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말고 속살 즐기기..신개념 제주 스테이
바다 옆 펜션과 호텔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부터 제주의 남모를 아름다움을 숙소에 새겨, 그 머무는 장소 자체가 여행지가 되는 곳들을 소개한다.
여행지에서의 ‘집’, 그러니까 숙소는 여행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집에서 머무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감흥은 천지 차이다. 그게 비록 며칠뿐이어도 말이다. 큰맘 먹고 떠난 제주도라면 더더욱! 숙소는 여행의 일부, 아니 전부일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추천하는 제주의 신개념 숙소들을 소개한다.
그간 제주의 최상위급 숙소로 아름다운 바다를 곁에 끼고 있는 오션뷰 독채 펜션과 고급 호텔을 상상했었다면 이제 이런 곳들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은밀한 숙소 안에 캠핑장, 전시관, 오솔길, 미로 같은 정원을 품은 곳 말이다. 모두 제주의 깊은 내면과 DNA를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곳들이다. 렌트카를 섬의 동쪽으로, 서쪽으로 몰고 다니며 하루를 48시간처럼 보내던 지난날은 잊자. 이런 숙소라면 그 공간에 머물며 깊고 천천히 제주를 만끽할 수 있다.
▶제주에서의 캠핑
▷어라운드폴리 에어스트림
어라운드폴리는 성산의 부드러운 오름에 둘러 쌓인 4000평(1만3200㎡) 규모의 신개념 캠핑장이다. 360도 탁 트인 그린존엔 카라반, 텐트, 단독 펜션이 어우러져 있다. 각각의 공간들은 돌담과 나무들을 사이에 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격식 있는 마을 같다. 캠핑 사이트와 캠핑카 외에도 독특한 모형의 펜션이 함께 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숲속의 온화하고 고요한 캠핑장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드넓은 목장, 무밭, 오름 그리고 파란 하늘이 모든 시름을 앗아가는 성산의 중산간 풍경…. 보이는 모든 것이 푸르기만 하다.
이 신개념 아웃도어 스테이의 가장 큰 장점은 세련된 시설이다. 공용 주방, 식기 세척실, 세탁실 같은 시설 관리가 그 어느 캠핑장보다 깔끔하다. 아웃도어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도 무리 없이 지낼 수 있는 프리미엄 시설이다. 게다가 커피 맛 좋고 해 잘 드는 카페도 있다. 조식은 1만 원으로, 깔끔한 아침식사를 손쉽게 즐길 수 있다. 불멍 화롯대 세트, 바비큐 세트도 준비돼 있어 사전에 예약만 하면 된다는 것도 큰 장점. 장비 없이 몸만 가면서 캠핑 분위기를 만끽하기엔 에어스트림(카라반)이 최고다. 에어스트림은 17피트(약 5m, 2인), 27피트(약 8m, 2인), 32피트(약 9m, 4인) 세 종류가 있다. 1970년대 디자인이라 그 자체로 아름다운 빈티지한 캠핑카는 내부에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해 놓았는데, 사이즈가 작긴 하지만 없는 게 없다. 깔끔한 욕실과 침대, 소파, 블루투스 스피커, 시집과 드립커피 세트(웰컴 키트로 원두를 따로 챙겨준다)까지! 해질녘 캠핑카 앞에 의자를 놓고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붉은 석양은 ‘그저 예술’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이 안 될 정도. 육지에서 데려온 피로는 석양과 함께 사라진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서성일로 433 이용료 17피트 12만~16만 원, 27피트 18만~23만 원, 31피트 22만~27만 원 *성수기는 요금 상이
▶제주의 꽃과 나무를 온전히 즐기기
▷숨도와 귤림성
거대 정원으로 유명한 숨도가 요즘 제주 최고 핫플로 등극한 이유는 정원 끝에 위치한 카페 숨도 때문이다. 이곳의 인테리어와 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카페를 경험하고자 박물관 관람 티켓을 끊는 이들의 체험기가 넘쳐날 정도다. 또한 카페 인테리어의 정갈한 매력은 고요한 수양터 같다. 커피 한 잔 들고 통창 가득 담긴 정원을 그윽하게 바라봐도 좋고, 테라스에 나와 한라산을 바라봐도 좋다. 귤림성 펜션에 묵으면 이 유명한 카페를 그저 내집 안방처럼 들락날락 할 수 있다. 이 또한 놓치기 힘든 행운이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일주동로 8941 이용료 콘도형 9만~11만 원, 통나무형 11만~13만 원, 별장형 10만~12만 원 *성수기 요금은 상이
▶제주 핫플 집결지
▷코사이어티 빌리지제주
제주 동쪽 구좌읍 송당리 중산간. 고요했던 이곳은 요즘 외지인들로 와글거린다. 코사이어티 전시관과 블루보틀이 지난 7월 문을 열자마자 지금까지 지역민과 육지인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줄을 서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요즘 제주 최고 핫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사이어티 전시관 뒷편에 조성된 스테이 손님들에겐 이 모든 핫플이 내 집 마당이 된다. 슬리퍼 끌고 내려가서 전시도 보고 커피도 마실 수 있다는 사실. 이런 걸 두고 일석이조라 하는 게 아닐까.
스테이와 나란한 전시 공간에서는 제주의 자연과 신화를 버무린 전시가 한창이다. 이름하여 ‘pure land: 바람이 머무는 땅’ 전. 전시는 10월31일까지 이어지는데 제주 송당리의 신화를 바탕으로 땅의 근원을 되짚어 바람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나가는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시도로 가득하다. 묵묵히 전시를 즐기다 보면 알게 된다. 스테이와 전시와 산책로와 오름이 하나가 되어 온몸에 제주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음을 말이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2656 이용료 10월 중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 예정
[글 우주엔 사진 코사이어티빌리지, 블루보틀코리아, 귤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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