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60cm 허리 30인치..'S라인' 사라진 여성 마네킹이 떴다

정희윤 2021. 10.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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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포지티브 캠페인을 진행하는 유튜버 치도가 7일 오전 스파오 코엑스몰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가운데 두 마네킹이 대한민국 평균 사이즈를 반영해 만든 일명 '차별 없는 마네킹'이다. 장진영 기자

대한민국 남녀의 평균 사이즈로 제작한 일명 ‘차별 없는 마네킹’이 등장했다. 남성 마네킹의 키는 172.8cm에 허리둘레 77cm, 여성 마네킹의 키는 160.9cm에 허리둘레 76cm다. 마네킹에 입혀진 옷을 보고 ‘나한테도 잘 맞을까?’ 하는 고민을 덜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를 기획한 국내 1호 내츄럴 사이즈(66-77) 모델이자 패션 유튜버인 ‘치도’를 7일 마네킹이 전시된 스파오 코엑스몰점에서 만났다. 치도는 “누가 정한지 모를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한번 바꿔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나를 사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차별 없는 마네킹'은 스파오와 함께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치도, 샌드박스와 함께 '차별 없는 패션쇼'부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 온 스파오는 계속 매장에 이 마네킹을 진열할 예정이다. 치도는
‘차별 없는 마네킹’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1년 9개월이 걸렸다. 치도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자신의 소속사인 샌드박스와 함께 바디 포지티브(‘자신의 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사회 운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프로젝트 이름은 ‘에브리, 바디’(모두의 몸) 였다. 사이즈와 성별 상관없이 일반인 지원자를 모집해 온라인으로 진행한 ‘차별 없는 패션쇼’가 시작이었다.

치도는 “패션쇼를 마치고 난 뒤 이 가치를 확장해보고 싶었다”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결국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바뀌어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사회가 만든 틀을 흔들어 보자는 의미로 만든 슬로건(Shake the frame. Every, Body)을 걸고 마네킹 제작을 위한 모금을 진행했다. 목표 금액 100%를 달성하면 마네킹 2구(여성 1, 남성 1)가 만들어지는 구조였다. 치도는 “마네킹 하나라도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에 100%만 달성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을 깨고 펀딩을 연 지 5시간 만에 목표 금액이 모금됐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227%를 기록해 여자 마네킹 2구와 남자 마네킹 2구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 바탕으로 전문가 조언받아 제작


기존의 마네킹 사이즈(위)와 '차별 없는 마네킹' 사이즈(아래)표. 치도X샌드박스
이 마네킹은 대한민국 25세~34세 남녀의 평균 사이즈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매년 전문가들이 한국인의 사이즈를 취합해 데이터화하는 ‘사이즈 코리아’(한국인 인체치수조사)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사이즈를 결정했다. 치도는 “단순히 한국인 평균 체형은 이럴 것이라는 추측에서 나온 게 아니라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 교수님 두 분의 조언도 받았다”며 “단순한 몸의 둘레뿐만 아니라 얼굴부터 손가락 길이까지 세밀하고 정밀하게 반영했다”고 말했다.

마네킹은 4번의 우여곡절 끝에 완성됐다. 치도는 “이 데이터로 마네킹 제작 회사에 의뢰했는데, 기존의 관습 때문인지 숫자는 같아도 ‘아름다운 라인’이 반영된 시안이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여성 마네킹 제작 당시에는 업체와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한다. 그는 “어깨에서 팔까지 직각으로 떨어지는 모양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업체 사장님은 ‘어깨가 넓어 보일 텐데 괜찮겠냐’고 물었다”며 “그런 미적인 부분을 빼고 현실적인 마네킹을 만들고 싶다는 점을 설명하고 4번째에 만족하는 시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치도는 “사이즈를 아예 크게 만들면 주목을 더 받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기회는 많지 않다고 생각해 가장 현실적인 사이즈로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치도는 “큰 한 방을 노렸다면 자극적으로 만들었겠지만, 이 정도(正道)를 걷고 싶었다”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사이즈는 더 다양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에게도 ‘바디 포지티브’ 알려 주고파”


바디포지티브 캠페인을 진행하는 유튜버 치도가 7일 오전 스파오 코엑스몰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치도는 ‘바디 포지티브’운동에 대해 “비교적 등한시되는 이슈지만 생각보다 외모 때문에 자신의 시간과 잠재력을 허비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작은 불씨가 되어 사회가 점차 변화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치도의 다음 프로젝트는 ‘동화책 집필’이라고 한다. 그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대부분 몸에 대한 콤플렉스가 어릴 때 가까운 사람이 툭 던진 한마디로부터 시작됐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아이들에게도 바디 포지티브 교육이 필요하겠다 싶어 동화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나의 몸과 남의 몸에 대한 생각을 바로잡아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치도는 “자신을 사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며 “지금의 사회 현상에 대해서 ‘잘못됐다, 고치자’라기 보다는 ‘이런 선택지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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