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빠니보틀'의 딱정벌레차..18년 만에 부활한 사연

1970년 여름 독일의 한 가정집. 40대 중반의 한국인 여행자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행 중 친분을 쌓았던 독일인 올가 여사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아서다. 선물은 주황색 자동차. 1968년에 태어난 폭스바겐 비틀로 ‘딱정벌레차’라 불리던 인기 기종이었다. 그는 친구의 선물에 ‘우정 2호’란 이름을 붙었다. 우정을 나눈 두 번째 친구란 뜻이었다.
이들은 3차 세계여행을 함께한 뒤 네덜란드에서 배를 타고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도 곳곳을 함께 누볐다. 영원히 함께할 것 같았던 이들은 2003년 동행을 멈춰야 했다. 여행자가 먼저 영원한 안식처로 떠나면서다. 한국 최초의 세계여행가인 고(故) 김찬삼(1926~2003)씨와 그의 애마 우정 2호의 얘기다.
더 큰 세상을 향해 떠난 지리교사
김씨의 본업은 교사였다.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뒤 고교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1958년 그는 돌연 사표를 낸다. 평소 꿈꾸던 세계여행을 위해서였다. 세계 일주를 한다는 건 죽으러 가는 거라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주위에선 강하게 반대했지만 김씨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책만 보고 죽은 지식을 가르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빼곡한 발걸음의 기록을 『세계 일주 무전 여행기』,『김찬삼의 세계여행』시리즈로 세상에 선보였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제한됐던 시절. 그는 지금의 ‘빠니보틀’같은 ‘세계여행 유튜버’였다. 국내로 돌아온 뒤엔 대학에서 후학을 길러내면서 영종도에 세계여행문화원을 차렸다. “책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18년 만에 날개 펴는 우정 2호

쓸쓸히 잊히는 듯하던 우정 2호가 다시 빛을 보게 된 건 최근이다. 우정 2호 이야기를 접한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이 나서면서다. 유 관장은 “선생의 이야기를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다”며 김씨의 자녀들을 설득했고 박물관 기탁을 끌어냈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였다. 수년간 방치된 우정 2호는 곳곳이 부식된 상태였다. 기탁방식이었기에 시비로 수리하기 어려웠다. 사정을 알게 된 지역 시민예술단체 ‘아침을 여는 모임’이 후원에 나서면서 비로소 부활 준비가 끝났다.
“선생 흔적 담긴 전시관 만들어지길”

인천시립박물관은 복원이 끝나는 데로 우정 2호를 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유동현 관장은 “자녀들이 나중에라도 아버지를 위한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해서 기탁 방식을 택했다”며 “선생의 흔적이 담긴 전시관이 언젠가 꼭 만들어졌으면 하는 게 선생에게 영향을 받은 모든 이의 바람”이라며 웃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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