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미얀마 문제의 아세안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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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시작된 미얀마 사태가 국제적 관심을 끈 지 벌써 8개월이 넘었다.
국내 문제 불간섭 원칙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아세안 정상들이 소위 '5개 합의사항(Five-Point Consensus)'을 통해 모든 당사자 간의 대화 개시에 합의했지만 '미얀마 평화 프로세스'의 시발은 요원해 보인다.
인도적 지원을 포함하는 미얀마 문제 해결을 위한 아세안의 이니셔티브도 '아세안 문제의 아세안 화(化)'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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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올해 초 시작된 미얀마 사태가 국제적 관심을 끈 지 벌써 8개월이 넘었다. 그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인 사망자만 1100명이 넘었으며, 수찌 여사 등은 계속 구금 상태다. 군 총사령관이 총리직을 맡을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미얀마 민주진영은 지난달 초 군부에 전쟁을 선포했다.
국내 문제 불간섭 원칙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아세안 정상들이 소위 ‘5개 합의사항(Five-Point Consensus)’을 통해 모든 당사자 간의 대화 개시에 합의했지만 ‘미얀마 평화 프로세스’의 시발은 요원해 보인다.
대화를 중재할 아세안 의장 특사도 어렵사리 임명은 되었으나, 이달 말 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 특사의 미얀마 방문을 위한 협상 진척은 더딘 상황이다.
여기에 미얀마는 현재 정치적 불안정에 따른 경제·사회 시스템 붕괴로 심각한 인도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미얀마 전 인구의 10%가 넘는 600만명 이상이 기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개발계획(UNDP)도 내년까지 미얀마 국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2500만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얀마의 코로나19 상황도 악화일로에 있다. 9월 말 현재 확진자 수는 46만명에 이르고 사망자 수는 1만7000명을 기록했다.
3차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률은 인구 대비 7%에 불과하다. 의료시설 부족에 더해 다수 의료진의 시민 불복종 운동 참여로 보건 시스템 마비도 우려된다. 한마디로 정치적 곤경이 인도적 어려움을 촉발하는 복합적 위기의 징후가 농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세안이 미얀마를 위한 인도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정치적 차원에서의 진전은 지지부진하지만 미얀마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 주도하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미얀마에 대한 인도적 지원 참여를 독려하는 국제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얀마에 긴급 의료물품을 1차로 전달하였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자구 노력에 호응하여 아세안에 100만달러를 기증했다. 대한적십자사 등 국내 민간기구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미얀마 국민들을 위한 긴급 구호활동에 보태고 있다.
이와 같은 지원을 통해 신남방정책의 중심축이 ‘사람’임을 입증함으로써, 한·아세안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믿는다.
필자는 2019년 5월 자카르타에 부임한 후 이처럼 아세안 내 문제들을 아세안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목격해 왔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다양한 구상이 난무하는 가운데, 아세안이 ‘인도태평양에 관한 아세안의 관점(AOIP)’을 정립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세계 최대 다자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을 주도하기도 했다.
인도적 지원을 포함하는 미얀마 문제 해결을 위한 아세안의 이니셔티브도 ‘아세안 문제의 아세안 화(化)’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아세안의 자구 노력이 미얀마의 인도적 위기 극복을 넘어 궁극적으로 미얀마 국내 정치를 정상화하고 지역 평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성남 주아세안대표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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