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처지에서 만나는 박성현VS박민지
'전-현' 대세 골퍼, 한 무대에서 우승 경쟁 기대
한국 여자 골프의 '전-현' 대세 골퍼들이 한 자리에서 대결한다. 박성현(28)과 박민지(23)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치열한 샷 대결을 예고했다.
둘은 7일부터 나흘간 경기 여주 페럼클럽에서 열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한 조에서 플레이하는 건 아니지만, 둘이 한 대회에서 경쟁하는 건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박민지가 올 시즌 6승을 거두면서 최다 상금 기록(13억3330만7500원)을 세우면서 박성현의 2016년 기록이 자주 소환됐다. 박성현은 2016년 7승을 거두면서 13억3309만667원을 기록해 한동안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갖고 있었다. 5년 전 한국 여자 골프의 대세를 이뤘던 박성현은 이듬해 미국 무대에 진출했고, 올해의 선수, 신인왕(이상 2017년), 세계 1위(2019년)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그만큼 두 골퍼가 한 무대에서 대결하는 게 골프팬들의 시선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전체적인 페이스를 놓고 보면, 박민지가 단연 앞선다. 박민지는 4~7월 사이에 국내 투어 6승을 거뒀다. 지난해부터 어깨 부상 여파로 힘겨웠던 박성현은 올 시즌 LPGA 투어 13개 대회에서 8차례나 컷 탈락했다. 그러나 7월 이후 하반기 페이스만 놓고 보면, 조금 다르다. 박민지는 지난 7월 대보 하우스디 오픈 이후 우승이 없다. 8개 대회에서 준우승 1회 포함, 4개 대회에서 톱10에 올랐지만, 최근 흐름이 나쁘다. 지난달 중순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허리 통증으로 불참했고, 직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 나섰는데 컷 탈락했다.
박성현은 지난달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다.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공동 15위에 오르면서 시즌 최고 성적을 냈고,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선 2·3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연이어 기록하는 등 공동 27위로 마쳤다. 올 시즌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하는 게 쉽지 않고, 컷 탈락이 잦았던 걸 감안하면, 분명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1년5개월여 만에 국내 대회에 나서는 이번 대회에서 어떤 내용과 결과를 낼 지 기대되는 이유다.
6일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둘은 훈훈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최다 상금 기록을 깬 박민지를 향해 박성현은 "굉장히 멋있었다. 이 기록을 누군가 깨주길 바랐는데, 박민지 선수가 그걸 해줘 멋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기대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민지는 목례를 하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래도 둘은 저마다 각오를 밝히면서, 선전을 다짐했다. 박성현은 "한국 대회에 오랜만에 왔다. 설레는 마음이 크다. 미국에서 3개 대회를 하고서 한국에 와 피곤한 감이 있다. 그래도 감각이 올라왔다. 밤에 잠만 잘 자면 좋은 경기력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우승자에게 트로피에 술을 가득 담아 펼치는 세리머니에 대해 "주량은 정신력이라고 생각한다. 우승만 한다면 그 정도 양은 괜찮다"면서 우승에 대한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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