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제네시스 '솔깃한 10년 할부'..현대차 '수백만원 이자' 쏠쏠한 재미

안민구 2021. 10. 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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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할부 자세히 뜯어보면 수백만 원대의 이자 부담
소비자, 세심한 비교·체크 '필수'

현대자동차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에 이어 경차 캐스터에도 '10년(120개월) 할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객의 초기 차량 구매부담을 줄여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전속 금융사(현대캐피탈)의 수익도 올리는 '꿩 먹고 알 먹기'를 위해서다.

다만 장기 할부에 따른 비용(이자)은 소비자의 몫으로 남는다. 캐스퍼의 경우 차량 가격의 17%가 이자로 붙는다. 이에 일부에서 현대차가 초장기 할부를 앞세워 고객에 '이자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 3000원 내고 캐스퍼 타세요"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29일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출시하면서 '10년 할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 선보인 이 할부 프로그램은 하루 약 3000원만 내면 캐스퍼 기본 모델을 살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3040 직장인의 평균 교통비 지출액 절반 수준이다.

실제 신한은행이 전국 20~64세 경제 활동자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30~40대 미혼 가구의 월평균 교통비는 17만원이다. 주5일 출근하는 직장인의 경우 하루 평균 지출하는 교통비가 8000원가량이다.

캐스퍼 할부 구매 견적서. 현대차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 캐스퍼는 차량 가격의 30%를 선납하면, 잔금에 대해 4.6% 금리에 10년(120개월) 할부를 제공한다. 이를 적용하면 1385만원인 기본 모델(스마트 트림)의 경우 415만5000원을 선납하고 나면 매월 10만945원을 내면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원금과 이자의 합계는 3365원에 불과하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쇼트 사이즈 1잔이 36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커피값 한 잔만 아끼면 캐스퍼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옵션을 추가하면 그만큼 가격도 올라간다. 캐시퍼 1.0 터보 액티브 모델을 풀옵션 구매할 경우, 617만원을 선납하면 월 상환액은 14만9900원이다. 매일 5000원 정도만 내면 풀옵션 경형 SUV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고급차 제네시스에도 10년 장기 할부를 적용 중이다. 기존 60개월인 할부 기간을 최대 120개월까지로 대폭 늘린 것이 특징이다. 금리는 경우에 따라 다른데, 최소 4.6% 수준이다.

제네시스 120개월 할부 견적서

이를 통해 4791만원인 중형 SUV GV70 기본 모델(가솔린 2.5 터보)을 선납금 10%(479만원) 납입 후 구매할 경우 매달 약 45만원만 내면 된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옵션인 AWD(사륜구동 시스템·300만원)와 파퓰러 패키지2(720만원)를 더하면 매월 부담금은 약 55만원으로 늘어난다.

자동차 교체주기 5~7년인데 10년 할부 왜?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타는 기간이 짧으면 3년 이내, 평균 5~7년 정도로 교체주기가 빠른 편이다. 그런데도 현대차가 10년 장기 할부 프로그램을 꺼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장기 할부로 월 납입금액을 낮추면 판매량을 보다 손쉽게 늘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월 납입금이 부담스러운 사회초년생들에게 초장기 할부 프로그램은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며 "현대차가 캐스퍼를 출시하며 10년 할부를 제공하는 것도 캐스퍼 흥행을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짭짤한 '이자 수입'은 덤이다. 현대차는 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과 할부를 진행한다. 이 경우 현대캐피탈은 할부금융 자산을 확보할 수 있고, 또 기간이 긴 만큼 이자 수입도 많아진다.

현대차 캐스퍼

실제 캐스퍼 기본 모델 스마트 트림을 10년 할부로 구매할 경우 총 지출비용은 총 1626만8400원이 돼 약 242만원을 더 낸다. 풀옵션의 경우 약 359만원의 이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차량 가격의 약 17%에 해당하는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유류비·보험료나 차량 운행 시 소모하는 부품·보수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고가 브랜드 모델인 제네시스 GV70의 경우 이자가 더욱 늘어난다. 선수금 없이 기본 모델 구매 시 총 지불 비용은 5986만1255원으로 약 1195만원을 더 내야 한다. 앞서 인기 옵션을 넣은 모델의 경우 이자가 약 1449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차량 가격의 약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현대차가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캐피탈 업체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 할부는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기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며 "다만 너무 길면 오히려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어 5년을 최적으로 보는데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이 10년 할부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8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제네시스 GV70. 제네시스 제공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차량 가격을 긴 기간 나눠내서 언뜻 보면 큰 부담이 아닌 것처럼 홍보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차량 가격의 10~20% 이상을 할부 이자로 뽑아가고 있다"며 "장기할부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아 접근이 쉽지만 수백만 원대의 이자 부담이 생기는 만큼 세심한 비교·체크는 필수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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