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는 여전한데..美 향해 종전선언 몰아치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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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美 붙잡고, 때마다 어필
5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약식 회담으로 만나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회동에 대해 별다른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으며, 블링컨 장관이 올린 트윗에도 정 장관과 만났다는 짤막한 언급만 있었을 뿐 종전선언 관련 내용은 없었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북한과 협상에 대비해 제안할 "구체적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며 그 예로 종전선언을 꼽았다.
이처럼 외교부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을 계기로 남ㆍ북ㆍ미ㆍ중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한ㆍ미 협의 때마다 종전선언을 의제로 부각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ㆍ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도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게 한국 측의 종전선언 구상을 "상세히 설명"했고, 김 대표는 "긴밀한 소통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전선언 '구속력' 딜레마 여전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남ㆍ북ㆍ미ㆍ중 종전선언'은 본질적인 딜레마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한국은 종전선언에 대해 '정전 체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 구속력 없는 선언'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유럽 순방 전 기자들과 만나 종전선언에 대해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부담이 없는 유용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도 지난 2018년 9월 미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입장은 다르다. 이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24일 담화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관련측들이 아무런 법적 구속력도 없는 종전선언문을 들고 사진이나 찍으면서 의례행사를 벌려놓는 것으로 조선반도에 평화가 찾아온다면 그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없을것이다"라며 구속력 없는 종전선언은 수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남ㆍ북ㆍ미 3자 혹은 남ㆍ북ㆍ미ㆍ중 4자 종전선언을 추진하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언제든 되돌릴 수 있어 상관없다'는 방어 논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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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확고한 美 흔들기?
미국은 북한이 종전선언에 대해 조건을 달면서도 관심을 보이고, 한국의 설득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한ㆍ미 간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원론적 입장 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과의 최소한의 신뢰 구축 조치로서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한국의 논리와 달리 미국 입장에선 제재 동력 약화 등 걸리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종전을 선언할 경우 북한이 미국의 적성국이나 테러지원국이 될 명분이 약해져, 미국의 대북 제재 동력까지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이를 우려한 미국이 신중한 태도를 펼치다가 자칫 남ㆍ북ㆍ중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딴지를 놓는 모양새가 돼 곤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난 8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한ㆍ미 연합훈련은 물론 주한미군 주둔까지 문제 삼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이 한ㆍ미 동맹의 근간을 흔들 여지를 줄 거란 우려도 나온다.
외교가에선 2018년까지만 해도 종전선언이 북한의 초기 단계 비핵화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검토됐는데, 최근 들어선 마치 북한이 선심 쓰듯 한국의 태도 변화를 봐가며 내어주는 카드처럼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향해 "종전선언 전에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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