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촉매 연구한 2인의 라이벌 학자..노벨화학상 공동 수상

문희철 2021. 10. 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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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베냐민 리스트, 美 데이비드 맥밀런 수상
화학반응 촉진하는 '유기 촉매' 연구 공로
그래픽 김은교 기자


올해 노벨화학상은 비대칭 유기촉매 분야를 경쟁적으로 연구한 ‘맞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촉매·접촉분야연구소장과 데이비드 맥밀런 프린스턴대 화학과 교수를 202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의 연구 분야는 유기촉매(organocatalysis)다. 촉매는 어떠한 화학 반응에서 자신의 특성은 유지한 채 화학 반응의 속도를 촉진하는 물질이다. 촉매는 크게 유기촉매와 무기촉매로 나뉘는데, 이들이 연구한 유기촉매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유기물이 촉매로서 기능하는 경우다.

202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촉매·접촉분야연구소장(왼쪽)과 데이비드 맥밀런 프린스턴대 화학과 교수(오른쪽)다. [사진 노벨위원회]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거나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할 때, 화학적으로 분자를 구성해야 한다. 이때 화학 반응을 제어하거나 가속하는 촉매가 쓰인다. 예컨대 자동차에 사용하는 촉매는 배기가스의 독성 물질을 해롭지 않은 분자로 바꾼다. 인체에는 수천가지 촉매가 효소 형태로 존재한다.

1990년대까지 화학자들은 금속이나 유기물질을 사용하거나, 금속과 유기물질을 모두 사용해 촉매를 개발했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은 이런 개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유형의 촉매를 개발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유기촉매의 원리는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이들은 유기촉매의 개념을 활용해 실제로 새로운 유기촉매를 본격적으로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특히 유기촉매를 비대칭합성(asymmetric synthesis) 분야에 적용해서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비대칭성은 물체의 특징적인 대칭요소가 4가지가 있을 경우, 서로 겹쳐지지 않는 형태다. 이덕환 교수는 “비대칭물질은 끓는점·밀도 등 물리적 성질이 거의 똑같지만, 화학적 반응은 상당한 차이가 나고 생리활동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가 6일(현지 시간) 202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노벨위원회]


이들이 비대칭 유기촉매(asymmetric organocatalysis)를 개발한 2000년 이후 유기촉매 분야는 빠르게 성장했다. 리스트 소장과 함께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배한용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는 “리스트 소장은 특정 아미노산을 이용한 비대칭 유기촉매 반응을 최초로 개발했다”며 “이후 유기촉매 분야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항우울치료제·당뇨병치료제 등 수많은 약물 제조 과정에서 리스트 연구팀이 개발한 유기촉매가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스트 소장과 맥밀런 교수는 화학계에서도 손꼽히는 라이벌로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분야에서 업적을 쌓았지만, 공동연구를 하는 대신 경쟁을 택했기 때문이다.

202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촉매·접촉분야연구소장(왼쪽)과 데이비드 맥밀런 프린스턴대 화학과 교수(오른쪽). [사진 노벨위원회]


리스트 소장과 함께 노벨상은 받은 맥밀런 교수도 화학·제약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유기촉매를 개발했다. 장혜영 아주대 화학과 교수는 “맥밀런 교수는 유기촉매와 광화학촉매를 융합한 새로운 콘셉트의 촉매 분야를 개척한 공적이 있다”며 “기초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국내 사명 MSD) 등 제약사와 함께 다양한 약물을 개발하는데 연구 결과를 응용했다”고 말했다. 광화학반응은 열 대신 자외선·적외선 영역의 빛을 흡수해 발생하는 화학반응이다.

토르스 한스 한손 노벨 물리학 분과 위원장은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유기촉매가 수많은 화학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덕분에 인류는 새로운 의약품부터 태양전지의 빛을 포착하는 분자까지 다양한 응용제품을 효율적으로 제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희철기자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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