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만 초과이익환수 삭제' 증인 불렀다..檢, 배임 입증 주력
검찰이 2015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 당시 사업협약서에서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장직무대리 겸직)의 수천억원대 업무상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 범죄사실로 보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공사 개발사업1팀 실무자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포함한 ‘대장동 사업협약서’ 수정안을 작성해 보고했다가 7시간 만에 해당 조항을 삭제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6일 대장동 사업을 추진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김모 개발사업1처장과 한모 개발사업2팀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 중 한 팀장은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측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포함한 사업협약서 수정안을 작성한 장본인이다. 검찰은 이날 한 팀장을 지난 1일과 5일에 이어 세 번째 소환해 본인이 작성한 사업협약서 수정안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에 대해 누가 삭제 지시를 했는지 캐물었다고 한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한 팀장은 2015년 대장동 사업 추진 당시 개발사업1팀(현 1처) 소속 직원이었다. 원래는 개발사업2팀(현 2처)장인 이모 처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의 주무를 맡고 있었지만, 같은 해 2월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작성 당시 부서가 통째로 사업에서 배제됐다고 한다. 공사 관계자들은 “2처가 계속 초과이익 환수를 주장하자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 담당 부서를 1처로 바꿨다”고 말했다.
다만, 이 처장은 이날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 출석해 “유 전 본부장 지시로 1처에 업무 인수인계를 한 뒤에 개발본부장이 검토를 지시했고, 그때 초과이익 환수 취지의 의견을 수기로 작성해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모지침서에는 이 처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해당 공모지침서의 작성자 중 한명이 이날 소환된 김 처장이다.
초과이익 환수 의견 보고는 이후 한 차례 더 있었다. 한 팀장은 2015년 5월 27일 오전 10시 35분쯤 대장동 개발 관련 ‘사업협약서(수정안) 검토 요청’을 개발사업1팀장을 거쳐 전략사업실에 보고했다. 여기엔 당초 민간사업자(우선협상대상자)인 화천대유 측이 제출한 사업협약서 초안엔 없었던 초과이익 환수 관련 추가 의견이 담겼다.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를 상회해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그 이익을 지분율에 따라 배분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보고서를 넘겨받은 전략사업실은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 5개월 전인 2014년 10월 유 전 본부장이 신설한 ‘별동대’로 불리던 조직이었다. 전략사업실장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와 같은 회계법인에서 근무했던 김모 공사 팀장,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 정민용 변호사였다. 한 팀장은 별도의 회신이 없었는데도 수정안을 보낸 지 7시간 뒤인 오후 5시 51분쯤 자신이 적었던 초과이익 환수 의견을 삭제한 ‘사업협약서(재수정안) 검토 요청’ 보고서를 다시 전략사업실로 보냈다. 전략사업실은 17분 뒤인 오후 6시 8분 ‘사업협약서 검토 결과’를 회신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이 과정에서 자신의 ‘별동대’였던 전략사업실을 통해 압력을 가해 해당 조항을 삭제했는지 의심하고 있다. 당시 김 처장이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고, 이른바 ‘대장동 패밀리’의 측근 인사들이 포진한 전략사업실과 어떤 논의를 주고받았는지 등도 추궁했다. 공사 관계자들이 유 전 본부장의 최측근으로 여겼던 김 처장은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를 작성하고, 그해 3월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당시 1·2차 평가에 모두 참여했다. 이후엔 화천대유가 포함된 시행사 ‘성남의뜰’에서 공사 몫 사외이사를 지냈다.
공사 관계자들은 김 처장이 유 전 본부장의 지시를 받고 사업협약서 작성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거라고 의심하는 가운데, 김 처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관련해서는 “연락 온 적 없고, 모른다. (김만배씨는) 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이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김 처장과 한 팀장을 대질 조사하며 퍼즐을 맞춰봤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검찰은 이날 유 전 본부장을 불러 조사하진 않았다고 한다.
한 공사 관계자는 “당시 전략사업실장보다 위세가 강했던 투자사업팀장(정 변호사)이 유 전 본부장과 함께 개발사업팀을 압박해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삽입을 막았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유원오가닉(현 유원홀딩스)을 함께 차린 동업 관계다. 유 전 본부장이 공사 재직 시절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대장동 개발이익의 25%를 약정받아 실제 지난 1월엔 이 중 5억원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는 검찰은 유원홀딩스를 유 전 본부장 몫으로 약정한 돈을 차명으로 건네받을 세탁 창구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를 불러 화천대유 설립부터 대장동 사업 추진 과정 등 전반에 대해 캐물었다. 화천대유가 100% 소유한 천화동인 1호의 대표이자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 보좌관이었던 이한성씨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김만배씨가 공사로부터 사업자 선정,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혜를 받는 대가로 유 전 본부장이 차명으로 화천대유 측에 지분을 넣는 방식으로 뇌물을 건넸다는 추가 의혹을 풀 핵심 인물들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 김만배씨를 뇌물공여 피의자로 적시한 만큼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김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이영근 수습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장동 개발 초과이익 환수해야" 실무진 의견 다 묵살됐다
- 구독자 263만의 덫…그는 지금 90kg 찌고 산소호흡기 찬다
- "文, 이재명 태도에 경고 보낸 것"…靑 '엄중' 미묘한 파장
- [단독]"아내 강간" 그 상사…'명의만 대표'가 누명 벗겨줬다
- 권민아 "나랑 엄마 고소한다고? X같다"…이번엔 언니 폭로
- 성동일에서 지드래곤으로…"얼굴보다 털이 중요하다니까요"
- 돌연 빠진 ‘초과이익 환수’···정관상 ‘이재명 보고 사안'이었다
- '반지의 제왕' 감독 통쾌한 복수…이 사람 얼굴로 오크 만들었다
- 백운규 전 장관님, 후배 공무원들 감방 보내고 잠이 옵니까 [조국과민족이 저격한다]
- 3명 살해한 그놈은 '4살 수준' 지적장애자…美 뒤집은 사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