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누빈 CAC, 미래도시의 극치를 보다
스페인 발렌시아를 관통하던 물줄기가 투리아(Turia)강이다. 현재 이 강에선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없다. 1957년 10월 강물 범람으로 도시의 75%가 침수되는 대홍수를 겪으며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자 60년대에 강줄기가 시 외곽으로 변경됐다. 강이 흐르던 자리에는 공원이 조성됐다. 86년에 들어선 투리아 공원이다. 공원의 길이가 8㎞에 달해 걷기엔 부담스럽다. 자전거 투어가 안성맞춤이다.
발렌시아에는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자전거 대여점도 많다. 일반 자전거뿐 아니라 전기 자전거도 대여할 수 있다. 일반 자전거 대여료는 하루(24시간)에 9~12유로 정도다. 서울의 따릉이 같은 ‘발렌비시’도 있다.
두 바퀴 여행의 출발은 91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복합문화공간 ‘예술과 과학의 도시’(CAC)다. 발렌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미래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디자인했다. 1.8㎞, 35만㎡ 규모의 공간에 음악당인 ‘레이나 소피아 예술궁전’, 국제회의장 ‘레미스페릭’, 과학박물관 ‘프린시페 펠리페’, 야외공원 등이 들어서 세련된 미래도시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곳에 있는 모든 시설물에 일일이 입장해 내부를 보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잠시 여행하러 간다면 외관만 둘러봐도 모자람이 없다. 칼라트라바는 지중해 해안도시인 발렌시아의 지역 특성을 살려 건물 주변에 얕은 호수를 조성했다. 낮에는 건물 디자인 자체의 매력으로, 조명이 켜진 밤에는 장대하고 호화로운 야경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건물 배경으로 멋진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가장 먼저 오세아노그라픽. 유럽에서 제일 큰 아쿠아리움으로 500종 이상의 수중 생물을 만날 수 있다. 긴 터널 형태로 수족관을 조성해 터널 안쪽으로 걸어가면 자연 그대로의 바닷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제대로 보려면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다음은 4개 층, 4만2000㎡ 규모의 ‘프린시페 펠리페’. 길이 241m, 폭 104m 규모로 상어 뼈를 모티브로 삼은 기둥이 독특하다. ‘만지지 않고 느끼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는 것을 금지한다’는 3금 원칙에 따라 120개 주제, 2500여종의 전시물 대부분이 체감형으로 구성돼 있다. 책에서 이론으로만 배우던 과학의 원리를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레미스페릭은 사람의 ‘눈’을 표현했다. ‘지혜의 눈’으로, 천문학적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이에 반응하는 인간 신체의 한 부분을 비유했다고 한다. 내부에 돔 형태의 아이맥스 영화관이 있다. 영화관은 98년 개관했다. 세계의 유명 자동차 광고지에도 자주 등장했다. 바로 옆에는 아치 형태의 식물원 ‘움브라클레’ 정원이 있다. 1만7500㎡의 면적을 자랑한다. 야자수와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는 허브 등으로 꾸며졌다. 도로 쪽에는 타일을 깨 모자이크로 장식한 ‘트렌카디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레미스페릭을 지나면 2005년 10월 완성된 ‘레이나 소피아 예술궁전’. 지상 14층, 지하 3층, 높이 75m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오페라 하우스다. 외관은 거대한 전사의 투구, 공중의 우주선, 바다 위의 보트, 뛰어오르는 돌고래 등 여러 가지 형상으로 보인다. 낮에는 타일로 이뤄진 표면 마감재가 백색으로 빛나고 밤에는 황홀한 경관을 연출한다. 메인 홀은 4단의 좌석에 147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상류로 조금만 올라가면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걸리버 모습을 한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걸리버 파크다. 걸리버의 거대한 팔과 다리는 미끄럼틀과 계단 등으로 꾸며져 있다.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하지만 다리(Puente del Reino de Valencia) 위에서 보면 마치 소인국 국민이 거인 걸리버를 보는 느낌이 든다.
이후 상류에 이르기까지 녹지가 펼쳐진다. 도보길과 자전거길 등이 이어지고 곳곳에 축구장 등 체육시설과 어린이 놀이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북쪽 끝에 발렌시아 동물원(Valencia Bioparc)이 자리한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와 사바나, 바오바브 나무숲과 습지 등 아프리카 대륙의 야생 자연을 재현해 놓았다. 미어캣 코뿔소 코끼리 기린 고릴라 치타 등 다양한 동물이 살고 있다. 일반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난간과 케이지 등이 없는 자연친화적 시설로 동물에게는 자유를, 관광객에게는 동물과 교감을 선사한다.
발렌시아(스페인)=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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