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이도향촌'이 부동산 해결 제3의 길

김남중 2021. 10. 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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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마강래 지음
메디치, 280쪽, 1만7000원
서울은 부동산 문제로 들끓고 있지만 지방은 소멸 위기로 숨죽이고 있다. 서울로 사람이 쏠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집값 상승도 지방 회생도 어렵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신간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에서 “수도권 일극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주택을 핵폭탄 수준으로 공급해도 서울의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본다”고 주장한다. 메디치 제공


마강래(50)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문제를 갖고 씨름하는, 학계에서 보기 드문 ‘지방주의자’다. 지방소멸에 대해 경고음을 울린 ‘지방도시 살생부’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지방 정책의 키워드 역할을 해온 균형발전 전략을 비판하고 권역별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지방을 재편하는 거점개발을 주장한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지방 이주를 통해 수도권 집중을 해결하고 지방 회생의 가능성을 제시한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 산다’ 등을 통해 지방 문제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제시해왔다.

마 교수는 새 책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에서 우리 사회 최대 문제인 부동산 이슈를 지방주의자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 외에 또 하나의 길이 있다, 수요 분산이 그것이다’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사람이 빠지는 것이 가장 빠른 주택 공급 정책이다. 지금부터라도 어떤 계층이 수도권을 빠져나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방 이주 촉진을 통한 수도권 주택 수요 분산이라는 ‘제3의 길’이 한가하고 비현실적인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마 교수는 “수도권 일극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주택을 핵폭탄 수준으로 공급해도 서울의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본다. 그는 앞서 발표한 책들에서 수도권에 필적할 만한 대도시 몇 개를 지방에 만드는 메가시티 전략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지방 이주 촉진을 통해 수도권 집중화에 대응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마 교수의 이런 주장은 공감대를 넓혀가며 부산·울산·경남이 추진하는 ‘동남권 메가시티’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촌향도했던 베이비부머의 10%만 고향으로 돌아가도, 수도권에서는 44만명이 빠져나간다. 이 중 배우자와 함께 이동하는 이들을 50%만 잡아도 66만명이 이주하게 된다. 이 정도 인구가 수도권에서 빠져준다면? 아무리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20만∼30만호의 주택이 공급되는 효과를 가질 것이다.”

그는 “주택 수요의 공간적 분산이 단기간 내에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자신 있게 주장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베이비부머의 지방 이주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이주할 경우, 수도권 집에 실거주하지 않더라도 자격요건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택연금 제도를 개편하고 증여세를 완화하는 등의 유인책이 마련된다면 지방으로 갈 은퇴자들이 많다고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수요 억제나 공급 확대 정책은 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끓고 있는 시대다. 금리가 낮고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리면서 부동산과 주식 말고는 돈이 갈 곳이 없어졌다. 게다가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추세가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지식경제시대에 대도시라는 공간 자체가 인재와 아이디어의 플랫폼이 되기 때문이다. 마 교수는 “최근 5∼7년간 전 세계 집값이 크게 뛰었다”면서 “모든 나라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기 때문일까”라고 물었다.

이런 대도시 주택 수요와 집값 상승을 규제로 틀어막긴 어렵다. 문재인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스물여섯 번이나 대책을 내놓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갭투자를 막고 주택자금 대출 장벽을 높이고 다주택자를 잡고 세금을 높여도 백약이 무효다. 이곳을 막으면 저곳이 부푸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피해자가 생겨난다.

공급을 크게 늘리면 되지 않을까. ‘대도시 쏠림’에 공급으로 대처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인구와 일자리를 흡입하는 ‘블랙홀’이 되고 만다.

재개발·재건축을 풀라는 요구도 많지만 이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 기능은 미미하다. 지난 15년간 3만호 정도의 주택이 재건축을 통해 증가했을 뿐이다. 서울시는 재건축 가능성이 큰 18개 아파구지구(221개 단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어 관리하는데, 이곳 모두가 재건축된다고 해도 10만이 조금 넘는 세대가 공급된다. 반면 재개발·재건축이 유발하는 집값 상승, 지역 격차 등 부작용은 서울을 넘어 수도권, 전국에 영향을 미친다.

마 교수는 그동안 주택 공급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서울에는 매해 7만호 정도의 주택이 공급되고 있다”며 “이 정도면 정부가 공급 정책을 소홀히 했다고 말하기도 힘들다”고 평가했다.

이쯤 되면 “수도권에서 사람이 빠지는 것이 가장 빠른 주택 공급 정책”이라는 저자의 주장을 흘려넘길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수도권 집중 해소가 집값 잡기만큼이나 난제라는 데 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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