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잡스 10주년..사라진'잡스 철학'

오병상 2021. 10. 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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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잡스 기일에 국회 불려간 김범수


‘보다 나은 세상’기여 잃지않길

1. 스티브 잡스 10주기인 5일 (미국시간) 추모열기가 뜨겁습니다.
애플이 내놓은 공식 추모영상(Celebrating Steve)과 절친 조니 아이브(전 애플 디자인최고책임자)의 추모글(WSJ기고)이 화제입니다. 잡스를 추모해야 하는 이유는..잡스의 후임 CEO 팀 쿡이 인용한 한마디로 충분합니다.
‘열정적인 사람이 세상 바꾼다. (People with passion can change the world for the better)’

2. 잡스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립니다. 대개 긍정 평가는 그의 천재성입니다.
2007년 6월 29일.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소개한 날은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일이었습니다. 컴퓨터가 그냥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삶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인류의 삶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재정렬되는 과정입니다.
이처럼 한 시대의 획을 긋는 혁신은 잡스의 천재성, 비전과 직관을 갖춘 혜안으로 가능했습니다.

3. 잡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이런 천재성과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입니다.
잡스는 세상을 앞서 내다보는 탁월한 통찰력에 더해 이를 구체적인 혁신제품으로 구현해내는 추진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더욱이 그가 추구하는 혁신제품은 세계최고의 아름다운 디테일을 자랑하는 명품이어야 합니다.
그러니 상상력 못따라오는 동료, 미적 감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엔지니어, 치열하지 않은 부하직원들을 가혹하게 다뤘습니다. 괴팍하고 독선적이란 비난을 받았습니다.

4. 절친 아이브는 이 양면을 관통하는 ‘잡스의 철학’을 강조합니다.
잡스가 세상을 바꾸려 했던 이유는..인류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게하자는 취지였답니다. 바로 휴머니즘에 기반한 혁신입니다. 돈이나 권력엔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세상을 다르게 만들기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열정으로 보자면..잡스의 삶은 순수하고 담백하고 진정성이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5. 우연하게도 5일 미국 상원에선 페이스북의 ‘도덕적 파산’을 주장하는 내부고발자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페북 직원이었던 프랜시스 호건은 청문회에서 ‘페북이 어린이에 해를 끼치고, 사회를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고 비판했습니다. 회사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돈벌이 때문에 방치하고 있다는 내부문건을 공개했습니다. IT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6. 역시 우연하게도..동시간대인 6일(한국시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선 김범수 카카오의장이 연신 ‘사과’를 거듭했습니다.
김범수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불려나왔습니다.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문어발 사업을 벌이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용자에게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심지어 가족회사(케이큐브홀딩스)를 만들어 탈세하는 것 아니냐..등등 비판을 받았습니다.
김범수는 골목상권에서 철수하고, 수수료를 인하하고, 혁신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7. 잡스 이후 애플에도 혁신이 없다고 합니다. 쿡이 돈은 잘 벌고 있지만..
실리콘밸리에서도 ‘시대를 뛰어넘는 혁신가(Disruptive Innovator)’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페북처럼 점차 혁신은 사라지고 탐욕만 도드라지고 있답니다.

8. 한국 IT업계는 어떨까요.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문어발이 되었습니다. 혁신은 사라지고 독점만 남았다는 비판입니다. 한국에서도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9. 김범수만 해도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선언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모범혁신가입니다.
김범수가 기부를 발표하면서 강조한 배경은 사실 잡스의 정신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에 감동받았다고 합니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세상을 조금이라도/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진정 그런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범수만 아니라 네이버의 이해진도, 넥슨의 김정주도..
〈칼럼니스트〉
202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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