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 '로지' 아빠 겸 소속사 대표를 만나다

박수호 2021. 10.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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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스타그램 계정 10만 폴로우를 돌파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로지’. 신한라이프 광고 모델 발탁 후 화제가 되면서 일약 광고업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올해에만 광고 모델료 등으로 몸값 10억원을 이미 넘겼다.

로지는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만든 가상인간으로 지난해 8월 첫선을 보인 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로지를 만든 이른바, ‘로지 아빠’이자 ‘소속사 사장님’인 백승엽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대표에게 로지 제작 과정, 향후 계획 등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상인간 인플루언스 ‘로지’ 개발자 백승엽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 대표

Q. 가상인간 사업 구상은 언제 어떤 계기로 했나.

A. 원래 광고 회사를 다니면서 광고마케팅 분야 전문성을 키워왔다. 그러다 3D 애니메이션 기술에 강점이 있는 로커스로 이직했다. 원래 장기인 마케팅과 잘 연결해볼 수 있는 사업 모델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해외 사례를 보니 미국의 가상인간 ‘미켈라’, 영국의 가상 흑인모델 ‘슈드’가 스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단순히 가상인간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팬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한국을 대표하는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뛰어든 것이 여기까지 왔다.

Q. 로지는 눈에 확 띄는 완벽한 외모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의도한 건가.

A. ‘눈과 눈 사이가 멀다’ ‘못생겼다’ 등 외모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완벽한 비율의 미인보다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외모가 매력 있다는 평가도 많다. 여기에다 춤, 노래, 연기 등 다양한 재능이 있는 게 알려지면서 ‘반전 매력이 있다’는 반응이다.

이와 더불어 집중한 것은 ‘소통’이다. 로지의 인스타 계정은 폴로우 수 대비 ‘좋아요’ 수나 댓글 비율이 다른 인플루언서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그만큼 세심하게 댓글에 응답하고 새로운 제안도 잘 받아들여서다. 한 폴로어가 올린 글에 로지가 댓글을 달자 “세상 살면서 처음 셀럽(유명인사)에게 받아본 댓글이다. 감동이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서 뿌듯했다. 일상을 공유하는 인플루언서 캐릭터로 기획한 것이 먹혀들었다는 걸 확신했다.

슈페리어그룹이 MZ세대를 겨냥해 새롭게 출시한 골프브랜드 '마틴골프'. 로지를 메인모델로 쓰면서 큰 관심을 일으켰다. (마틴골프 제공)

Q. 최근 인기를 실감하는가.

A. 그렇다. 슈페리어가 MZ세대를 겨냥한 신상 브랜드 ‘마틴골프’ 모델에 선정돼 첫 착장 사진을 인스타 계정에 올렸다. 요즘 골프 열풍이 반영된 건지 댓글이나 ‘좋아요’ 수가 여타 포스팅 중 가장 많았다. 새로운 도전이나 시도에 적극 반응하는 팬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이런 점을 좋아해준다. 다른 인플루언서와는 달리 확실하게 반응을 볼 수 있어서다. 댓글, 좋아요 수 등을 바탕으로 마케팅 방향을 설정하거나 추가 아이디어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들 한다. 이제는 팬들이 대놓고 이런 브랜드, 저런 브랜드의 광고 모델이 돼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일부 팬들은 해당 브랜드에 ‘로지를 써달라’고 읍소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다(웃음).

로지와 협업한 페라가모. 본사에서 대표가 친히 감사편지까지 보내왔다.

Q. 광고업계 ‘블루칩’이다 보니 까다롭게 광고주를 고른다는 소문이 있던데.

A. 벌써부터 ‘스타 병(病)’에 걸린 것은 아니다(웃음). 로지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는 수입이 ‘0(zero)’였다. 소셜미디어상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려면 여러 뷰티, 패션 브랜드 제품 협찬이 필수다. 그런데 워낙 무명에 가상인간이라는 생소한 콘셉트다 보니 외면받았다. 한 브랜드 업체에 ‘신제품을 공짜로 입혀주고 착장컷만 찍은 후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는데 단칼에 거절당해 얼굴이 붉어질 적도 있다. 그러던 것이 6개월여 만에 이렇게 반전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지금은 수많은 광고, 협찬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기준과 원칙을 잘 정해야 캐릭터가 오래갈 거라고 봤다. 로지는 MZ세대를 대변하는 캐릭터인 만큼 친환경, 윤리 소비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에코 프렌들리’ ‘플라스틱 프리’ 등의 가치를 주창하는 브랜드 혹은 업체와 협업하는 걸 선호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대상도 MZ세대 혹은 신규 MZ세대 고객을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광고 모델로 나선다. ‘좀 떴다고 오만해졌다’는 오해가 없길 바란다.

Q.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의 장점으로 ‘사생활 논란, 스캔들에서 자유롭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래도 생명력을 갖게 되면 ‘열애설(?)’이 터진다거나 젠더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 ‘무조건 안전한 캐릭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A. 당연히 위험 관리를 해야 한다. 특히 젠더 이슈는 민감한 만큼 스태프들도 매번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다만 열애설 같은 건 오히려 귀엽게 터질 수도 있다고 본다. 로지는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특정 세계관을 갖고 있는 개성 있는 캐릭터기 때문이다. 가상인간이지만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다거나 짝사랑하는 인물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실제 사회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다양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로지, 넌 남친 없어?”라는 질문도 들어오기도 한다. 가상인간이지만 인격을 갖고 있다고 보고 어떤 상황이든 유연하게 대처하려 한다. 때로는 실수하는 영상도 내보낼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는 인식도 주고 싶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로지는 그동안 목소리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조만간 목소리를 들려줄 계획이다. 더 나아가 음반도 낼 계획이다. 배우로서 드라마 단역 출연에도 도전하는 등 스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도전은 다 해볼 예정이다.

더불어 가상인간으로서의 특성도 적극 살릴 것이다. ‘버추얼 로지 트립’이 그중 하나다. 로지가 떠나는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이 주력이다. 한일 월드컵 때 응원하던 곳을 가본다든지 신라시대 혹은 영국, 하와이로 날아가는 장면도 연출할 수 있다. 로지가 어디로 여행 갔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많은 팬이 댓글을 달아줬다. 이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극대화한 색다른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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