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최민식·희귀질환 박해일..냉소 벗은 임상수의 '행복의 나라로'

나원정 2021. 10. 6. 18: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일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임상수 "나이들며 가까운 사람 죽음
자연스럽지만 당사자엔 끔찍한 일"
임상수 감독이 6일 부산광역시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행복의 나라'(감독 임상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장기복역 중인 죄수 203(최민식)은 뇌종양으로 3개월 시한부를 선고받고 탈옥을 감행한다. 병원 직원인 남식(박해일)이 그와 동행하게 되는데, 알고 보면 남식도 약을 훔쳐 연명하는 희귀난치병 환자다. 탈취한 장례식 차량에서 천문학적인 거금을 발견한 두 사람은 큰손 윤여사(윤여정)의 심복들과 경찰에 쫓기며 최후의 행복을 향해 내달린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임상수(59) 감독의 로드무비 ‘행복의 나라로’가 6일 개막식에 앞서 기자 시사로 공개됐다. ‘바람난 가족’(2003), ‘하녀’(2010), ‘돈의 맛’(2012) 등 한국 사회와 자본주의 욕망을 냉소적으로 비틀어온 임 감독의 작품으론 이례적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영화”(허문영 집행위원장)다. 제목이 같은 한대수의 노래도 영화에 삽입했다. ‘나의 절친 악당들’(2015) 이후 6년 만의 신작이자 지난해 개최가 불발된 칸영화제 공식 선정 작품이다. 올해 부산에서 최초로 공개하게 됐다.


"임상수답지 않게 촌스럽다, 좋다"


임상수 감독 새 영화 '행복의 나라로'(가제). [사진 하이브미디어코프]

배우들과 함께 시사 후 간담회에 참석한 임 감독은 “영화가 좀 선량하다 할까. 좀 착한 면이 있다. 냉소적이고 그런 영화를 만든다고 말씀하셨지만 선량하고 착한 사람이다. 사실은”이라며 소탈하게 웃었다. 연출 의도에 대해선 “좀전에 집행위원장님과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그때 ‘영화가 좀 촌스러웠다, 임상수답지 않게. 그래서 좋다’고 말씀하셨지만, 나이가 들면서 조금 죽음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마주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런 느낌을 갖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매달 3000만원 목숨값…죽음과 돈 상관관계


영화엔 죽음과 함께 돈 문제가 뒤얽힌다. 203은 공금을 빼돌린 혐의로 감옥에 갔다. 남식은 한 달치에 3000만원 하는 약값, 즉 ‘목숨값’이 없어 병원 임시직을 전전하며 훔친 약으로 살아간다.
임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최민식씨와도 얘기했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우리가 부모님이랄지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고 죽음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지만 당사자나 옆에 있는 사람에겐 끔찍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죽음에 관해 다뤘다”면서 또 “어떤 종류의 영화를 찍든 영화 속 인물들은 돈과 씨름해야 관객들도 재미를 느끼고 공감한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한국 감독들 '까놓고' 다루는 배짱 있죠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최근 돈‧계급을 풍자한 K콘텐트가 잇따라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데 대해선 “이 영화는 계층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라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계층의 문제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고, 한국의 작가들, 감독들이 까놓고, 대놓고 이 문제를 다루는 배짱 같은 것이 있어서 취향에 따라 좋아할 수도 있고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짚었다.
개막작에 빛나는 주역들 최민식, 임상수 감독, 박해일(왼쪽부터)이 6일 부산광역시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행복의 나라'(감독 임상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20211006


“이번 영화에서는 돈의 행방을 놓고 열심히 뛰지만, 돈은 누가 차지했는지 모르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했다. “사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목표를 아무리 세워도 왠지 달성되는 것 같지 않고 그런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와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느끼는 따뜻함이 중요한 것 아닌가 생각했죠.”

주연 최민식‧박해일이 장난감 총 같은 ‘테이저건’을 휘두르며 웃고 울리는 호흡도 볼거리다. 각각 30년, 20년에 달하는 연기인생 첫 만남이란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정의 순간순간을 넉살 좋게 채워낸다. 최민식은 “해일이 작품을 보고 좋은 인상을 많이 받은 적이 있어선지 굉장히 오래전부터 작품을 (함께) 해왔던 느낌을 받아 낯설지 않았다”면서 “우리 둘 사이엔 ‘술기운’이 많이 쌓였던 것 같다. 처음엔 조금 제정신으로 이야기하다가, 한 열 번인가 여덟 번을 몽롱한 상태에서 서로 무슨 얘기 했는지 모르는 상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미소로 돌이켰다.
박해일은 “최민식 선배님과 언제 한번 작품에서 볼 수 있을까 생각한 게 15년이 넘었다”면서 “촬영 전 감독님, 최민식 선배와 숙소 하나 정해놓고 시나리오 갖고 정말 치열하게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영화가 빠른 기차처럼 출발했다”고 했다.


임상수와 6번 만난 윤여정 존재감


‘바람난 가족’부터 ‘그때 그사람들’ ‘하녀’ ‘돈의 맛’, 특별출연한 ‘나의 절친 악당들’ 등 임 감독과 여섯 편째 함께한 갑부 윤여사 역 윤여정은 링거를 꽂고 기력이 쇠해 실내에만 있는 모습만으로도 출연장면을 압도한다. 이엘‧이재인 등 여성 캐릭터들도 짧고 굵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임 감독은 “‘투 맨 로드무비’라고도 하셨는데 남자 둘이 나와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장르고 인터넷 비하 용어도 있는 것 같다”면서 “시나리오 쓰고 연출하는 입장에서 뭔가 균형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조직의 높은 사람, 경찰 서장이라든지 이런 역할들을 여자 캐릭터로 씀으로써 분위기를 달리 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부산영화제 개막일인 6일 개막식을 준비 중인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 상영관에 거리두기를 위해 앉지 못하는 좌석에 영화 포스터가를 부착돼 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맞춰 올해 좌석은 전체의 50%만 운영한다. 사진=송봉근 기자


‘행복의 나라로’로 포문을 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했던 레드카펫‧시상식 등을 재개하며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6일 간담회 참석자들은 모두 백신 예방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났다는 증명서나 72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 결과 확인서를 제출했다. 무대에 오른 게스트들은 마스크를 벗고 질문에 응하되, 객석의 취재진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질문자가 바뀔 때마다 마이크를 교체했다.
엄격한 방역 속에 6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엔 사회를 맡은 배우 송중기‧박소담을 비롯해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임권택 감독, 배우 한소희·전여빈 등 스타가 찾아 레드카펫을 빛냈다.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과 허문영 집행위원장(오른쪽)이 6일 오후 부산광역시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뉴스1]

나원정기자na.won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