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큼 중요한 국힘 경선 4등, 황교안이냐 아니냐
[곽우신 기자]
▲ 국민의힘 유승민(왼쪽부터), 하태경, 안상수, 최재형, 황교안, 원희룡, 홍준표,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6차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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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에는 '원(희룡)'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스파링 파트너로 '하(태경)'도 나쁘지 않고. 그래야 토론의 격조와 수준이 평균적으로 올라갈 듯. '최(재형)'는 아예 극우의 한길로 나아가기로 한 것 같고. '황(교안)'은 한숨이 나옵니다. 그래도 일국의 총리를 지낸 이인데, 지적 수준이 저것밖에 안 됐나 싶어서. '안(상수)'은 어처구니 없는 개그로 웃음이라도 선사해 주지. 황(교안)은 걍(그냥) 짜증만 나요."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5일 KBS가 진행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제6차 방송토론회를 보고 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관전평이다.
오는 8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자 2차 컷오프(경선 탈락)를 앞두고 모든 TV토론이 종료됐다. 8명의 후보자 중 4명만이 살아남아 본경선에 진출하지만, 1~3위는 윤석열·홍준표·유승민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마지막 1장의 티켓을 두고 안상수·원희룡·최재형·하태경·황교안 등 나머지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오히려 누가 1위를 하느냐보다 '누가 4위를 하느냐'가 향후 국민의힘 대선 경선 판세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진중권 전 교수의 관전평처럼 "토론의 격조와 수준"뿐 아니라 토론의 전반적인 흐름도 바꾸어놓을 수 있다. 4명의 후보자들끼리 진행될 TV토론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표심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4위의 힘
그런 점에서 최근 주목받는 인물이 황교안이다. 그가 최근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잠시 2019년 2월로 돌아가 보자.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 순위를 두고도 지금과 비슷한 그림이 연출됐다.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 굳어진 상황에서, 세간의 관심은 1위가 아니라 '누가 2위를 하느냐'에 쏠렸다. 당시 현장에서 강력한 팬덤 동원력을 선보였던 김진태 후보가 2위라면, 황교안 대표 체제 자유한국당의 수구보수화를 견제할 개혁보수 혹은 합리적 보수 지향 세력은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는 상태라는 얘기였다.
▲ 2019년 2월 22일, 자유한국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황교안, 김진태(왼쪽부터) 후보가 경기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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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삭발'로 상징되는 거리 집회와 강경투쟁 일변도였고, 진영에 갇힌 목소리는 중도 표심에까지 닿지 않았다.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을 재정비할 때, 기수로 호출됐던 이 중 하나가 '전당대회 2위' 오세훈이었다. 만약 전당대회 2위가 김진태였다면? 총선 참패 뒤 중도보수 중심의 당 재편이 가능했을까?
하락세 뚜렷한 최재형, 야금야금 상승해온 황교안
그후 약 2년8개월여가 흐른 지금, 이번에는 정반대의 그림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불안한 후보의 대안'으로 일컬어지던 최재형의 하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황교안이 턱밑까지 쫓아왔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9월 27~28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교안은 2.0%로 지난 조사보다 1.0%p 올랐다(관련 기사: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윤석열 재결집 28.0% - 이재명 27.6%... 0.4%p차 접전). 국민의힘 주자 중에서는 유승민에 이어 4위다. 반면 내림세를 거듭한 최재형은 1.2%p 더 추락하며 1.0%에 그쳤다.
참고로 같은 기관이 8월 둘째주에 조사했을 때, 최재형은 6.1%, 황교안은 1.3%였다. 최재형이 하락하는 동안 황교안은 조금씩 상승하며 순위가 바뀐 것이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그 밖의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표기).
야권만 따로 조사한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최재형이 여전히 황교안에 앞서지만, 그 격차가 많이 줄었다(관련 기사: [후보적합도] 윤석열 31.3% 선두 탈환... 홍준표 하락 27.8%). 같은 시기 조사에서 최재형은 1.3%p 하락한 2.4%를 기록했다. 황교안은 2.1%로 두 후보의 격차는 0.3%p에 불과하다. 국민의힘 지지층(n=864)만 놓고 보았을 때도, 최재형은 2.9%p 하락한 2.5%였다. 황교안은 1.7%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그 밖의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표기).
황 상승의 동력, 21대 총선 부정선거론
최근 황교안 상승의 동력은 '태극기 세력의 결집'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21대 국회의원 총선 부정선거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만약 황교안이 4명이 겨루는 본경선에 진출할 경우, 토론회 현장마다 그를 따라다니며 21대 총선 부정선거설을 외치는 지지 그룹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황교안 역시 TV토론 때마다 '배춧잎 투표지' '한국산 전자개표기를 수입한 일부 국가의 부정선거'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각 후보들에게 입장표명을 요구할 것이다. 8명의 후보 중 1명이 부정선거를 외칠 때와, 4명의 후보 중 1명이 부정선거를 외칠 때의 비중은 다르다.
부정선거론에 대해 지금까지 토론회에서 유력 후보들이 보여준 모습은 애매한 거리두기였다. 하태경을 제외하면 부정선거 논란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맞서 싸우는 후보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진영 내 강성 지지 그룹인 이들과 확연하게 선긋기를 하거나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게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국민의힘 황교안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 스튜디오에서 제6차 방송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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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급격히 증가한 2030 당원의 선택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황교안의 4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 것 같다"라며 "특히 부정선거로 이슈 파이팅을 하면서 국민의힘 당원 사이에서는 4위 자리를 상당히 굳히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력 후보들도 4~5%가량 되는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라며 "토론회가 크게 변수가 안 되고, 지지자들의 확증편향만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황교안이 4위에 올라서게 되면 총선 불복에 대한 비난 여론이 많이 일게 되고, 국민의힘이 정말로 쇄신하고 변화했느냐는 물음을 다시 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까지는 변화와 쇄신의 몸부림이었고 이게 어느 정도 인정받아서 정당 지지율도 조사에 따라 민주당과 경합하거나 앞서기도 했는데, 부정선거 논란이 확산하면 할수록 쇄신 노력이 상쇄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계기가 될까봐 걱정"이라며 "대장동 게이트 등 여권의 무능·부패를 비판하는 데 집중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 자칫 해묵은 논란에 발목 잡히는 구태를 보이게 되면 우리가 대안 세력으로 국민에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교안 개인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당을 위기에 빠트렸던 장본인이자 당대표까지 지낸 인물로서 자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도 덧붙였다.
여전히 변수는 있다. 지난 6월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당선되는 것을 가능하게 했던 2030 세대 당원의 급속한 증가세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부끄러운 말이지만 기존 2030세대 당원은 거의 없는 편이었다"라며 "비율로 보면, 이 대표가 선출된 이후 (2030세대 당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게 맞다"라고 밝혔다.
2차 컷오프는 여론조사와 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30%대 70% 비율로 합산해 결정한다. 8월 31일 기준으로 책임당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거나, 당비를 1개월 이상 납부한 당원이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이전에 비해 비중이 크게 늘어난 2030세대 당원들의 표심이 '보수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최재형이나 '부정 선거'를 외치는 황교안보다 원희룡 혹은 하태경 후보 쪽에 조금 더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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