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 남양주 사릉思陵, 깊은 사모의 마음, 낙락장송에 어리다

2021. 10. 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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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은 서울에서 1시간 남짓이면 닿는다. 진건읍 사릉로에 가면 조선 시대 왕릉인 ‘사릉思陵’이 있다. 능의 주인공은 조선 왕조 비극의 주인공 단종의 왕비 정순왕후 송 씨다.

정순왕후의 삶, 그 시작은 행복했다. 여량부원군 송현수의 딸로 태어나 15세에 한 살 어린 단종과 결혼했다. 그때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이듬해 단종은 수양에게 양한 뒤고 상왕이 되었고 정순왕후는 의덕왕대비가 되었다. 불안한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육신의 단종 복위가 무산되며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로 유배되고 얼마 후 그곳에서 사약을 받았다. 정순왕후 역시 부인으로 강봉되고 이후 관비로 신분이 떨어졌다. 세조는 관비가 된 정순왕후를 자손이 없는 후궁들이 머무는 정업원에 기거하라 명했다. 정업원에서 정순왕후는 시녀들이 얻어오는 밥으로 연명하다 염색을 배워 생계를 이었다. 지금의 한성대학교 후문 부근 자줏골은 정순왕후가 자주색 염색을 해 바위에 걸고 동쪽 영월을 향해 단종의 명복을 빌며 기도를 올린 곳이다.

정순왕후에 얽힌 일화가 많다. 단종이 영월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을 들은 정순왕후는 아침저녁으로 산봉우리에 올라 동쪽을 향해 통곡했는데, 곡소리가 산 아랫마을까지 들렸으며 마을 여인들이 동정곡을 했다고 전한다. 그 뒤부터 이 봉우리는 ‘동망봉’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또 영도교 부근에 부녀자들만 드나드는 금남의 채소 시장이 있었다고 한다. 왕후를 동정한 부녀자들이 끼니마다 왕후에게 채소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궁에서 말리자 가까운 곳에 시장을 열어 주변을 혼잡하게 만들고, 계속해서 몰래 왕후에게 채소를 전해 주었다고 한다. 정순왕후는 거처와 양식을 준다는 세조의 제안을 거절하고 82세에 숨을 거두었다. 64년간 단종을 위해 기도한 그녀의 삶을 가여워한 영조는 ‘눈물을 머금고 쓴다. 앞봉우리와 뒷산 바위 천만년 가라’는 글을 남겼다.

중종은 정순왕후의 장례를 치러 주었다. 국장으로는 할 수 없어 단종의 누이인 경혜 공주가 출가한 집안에서 장례를 주도하고 해주 정씨 가족 묘역에 안장되었다. 이후 1698년 숙종에 의해 노산군이 단종으로 복위되고 송 씨도 정순왕후로 복위되자 능호를 ‘사릉思陵’이라 하였다. ‘한결같이 사모하는 마음을 유지하고 기도해 그 덕이 깊다’는 뜻이다.

사릉은 단릉으로, 웅장하지도 호화롭지도 않다. 하지만 왕릉으로서의 기품은 잃지 않았다. 능침에는 병풍석과 난간석을 생략하였고 석양과 석호를 줄였다. 문석인과 석마, 장명등, 혼유석, 망주석은 작게 조성하고, 홍살문, 정자각, 비각은 마련했다. 사릉에서 특히 눈여겨볼 것은 소나무다. 이곳에는 문화재청이 관할하는 각 궁과 능에 필요한 나무를 기르는 양묘 사업소가 있다. 특히 이곳 소나무 묘목은 태백산맥 능선에 있는 태조 이성계의 5대조 묘인 준경묘와 영경묘의 낙락장송 후손으로, 숭례문 복원에 사용될 정도로 한국의 대표적인 소나무다. 1999년, 사릉에서 재배된 묘목을 단종의 무덤인 영월 장릉에 옮겨 심어 단종과 정순 왕후가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고 못다한 정을 나누게 했다. 이때 옮겨 심은 소나무가 ‘정령송精靈松’이다.

한편 단종은 시신이 강가에 버려지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으나, 영월군 호장 엄흥도가 정성을 다하여 시신을 수습하고 묻어 주었다. 200여 년 뒤 단종이 복위하면서 엄흥도의 충절을 함께 기리게 되었다. 현종 때는 그의 자손이 등용되고 영조 때는 충의를 기리는 정문을 세웠다. 이후 그는 공조참판에 추증되고 영월의 창절사彰節祠에 배향되었다.

[글 장진혁(프리랜서) 사진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99호 (21.10.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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