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 티없는 별천지.. "시월의 밤, 별 따러가자"
코로나19 시대 한적한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대면을 적게 하려면 오지를 찾는 게 좋다. 대한민국 오지의 대명사 경북 영양군 수비면 수하마을에서 펼쳐지는 ‘오지 은하수 투어’가 안성맞춤이다.
수하계곡은 ‘청정 영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명소다. 수비면 오기리 개실곡에서 시작한 장수포천이 구불구불 북동쪽으로 향하다 울진 왕피리에서 왕피천으로 이름을 바꿔 동해로 흘러간다. 장수포천이 울진으로 진입하기 직전 ‘금주머니가 바위벽에 걸린 모습’이라는 수하리가 있다. 태백산맥 남쪽의 일월산 울련산 금장산 등에 둘러싸인 ‘물 깊은 마을’이라는 수하2리 ‘지푸내’(深川)에서부터 오동나무 무성한 수하3리 오무마을까지 약 20㎞의 물길이 ‘수하계곡’이다. 물도, 하늘도, 숲도, 공기도 투명해 수달이 살고 은어 떼가 물길을 거슬러 온다. 반딧불이가 이슬을 먹고 빛을 내며, 별들이 하늘에서 반짝인다.
그 중심에 2015년 10월 31일 국제밤하늘협회로부터 ‘은밤’(Silver Night) 등급을 받은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자리한다. 국제밤하늘보호공원 등급은 골드·실버·브론즈로 나뉜다. 골드는 사막지대의 밤하늘, 실버는 광해(빛 공해)로부터 영향이 적은 양질의 밤하늘을 나타낸다. 사막 등 특수한 지역을 제외하고 육지에서 가장 투명한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덕분에 칠흑 같은 밤에 ‘딥 스카이’(Deep Sky)에서 은하수, 유성 등이 펼치는 별들의 우주쇼를 맨눈으로 볼 수 있다.
밤하늘보호공원에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가 있다. 망원경으로 지구가 포함된 은하계 행성은 물론 멀리 심연의 우주까지 관측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천문대는 빛의 방해를 덜 받도록 산꼭대기에 들어서지만 반딧불이 천문대는 산 아래 냇가에 자리한다. 공기가 깨끗해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아도 육안으로 별을 관측할 수 있을 만큼 청정지역임을 대변해준다. 여름에는 청정지역에 서식하는 반딧불이가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천문대는 천체영상실 보조관측실 주관측실로 이뤄져 있다. 돔 형태의 천체영상실에선 의자를 젖히고 누워 별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다. 마치 우주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3층에 중형 망원경 4대를 갖춘 보조관측실과 주관측실이 있다. 개폐식 지붕을 열면 새까만 밤하늘에 보석처럼 박힌 별이 쏟아져 내린다. 7m 돔 모양의 주관측실에는 600㎜ 반사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장비 없이 그냥 넓은 공간에 드러누워 봐도 된다. 천문대 건너편 헬기장이 적소다. 여름·가을철 별 관측은 하늘에서 대삼각형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북반구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1등성 별인 거문고자리의 베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 백조자리의 데네브가 이루는 거대한 가상의 삼각형이다. 베가는 직녀별, 알타이르는 견우별로 통한다. 직녀별과 견우별 사이에 은하수가 흐른다.
밤하늘 별을 볼 수 있는 수하마을의 장점을 활용해 ‘별 따는 영양! 오지 은하수 투어’라는 2박 3일간의 이색 여행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한국관광공사의 2021년도 산(産)·학(學)·연(硏)·관(官) 협력 지역관광 혁신 프로젝트로 시범 운영 중이다. 수비별빛캠핑장에서 밤하늘 ‘별’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가족 영화인 ‘별 정원사와 플루토’를 관람하고 염색·목공예 체험과 함께 영양 특산물인 고추로 고추장 만들기 체험, 음식디미방 레시피로 만드는 산나물비비고가 이어진다. 주변 성냥개비를 옆으로 쌓아 올린 듯한 ‘창방우골 주상절리’ 트레킹도 신비로움을 더한다.
밤엔 밤하늘보호공원으로 이동해 ‘별빛 나이트 투어’가 진행된다. 먼저 별빛전망대에서 별빛샤워체험을 한다. 각자 스마트폰에 설치한 별자리 앱과 별 전문 천체해설사의 재미있는 별자리 이야기가 곁들여져 천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주변은 온통 메밀밭이다. 소금처럼 하얗게 핀 메밀꽃이 지상의 별처럼 반짝인다. 메밀밭 한쪽에 ‘비지미골’이 있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과거 길쌈을 해 베를 많이 짰다는 마을이다. 비지미골엔 200년을 훌쩍 넘긴 투방집 ‘김대준 가옥’이 남아 있다. ㄱ자형 안채, ㅡ자형 사랑채와 헛간 등으로 이뤄졌다. 투방집은 영양의 산골마을 주민들이 흔히 살던 가옥 형태다. 통나무를 사각형으로 쌓은 뒤 흙 등으로 벽을 보강하고 짚이나 억새·굴피 등으로 지붕을 얹었다.
내비에 반딧불이 천문대 검색
주변 자작나무숲 등 볼것 많아
경북 영양 밤하늘보호공원을 가려면 내비게이션에서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를 검색하면 된다. 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에서 빠져 봉화 방면으로 가다가 낙동정맥로를 따라간다.
㈜별따는영양농업회사법인은 한국관광공사의 ‘2021 지역관광혁신프로젝트’에 선정된 ‘별볼일 없는 세상! 별볼일 많은 영양’으로 야간관광 상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반딧불이 천문대에서 10여분 거리의 별빛 전망대로 이동해 밤하늘 천체해설과 함께 망원경으로 목성 토성 등을 관측하고 스마트폰으로 은하수를 촬영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오는 22~24일 ‘제6회 오지 은하수 투어 with 안드로메다 은하’를 진행한다. 오는 31일과 다음 달 6일에 최옥자 쪽염색 명장을 초대해 천연염색체험을 계획하고 있다.
주변 검마산 자작나무숲과 자연휴양림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수비면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수령 30년생의 자작나무가 빼곡히 자라는 국내 최대 자작나무숲이다. 세상과 단절된 듯 고요한 오지 느낌을 즐길 수 있다.
영양=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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