. 그리고 그 대사를 만든데는 어떤 일화가 있다"고 운을 뗐다.

박찬울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 각본을 쓰기 한참 전에, 데뷔하고 나서, 그러니까 지난 세기다"라며 "90년대 후반에 내가 쓴 영화 각본들이 영화사에서 너무 많이 거절 당했다. 정말 힘들던 때 대학부터 영화 공부를 함께 하던 친한 친구가 '대체 어떤 각본이길래 그렇게 거절을 당하냐. 좀 읽어보자' 해서 보여줬다. 읽고 나서는 찻집에서 만나 '왜 네가 이렇게 이 모양 이꼴인지 알겠다'면서 설교를 하더라. '투자자가 좋아할만한 각본은 이런 것이다. 네 시나리오는 무엇이 결여됐고 무엇이 지나치다'는 훈계를 엄청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친구도 영화 각본을 쓰는 작가 지망생이었는데, 듣다 듣다 마지막에 내가 저 대사를 날리고 일어섰다. 나도 내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스스로도 놀랐고, 나와서도 가슴이 콩닥콩닥 할만큼 떨렸다. 하지만 그 말을 할 정도로 내가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도 아주 생생했다. 그 기억은 잊혀지지 않아서 대사로도 썼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찬욱 감독은 "사실 '너나 잘하세요'는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존대말과 반말이 섞였다. 극중 전도사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것이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예의보다도 못한, 분노와 멸시를 담은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그래서 자막 번역을 함에 있어서는 아주 후회했다. '왜 저런 대사를 써서' 싶더라. 어떻게 해도 번역에서는 맛을 살릴 수 없었다.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을 비롯해 미국인, 심지어 당시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님까지 나서서 상의했지만 결국 딱 맞는 표현을 못 찾았다"고 고백했다.

한편 지난 2018년 신설된 영화제 속 복합문화축제 커뮤니티비프는 '관객이 만드는 영화제, 영화제 안의 문화 축제'라는 슬로건을 내건 부산국제영화제 스핀오프 페스티벌이다. '관객, 영화인, 연구자, 활동가, 지역주민 등이 주체가 돼 누구나 즐기고 나누는 영화제를 만들어간다'는 포부로, 리퀘스트시네마: 신청하는 영화관, Day X Day(데이바이데이), 마스터톡 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부산=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ongang.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