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에서 지드래곤으로.."얼굴보다 털이 중요하다니까요"
“남자는 ‘머릿발’이라고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얼굴보다 더 중요하죠.”
전모(31)씨는 최근 직장 근처 피부과를 방문해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 그는 “환절기라 그런지 샤워할 때나 왁스 바를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아 신경이 쓰인다”며 “동성의 또래 친구들도 헤어·피부·눈썹 순으로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탈모로 병원 찾는 2030들
중년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탈모 고민 연령대가 20·30대로 크게 낮아졌다. 취업난 등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습관, 수면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외모에 대한 관심과 관련 지식이 늘어난 점도 젊은 ‘털 관리족’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에서 탈모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3만3194명으로, 이 중 20·30대가 각각 20.7%, 22.2%로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특히 20대 진료 인구는 4만8257명으로 2016년에 비해 1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가 5.9%, 30대가 2.2% 늘어난 것에 비해 몇 배나 빠른 속도다.
‘미(美)’의 기준 된 머리카락
7일 한국암웨이와 리서치기관 오픈서베이가 전국 20~50대 성인 400명에게 ‘언제부터 탈모와 두피 고민을 시작했느냐’는 질문에도 20대가 28.7%로 가장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62.3%는 ‘헤어 및 두피 관련 고민이 있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8명이 ‘탈모 방지를 위해 평소 두피 관리가 필요하다’고 답해 ‘숱 지키기’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피부과 전문의인 조규민 클래식피부과 원장은 “13년 넘게 진료를 보고 있는데 확실히 20·30대 상담이 크게 늘었다”며 “의사가 (치료는) 좀 기다려보자고 하는데도 예방 차원에서 먹는 약이나 육모 효과가 있는 탈모 주사를 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으로 구분되는 원형탈모, 스트레스성 탈모와 달리 유전적 요인이나 호르몬에 따라 나타나는 탈모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데도 머리카락을 피부 못지않게 미(美)와 건강의 기준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적극적 관심에 탈모 치료비도 증가
실제 지난해 탈모증 건강보험 진료비는 387억원으로 2016년보다 44% 증가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유전적 탈모나 예방 치료까지 더하면 전체 지출 규모는 훨씬 늘어나게 된다.
직장인 이모(27·여)씨는 최근 탈모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검은콩 쉐이크와 함께 20만원을 들여 두피 케어 앰플을 구입했다. 이 씨는 “요즘 부쩍 머리숱이 줄어든 것 같아 우울감마저 든다. 여자는 출산하면 탈모가 심해진다고 하던데 지금부터 식이요법이나 기능성 제품으로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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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부터 주사까지, 커지는 탈모시장
대한탈모학회와 업계 등은 국내 탈모 관련 시장이 약 4조원 규모이며, 매년 8~9%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분야도 세정뿐 아니라 두피에 바르는 제품, 쓰는 기기, 치료약과 주사 등으로 세분화하는 모습이다.
샴푸만 해도 아모레퍼시픽의 ‘라보에이치’, 브리티시엠의 ‘리젠올 씨 솔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데일리 리프레시 안티-헤어 로스’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탈모 완화 기능성 인증을 받은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암웨이는 아예 헬멧처럼 머리에 쓰고 바르며 두피를 관리하는 7가지 제품을 ‘스캘프 뉴트리션’이란 브랜드로 내놓으며 출사표를 던졌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호주 정부로부터 탈모치료 주사제 2종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고, 종근당 역시 올해 한국 식약처에서 탈모치료 주사제의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업계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영(Young) 탈모’인구가 늘면서 글로벌 탈모 시장이 2028년 16조원 규모로 커지는 등 미래 성장 산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혜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장 두드러진 건 20대 남성의 진료 증가인데 일시적 탈모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력이 있거나 스트레스성 탈모의 경우 젊을수록, 초기에 치료를 받을수록 진행을 막고 숱이 늘어나는 등 효과가 있는 것은 맞다”며 “무엇보다 양질의 음식 섭취와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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