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말고 속살 즐기기..신개념 제주 스테이

2021. 10. 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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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옆 펜션과 호텔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부터 제주의 남모를 아름다움을 숙소에 새겨, 그 머무는 장소 자체가 여행지가 되는 곳들을 소개한다.

아웃도어에 대한 열망을 제주다움으로 풀어낸 어라운드폴리
잔디, 돌, 나무로 아름답게 지어진 마을

여행지에서의 ‘집’, 그러니까 숙소는 여행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집에서 머무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감흥은 천지 차이다. 그게 비록 며칠뿐이어도 말이다. 큰맘 먹고 떠난 제주도라면 더더욱! 숙소는 여행의 일부, 아니 전부일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추천하는 제주의 신개념 숙소들을 소개한다.

그간 제주의 최상위급 숙소로 아름다운 바다를 곁에 끼고 있는 오션뷰 독채 펜션과 고급 호텔을 상상했었다면 이제 이런 곳들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은밀한 숙소 안에 캠핑장, 전시관, 오솔길, 미로 같은 정원을 품은 곳 말이다. 모두 제주의 깊은 내면과 DNA를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곳들이다. 렌트카를 섬의 동쪽으로, 서쪽으로 몰고 다니며 하루를 48시간처럼 보내던 지난날은 잊자. 이런 숙소라면 그 공간에 머물며 깊고 천천히 제주를 만끽할 수 있다.

▶제주에서의 캠핑

▷어라운드폴리 에어스트림

에어스트림 내부. 편의 시설을 꼼꼼히 갖춰 불편함이 없다.
‌캠핑장에서 갓 내린 커피! 캠핑카 안에 원두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드립세트를 구비해 두었다.
제주에서의 캠핑이라니! 한강변에 간이 의자를 펼치고 치맥만 해도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마당에, 제주의 자연 속에 틀어박혀 캠핑을 한다면 어떨까.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꿈일 뿐 감히 실현할 엄두가 안 난다. 캠핑 마니아들이 제주까지 장비를 싣고 모험을 펼치는 모습을 SNS에서 볼 때마다 부러움에 치를 떨었던 사람이라면, 이곳 어라운드폴리를 주목하시길. 장비는 없는데, 캠핑은 하고 싶고, 캠핑장의 불편함은 괴로운데, 캠핑장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라운드폴리는 성산의 부드러운 오름에 둘러 쌓인 4000평(1만3200㎡) 규모의 신개념 캠핑장이다. 360도 탁 트인 그린존엔 카라반, 텐트, 단독 펜션이 어우러져 있다. 각각의 공간들은 돌담과 나무들을 사이에 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격식 있는 마을 같다. 캠핑 사이트와 캠핑카 외에도 독특한 모형의 펜션이 함께 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숲속의 온화하고 고요한 캠핑장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드넓은 목장, 무밭, 오름 그리고 파란 하늘이 모든 시름을 앗아가는 성산의 중산간 풍경…. 보이는 모든 것이 푸르기만 하다.

이 신개념 아웃도어 스테이의 가장 큰 장점은 세련된 시설이다. 공용 주방, 식기 세척실, 세탁실 같은 시설 관리가 그 어느 캠핑장보다 깔끔하다. 아웃도어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도 무리 없이 지낼 수 있는 프리미엄 시설이다. 게다가 커피 맛 좋고 해 잘 드는 카페도 있다. 조식은 1만 원으로, 깔끔한 아침식사를 손쉽게 즐길 수 있다. 불멍 화롯대 세트, 바비큐 세트도 준비돼 있어 사전에 예약만 하면 된다는 것도 큰 장점. 장비 없이 몸만 가면서 캠핑 분위기를 만끽하기엔 에어스트림(카라반)이 최고다. 에어스트림은 17피트(약 5m, 2인), 27피트(약 8m, 2인), 32피트(약 9m, 4인) 세 종류가 있다. 1970년대 디자인이라 그 자체로 아름다운 빈티지한 캠핑카는 내부에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해 놓았는데, 사이즈가 작긴 하지만 없는 게 없다. 깔끔한 욕실과 침대, 소파, 블루투스 스피커, 시집과 드립커피 세트(웰컴 키트로 원두를 따로 챙겨준다)까지! 해질녘 캠핑카 앞에 의자를 놓고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붉은 석양은 ‘그저 예술’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이 안 될 정도. 육지에서 데려온 피로는 석양과 함께 사라진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서성일로 433 이용료 17피트 12만~16만 원, 27피트 18만~23만 원, 31피트 22만~27만 원 *성수기는 요금 상이

▶제주의 꽃과 나무를 온전히 즐기기

▷숨도와 귤림성

숨도의 정성스레 가꾼 숲길. 이게 정원이라면 누가 믿을까?
‌펜션 뒤론 멀리 한라산이 보이고, 펜션 앞으로는 울창한 정원이 펼쳐진다.
‘숨도’. 이곳은 참 신비롭다. 3만여 평(약 9만9000㎡)의 부지에 굽이굽이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져 있다. 초입은 풍요로운 귤나무의 향연. 향긋한 그 길을 지나면 제주의 온갖 야생화와 수목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길이 펼쳐진다. 울창한 활엽수의 기운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잔잔한 야생화 다발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시냇물이 흐른다. 그 길이 얼마나 아늑하고 리드미컬한지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피톤치드를 가득 머금고 길을 걷다 보면 제주의 돌에 피어난 야생초를 2만여가지를 모아 놓은 석부작박물관을 마주하게 된다. 석부작은 현무암 구멍 사이에 뿌리를 내린 야생초와 야생화가 질긴 생명력을 예술로 흩뿌려 놓은 작품 중 작품이다. 눈을 돌릴 때마다 자연의 무한한 창조력에 감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숨도는 석부작을 모아놓은 실내 정원을 거대한 야외 정원이 가운데 품은 모양새다. 감탄에 겨워 풍경을 찬찬히 음미하고 싶다면 군데군데 자연의 일부처럼 놓인 벤치에 앉아 쉬면서 이곳을 돌보는 누군가의 세심한 손길에 마음을 숙여 감사 인사를 올리자.
수만 평의 정원 안엔 아기자기한 전시공간이나 쉼터가 조성돼 있다.
실내에 조성된 석부작박물관. 현무암에 자생하는 야생화와 화초들이 신비하다.
제주의 신비를 보여주고자 하는 주인장의 진심이 만들어낸 제주 생태 박물관인 이 비밀의 정원 안에 숙소가 있을까 싶지만, 놀랍게도 진짜 있다. 여행자가 묵을 수 있는 목조 주택형 펜션이 자리한다. 최대 4인이 머물 수 있는 콘도형, 통나무형, 별장형과 대형 사이즈인 패밀리형으로 구성돼 있다. 이름하여 귤림성 펜션. 귤나무에 둘러싸인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10월 경 숙박객들은 무료 귤 따기 체험도 가능하다). 펜션은 나무로 지어진 목가적인 곳이다. 모던한 인테리어는 아니고 한마디로 클래시컬한 전원풍 별장에 가깝다. 친환경 목재로 지어진 데다, 피톤치드 만발하는 정원 속에 위치해 그 자체로 청정한 곳이다. 이 귤림성에 머물면 숨도의 정원을 독차지할 수 있다. 숨도의 일반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이 시간 외에는 이 거대한 생태 정원이 그저 나만의 것이 된다. 이른 새벽엔 이슬 한껏 머금은 정원을 거닐며 명상의 시간을, 늦은 저녁엔 쏟아지는 별을 이고 숲속에 앉아 하루를 마감할 행운을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거대 정원으로 유명한 숨도가 요즘 제주 최고 핫플로 등극한 이유는 정원 끝에 위치한 카페 숨도 때문이다. 이곳의 인테리어와 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카페를 경험하고자 박물관 관람 티켓을 끊는 이들의 체험기가 넘쳐날 정도다. 또한 카페 인테리어의 정갈한 매력은 고요한 수양터 같다. 커피 한 잔 들고 통창 가득 담긴 정원을 그윽하게 바라봐도 좋고, 테라스에 나와 한라산을 바라봐도 좋다. 귤림성 펜션에 묵으면 이 유명한 카페를 그저 내집 안방처럼 들락날락 할 수 있다. 이 또한 놓치기 힘든 행운이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일주동로 8941 이용료 콘도형 9만~11만 원, 통나무형 11만~13만 원, 별장형 10만~12만 원 *성수기 요금은 상이

▶제주 핫플 집결지

▷코사이어티 빌리지제주

제주를 찾는 이들은 주로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천혜의 자연을 만끽하는 것, 또 하나는 끊임없이 생겨나는 핫플을 탐방하는 것이다. 코사이어티제주는 후자의 여행객에게 어울리는 곳이다. 그야말로 핫플 집결지다. 사실 이곳에 머물면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만약 단 하루 여행이 허락된다면, 이곳에서 전시를 보고, 블루보틀(옆집이 블루보틀이다!)에서 커피를 마시고, 뒷산을 산책하자.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꽉 찬다.

제주 동쪽 구좌읍 송당리 중산간. 고요했던 이곳은 요즘 외지인들로 와글거린다. 코사이어티 전시관과 블루보틀이 지난 7월 문을 열자마자 지금까지 지역민과 육지인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줄을 서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요즘 제주 최고 핫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사이어티 전시관 뒷편에 조성된 스테이 손님들에겐 이 모든 핫플이 내 집 마당이 된다. 슬리퍼 끌고 내려가서 전시도 보고 커피도 마실 수 있다는 사실. 이런 걸 두고 일석이조라 하는 게 아닐까.

‌송당리의 자연을 품은 코사이어티빌리지 제주의 스테이. 숙소 뒷편으로 펼쳐지는 긴 산책로와 벌판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좋은 공간이 삶을 바꾼다’는 철학 아래 새로운 공간 문화를 제시하는 ‘언맷피플’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코사이어티빌리지 제주는 6000평 대지에 스테이, 라운지, 레지던스까지 마련해 각종 전시와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이미 서울숲에서 문화를 공유하고 예술을 향유하는 콘텐츠를 펼쳐온 코사이어티가 제주에 이 작은 마을을 세운 것은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그 뜻을 진중하게 펼치기 위해서다. 사실 자연만큼 진정한 예술이 어디 있을까. 낯선 땅을 찾은 여행객들에게 영감을 일깨우는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코사이어티가 추구해온 정신을 잇는 진화된 방법론이다.
제주 최고 핫플 블루보틀은 코사이어티빌리지와 붙어 있다. 전시를 보고 돌아나오면 바로 블루보틀이다.
코사이어티빌리지 입구는 그야말로 문화 복합공간임을 그대로 드러낸다. 현재 ‘pure land: 바람이 머무는 땅’ 전이 한창이다.
일반 투숙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스테이는 총 여섯 동으로 각각의 공간은 복층 구조의 단독 건물이다. 이곳 복층에서 바라보는 송당리 오름과 벌판은 벅찬 풍경으로 공간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스테이를 이용하는 숙박객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산책로가 그야말로 예술이다. 마치 고급스런 리조트의 프라이빗 비치를 연상케 한다. 송당리의 아늑한 오름에 둘러싸인 산책로에 들어서면 마음결이 저절로 매끈해진다. 야생의 기운을 적당히 살린 산책로엔 이 가을의 화려한 억새 숲이 장관이기도 하다.

스테이와 나란한 전시 공간에서는 제주의 자연과 신화를 버무린 전시가 한창이다. 이름하여 ‘pure land: 바람이 머무는 땅’ 전. 전시는 10월31일까지 이어지는데 제주 송당리의 신화를 바탕으로 땅의 근원을 되짚어 바람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나가는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시도로 가득하다. 묵묵히 전시를 즐기다 보면 알게 된다. 스테이와 전시와 산책로와 오름이 하나가 되어 온몸에 제주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음을 말이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2656 이용료 10월 중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 예정

[글 우주엔 사진 코사이어티빌리지, 블루보틀코리아, 귤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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