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감]대출규제 강화 예고한 고승범, "실수요자도 상환 능력 내에서 대출받아야"(종합)

김진호 2021. 10. 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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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도 '추가 대책' 시사
文대통령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어려움 없도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이달 중순 발표한 가계부채 추가대책에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도 포함될 것임을 시사했다. 급증한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하기 전에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위원장은 실수요자 피해 우려가 제기되는 전세대출이라도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만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전세대출을 언급하며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려달라"고 당부한 만큼 실수요자 보호 대책을 놓고 금융당국은 막판 고심을 이어갈 전망이다.

고 위원장은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 '6%대'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세대출과 집단대출도 조여야 하냐'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예"라며 이같이 답했다.

고 위원장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 원인은 대부분 실수요자 대출"이라며 "결국 실수요자도 상환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지도록 제한하지 않으면 정부 목표치(6%대)를 달성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은 지난해 말 105조2127억원에서 지난 8월 말 기준 119조9670억원으로 14.02%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주담대 증가율(4.14%)의 약 3.5배에 달한다.

고 위원장은 또 "가계부채 관리 강화는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일로 계속 놔둘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서둘러 대응하는 것이 낫다"며 "우리 가계부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을 옥죌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다. 시장에서 이미 대출 기근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마저 규제를 받을 경우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인터넷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전면 제한할 것이란 내용의 찌라시가 큰 화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거주에 대한 서민들의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에 고 위원장은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등의 경우 실수요자 보호 측면이 큰 만큼 이를 감안해 보완 대책을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도 이날 오전 참모희의에서 "실수요자가 전세대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언급했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기 보다 은행을 통한 심사 강화 등 간접적 방식으로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차주가 전세금을 부담하기 어려운지 혹은 전세금을 받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지 여부 등을 심사 과정에서 꼼꼼히 살피는 방식이다. 다만 투자 수요와 실수요를 은행 창구에서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금융권 중론이다.

고 위원장은 보금자리론, 디딤돌 대출 등 정책 모기지의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방침도 시사했다. 고 위원장은 '정책금융상품 중도상환수수료가 왜 존재하는지 이에 대한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최대 1.2%인 정책 모기지 중도상환수수료를 절반인 0.6%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시중은행의 대출상품 중도상환수수료 폐지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시중은행은 자금 미스매치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한꺼번에 없애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내부통제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제도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고 위원장은 "금융사에 내부통제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부통제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는 등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대해 비상장 주식 거래서비스와 가상자산 시장 수수료 독점 등의 영업 방식이 투자자 보호에 문제 소지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업비트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그는 "기존 업체 영업 방식이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지 좀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화천대유 의심거래를 경찰에 통보한 것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FIU가 정보만 제공하고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직무유기고 또 정보 제공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에서 받았다고 확인을 해주는데 왜 준 사람은 확인을 해주지 못하냐"며 비판했고 이에 고 위원장은 "계약서상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결국 이후 FIU의 화천대유 관련 권한 논쟁은 여야 의원들의 설전으로 이어졌고 한때 정무위 국감 파행 위기를 몰고 오기도 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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