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불평등 풍자 '오징어게임' 자본주의의 힘 보여준건 역설"
“‘기생충’ 같은 문제 의식을 보여줬다” -르몽드
“유쾌한 어린 시절 게임을 어둡게 비틀어 감성을 자극했다” -뉴욕타임스(NYT)
“디스토피아(어두운 미래상)적 히트작” -월스트리트저널(WSJ)
전 세계를 강타한 ‘오징어게임’의 인기에 대한 외신의 해설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을 통해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 열풍은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의 힘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오징어게임은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낳은 부의 불평등에 대한 잔혹한 풍자지만,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사실상 자본주의의 힘에 대한 궁극적 찬사”라면서다.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WP 칼럼에서 문화 수출국이던 미국이 한국 프로그램인 오징어게임에 열광하게 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세계화’와 ‘자본주의의 힘’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80~90년대 미국 프로덕션이 제작한 TV 프로그램을 보며 자랐고 2000년대 들어 미국 TV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인 황금기를 보냈지만, 2019년 ‘왕좌의 게임’을 끝으로 더는 문화적 영향력을 보유한 미국 프로그램은 없었다”고 했다.
맥스 부트는 “지난 한 주간 한국의 오징어게임을 (폭식하듯) 몰아서 봤다“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미국인은 이제 국제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축한 넷플릭스에서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미국인들은 한국의 오징어게임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파우다(fauda shtisel)’, 프랑스의 ‘뤼팽(Lupin)’, 영국의 ‘크라운(Crown)’ 등을 즐겨본다”고 전했다.
또 맥스 부트는 세계화로 미국 시장이 해외에 개방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화는 미국 엔터 산업을 위해 광대한 시장을 열었지만, 동시에 미국 엔터 산업계도 국내 시장에서 독점권을 누리지 못하게 됐다”며 “인터넷은 무한대의 선택권을 제공하고,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질수록 더 볼 만한 프로그램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세계화와 자유 무역을 통해 세계인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이 증진된 것처럼 다른 산업에서도 관세를 동원한 보호무역주의를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죽어가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물릴 필요가 없다. 대신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지원하거나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도 같은 날 ‘오징어 게임’과 관련해 “한국 영화 ‘기생충’에서 증명된 바 있듯, 미국인들의 해외 창작물에 대한 소비 욕구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CNN의 브라이언 로리 수석 기자는 또 “오징어 게임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얼마나 사악하고 잔인하더라도 여기에 참여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공정하고 평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짚었다. 쇼에 참가한 ‘절망적인’ 사람들에게 공정한 경쟁, 평등주의적인 게임의 룰이 제공된 것이 (오징어 게임이) 문화적 장벽을 관통해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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