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김 "文 임기 내 남북 화상 정상회담 가능성"

박현영 2021. 10. 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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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선 정국 한국 정치 개입하면서
좀 더 호의적인 미국 제안 기다릴 것"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5일(현지시간) 북한이 당분간 한국 정치 문제에 집중하면서 미국이 좀 더 호의적인 대화 제안을 하기를 기다릴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화상으로 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 전 센터장은 이날 워싱턴타임스 재단이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북한은) 지금 한국 국내 정치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알다시피 그들은 항상 한국 정치의 중요한 문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계속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간) 통신선 복원도 그 일환"이라면서 "한국과 한국 대선 후보들에게 존재감을 알리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북 화상 정상회담 후 베이징 대면 회담?


문 대통령 임기 중 남북 정상회담이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다만, "아마도 대면이 아닌 온라인으로 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후 국경을 봉쇄한 북한이 대면 회담보다는 화상 정상회담을 원할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대로 남북 정상이 중국을 방문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을 경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센터장은 "올림픽 기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하고, 문 대통령이 동시에 방문해 시진핑이 세 사람 간 일종의 회담을 중개(brokering)하는 듯한 모습을 미국은 결코 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미국은 배제된 상태에서 중국이 마련해준 무대인 베이징에서 만나는 게 현실화한다면 종전선언에 버금가는 '전쟁 종언 발표' 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워싱턴 외교가에선 나온다.

남북이 먼저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한 뒤 내년 2월 베이징에서 다시 대면으로 만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읽힌다. 다만, 북한은 도쿄 올림픽 불참을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베이징 올림픽 참가 자격을 정지당한 상태여서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北, 미국과 협상 원해"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이 절제된(low-key)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우리(미국)를 향해 완전한 도발 사이클 대신 로키에 머물러 있는 것은 우리와 미래에 모종의 협상을 계속하려는 희망을 가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정확히 원하는 게 뭔지 모르지만, 미국이 좀 더 부드럽게, 구체적으로 호의를 보여주길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떤 것인지 듣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을 것이고, 행동 대 행동 접근법 채택 등 미국 측의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기를 희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기대와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가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이라는 고전적인 절충안(classic middle- ground policy)"을 채택하면서 북한이 "실망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또 2017년 말 이후 4년 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을 중단한 것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길 원하고 있으며, 미국이 어떤 조건도 없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음을 공식적인 성명 등을 통해 전달하길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金 '내 무기 어딨는지도 모르는 외무성' 발언"


김 전 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7~2018년 북·미 비핵화 협상에 참여하면서 북한을 여러 번 방문했다. 지금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 과학·국제문제센터 한국 프로젝트 비상임 연구원으로 있다.

그는 북·미 협상이 실패한 주요 요인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신뢰하지 않은 외무성이 북측 실무 조직이 된 점을 꼽았다.

CIA 국장이던 마이크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으로 기용되면서 미국 측 협상팀을 이끌게 되자, 그에 맞추기 위해 북한도 외무성 최선희 부상을 내세웠는데, 당시 김 위원장은 외무성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측 시스템이 비효율적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김 전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외무성 사람들은 내 비밀 무기가 어디에 저장돼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당신들과 협상하느냐'고 말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또 외무성과 통일전선부 간 경쟁이 극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앞으로 2~5년 뒤에는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진척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는 그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金, 트럼프에게 "신뢰한다" 답변 받아낸 이유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어떻게 '다뤘는지' 일화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지 40분쯤 지났을 때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똑똑하고, 비밀스럽지만 좋은 의미로 그렇다’며 긍정적인 대답을 내놨지만, 김 위원장 표정을 보니 다른 답을 원했던 것 같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다시 "나를 신뢰하느냐"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하니 당연히 당신을 신뢰한다"고 원하는 답을 해줬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몸을 돌려 볼턴을 쳐다보며 "자, 당신 보스가 나를 신뢰한다고 말했는데, 이제 어떻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김 전 센터장은 전했다. 볼턴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북한과 김정은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가장 목소리를 높인 인물이다.

김 전 센터장은 "코치를 받았든 자기 생각이든 간에,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사람(트럼프) 앞에서 대화를 그렇게 이끌었다는 건 김정은이 얼마나 자기 확신이 큰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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